미국 남부의 부유한 동네 몬테레이. 자선 파티가 있던 밤, 누군가가 사망합니다. 사고인지 살인인지 알 수 없고, 심지어 누가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도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추측과 오해를 마치 진실인 듯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미국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HBO, 2017)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공식 프로모 영상

완벽한 외모의 ‘셀레스트’(니콜 키드먼)는 사랑스러운 쌍둥이 맥스와 조쉬의 엄마입니다. 남편은 다정하고 능력 있으며 외모 역시 근사하죠. 전남편 때문에 자주 속상하지만,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지금의 남편을 만난 ‘매들린’(리즈 위더스푼)은 클로이의 엄마입니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몬테레이로 이사 온 젊은 싱글맘 ‘제인’(쉐일린 우들리)은 아들 지기와 씩씩하게 살고 있고요.

그들은 부유한 동네에 살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쉽게 판단하자면, 전형적인 행복을 지니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사실 그들의 삶에는 미세한 균열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던져진 사소한 거짓말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듭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은 그들의 삶을 재구성하고, 첫 장면에서 보여준 ‘죽음’에 대해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연출하며 긴장감을 이어갑니다. 누군가는 <위기의 주부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놀라운 반전을 향해 달려가는 플룻을 기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빅 리틀 라이즈>는 거기에만 그치는 드라마는 아니에요.

 

1. <빅 리틀 라이즈>를 만든 사람들

우선 HBO가 만들었습니다. 즉, 높은 완성도와 뛰어난 영상미, 조절 없는 수위(!)는 보장된다는 이야기죠. 원작은 베스트셀러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 <커져 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며, <데몰리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감독 장 마크 발레가 연출을, <앨리 맥빌>로 유명한 데이빗 켈리가 각본을 담당했고요. 이 조합은 재미없으면 신기할 정도 아니겠어요?

 

2. 캐스팅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제작비의 규모를 짐작하게 합니다.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두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호화로운데 <안녕, 헤이즐>,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쉐일린 우들리, 레니 크라비츠의 딸이자 <매드 맥스>로 이름을 알렸던 조 크라비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 얄미움의 대명사 아담 스콧까지. 당연히 이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거기에 아역 배우들은 또 어떻고요. 적절하고 훌륭한 플레이리스트를 매화 선보이는(실제 사운드 트랙 또한 매력적입니다) ‘클로이’ 역의 다비 캠프, ‘아름다운 가족’의 전형을 보여주는 쌍둥이 카메론과 니콜라스 크로베티는 과장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설득력의’ 연기를 선보이죠.

 

2-1. 이안 아미티지

아역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지기’ 역의 이안 아미티지입니다. 극 중 긴장감을 좌우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거든요. 이안은 <빅뱅 이론>의 프리퀄 시리즈인 <영 셸든(Young Sheldon)>(CBS, 2017.09 방송 예정)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했습니다. 예고편 속 9살 셸든은 셸든의 미래뿐 아니라 이 어린 배우의 미래 역시 함께 보여줍니다.

<영 셸든(Young Sheldon)> 예고편

드라마와 영화에 캐스팅되어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안은 연극·뮤지컬계에서 나름 유명한 아이였습니다. ‘이안은 무대를 사랑하죠(IainLovesTheatre)’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하며, 레드 카펫에서는 아마존에서 30달러를 주고 구입한 턱시도를 차려입고 리포터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재기 넘치는 랩 실력과 시종일관 흐뭇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노래, 열심히 노력 중인 탭댄스 등 ‘브로드웨이의 영재’로서 이보다 더 적격인 재능들이 있을 수 있나 싶어요. 물론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인 아빠, 연극 제작자인 엄마의 영향도 컸을 테지만요.

이안 아미티지 유튜브 채널

 

2-2.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사실 고백하자면, 지금껏 이야기한 모든 것들은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저 역시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배우가 등장하는지도요. 단 하나 알고 있었던,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기로 마음먹은 유일한 이유는 ‘페리’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입니다.

그는 스웨덴 출신이며, 복지를 자랑하는 나라답게 외모에도 훌륭한 복지정책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큰 키와 완벽한 비율, 깊이를 알 수 없게끔 쑥 들어간 눈까지. 놀라운(그리고 동시에 훌륭한) 점은, 그의 외모를 가족 모두가 골고루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마블 시리즈의 에릭 박사로 유명한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알렉산더를 첫째로, 총 8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배우와 모델을 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넷째 빌 스카스가드가 형의 뒤를 이어, ‘스카스가드 가문’ 덕력 유지의 복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의 훌륭한 외형은 <트루 블러드>의 뱀파이어 에릭이나 <레전드 오브 타잔>의 타잔으로만 박제될 가능성도 지닙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외모를 훌륭하게 활용하죠.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2012)에서 아역 배우와 찰떡같은 궁합을 선보였던 걸 보세요. 195cm의 큰 키를 역으로 활용해, 태도와 눈빛만으로도 끝 간 데 없이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예고편

그리고 그 정반대의 활용법은 <빅 리틀 라이즈>에서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당당한 동시에 불안정한 페리 역의 알렉산더를 보고 나면 ‘매력적인’, ‘사랑스러운’이라는 형용사는 모두 잊혀집니다. ‘위압적’이고 ‘위험한’ 모습이 전면에 드러나거든요. 앞으로 개봉을 앞둔 여러 영화에서도 그는 다양한 형용사들을 이름 앞에 붙일 거라 기대합니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며, 다분히 개인적일 수 있는 이유를 내세워 봤습니다만, <빅 리틀 라이즈>는 그 자체로 훌륭한 드라마입니다. 특히 마지막 7화의 흡입력은 무척 뛰어나요.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었거든요. 참, 끝까지 본 뒤, 한 번 더 정주행하시길 권합니다. 군데군데 숨어있던 놀라운 장치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원작도 읽어보신다면 캐릭터들의 심리를 좀 더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Writer

심리학을 공부했으나 사람 마음 모르고, 영상 디자인을 공부했으나 제작보다 소비량이 월등히 많다. 전공과 취미가 뒤섞여 특기가 된 인생을 살고 있다.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가끔 영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