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린다 린다>(2005)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린다 린다’(1987)라는 노래가 있었고요. 미묘하게 헛갈리기 쉽지만 영화는 세 번이고 노래는 두 번입니다. 하지만 몇 번인지 알 게 뭐냐! 세상 끝날 때까지 외치는 거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불타올랐네요. 왜냐면 이게 좀, 펑크라서요. 블루하츠(THE BLUE HEARTS)는 1985년에 결성하고 1987년 메이저 데뷔하여 1995년에 해산하였습니다. 선이 굵은 멜로디와 수려한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는 사나이의 열정과 순정을 표상하지요.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일본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블루하츠의 노래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요.

영화 속 ‘린다 린다(リンダリンダ)’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블루하츠의 노래 ‘사람에게 상냥하게(人にやさしく)’(1987)를 듣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이 사람들이 다 해버렸기 때문이죠. 지금에 와서, 일본의 국민 밴드 스피츠(スピッツ)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이 사람의 곱상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생각해 보면 꽤 깜짝 놀라게 됩니다만, (응? 뭘 하고 싶었다고?) 당시 도쿄에 모여 있는 젊은이들은 펑크에 경도되어 있었고, 우리는 스무 살의 쿠사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랬나보다 해두죠. 하지만 스피츠는 이후 모두가 알다시피 블루하츠가 부르지 않을 노래를 블루하츠가 부르지 않을 방법으로 부르며 누구보다도 고운 선으로 다채로운 에너지가 넘치는 밴드의 형태를 이루게 됩니다.

スピッツ(스피츠) ‘チェリー(체리)’

지금이야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얘기지만, 당시 시부야에서 블루하츠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합니다. 주로 공연을 많이 하였던 라이브 하우스 야네우라(屋根裏:다락방)는 시부야에서 시모키타자와로 옮겼다가 다시 시부야 점을 냈다가 이제는 시부야 점도 시모키타자와 점도 폐업하였습니다만, 아직도 인터넷에서는 시부야 야네우라 시절 블루하츠의 공연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마치 태풍 사라나 쎌마를 떠올리듯 (물론, 모두에게 재해가 아니라 태풍 같은 환희를 안겨주었습니다만) 회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 블루하츠는 정말 굉장했지요."

HE BLUE HEARTS ‘リンダリンダ(린다 린다)’ LIVE

2017년 7월 5일, 스피츠의 결성 30주년 기념 베스트앨범 <CYCLE HIT 1991-2017 Spitz Complete Single Collection -30th Anniversary BOX->가 발매되었습니다. 1987년에 결성한 밴드는 블루하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어쨌든 펑크 음악을 하고 있었는데요, 당연히 자신들만의 색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쿠사노 본인도,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방방 뛰어다니거나 관객을 향해 손이든 팔이든 휘두르는 일이 뭔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어쿠스틱 기타와 포크의 감성이 도입된, 스피츠만의 스타일이 잡히기 시작했고, 마침내 1991년 첫 앨범과 싱글을 내며 메이저 데뷔를 하게 됩니다.

スピッツ(스피츠) ‘1987→’ MV

‘1987→’은 이번 베스트앨범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곡입니다. 제목에서, 곡에서, 가사에서, 그리고 언뜻언뜻 보이는 옛 모습에서 스피츠가 뿜어내는 에너지의 원천은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되는데요. 물론 히트 싱글은 대체로 부드러운 노래입니다만 앨범을 듣다 보면 사이사이 강한 곡들도 섞여 있지요. 만약 스피츠에게 그런 곡들의 에너지가 없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THE BLUE HEARTS ‘人にやさしく(사람에게 상냥하게)’ LIVE

스피츠와 블루하츠의 음악은 언뜻 듣기에는 좀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한 곡씩 번갈아 플레이리스트를 짜서 들어보면 서로 은근히 잘 어울리는 면이 있는데요, 선이 굵고 곱고의 차이가 있을 뿐, 아름다운 마음과 맑은 에너지는 같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 회에서는 두 밴드의 곡을 하나씩 짝을 지어 들어보고 각각의 곡을 발표할 당시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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