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왕>
Queen of Walking│감독 백승화│출연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 윤지원│2016.10.20 개봉

<걷기왕>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참신한 소재 역시 눈길을 끈다. ‘선천적 멀미 증후군을 가진 여고생’의 이야기라니. 더구나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에 이어 얼마 전 <부산행>(2016)에서 이야기 시작을 위한 결정적 역할을 맡아 인상 깊은 좀비 연기를 보여준 최연소 흥행퀸 심은경이 주인공이다.

<걷기왕>의 줄거리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여고생 ‘만복’(심은경)이 담임 선생님(김새벽)의 권유로 ‘경보’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는 이야기다. 영화를 보기 전엔 선천적 멀미 증후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도 못 가고, 집과 학교만 오가는 우울한 만복이를 생각했는데 웬걸,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따뜻했다.

강화도가 배경인 시골 마을. 만복은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4시간을 걸어 다닌다. 등하굣길은 들판을 가로지르고 큰 산 하나를 넘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웬만한 길은 다 걸어서 다녔을 만복에게 2시간은 누워서 떡먹기다. 꿈과 열정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평화주의자(?)인 만복의 담임 선생님은 별다른 걱정 없이 하굣길을 함께 했다가, 쓰러져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다. 그리고 그날, 만복의 지치지 않는 걷기 능력을 알아챈 담임은 별다른 꿈이 없는 그에게 육상을 적극 추천한다.

다음날부터 만복은 교내 육상부에 들어가 경보를 배운다. 그곳엔 ‘수타르타’로 불리는 육상부 에이스 ‘수지’가 있다. 한때는 마라톤 유망주였으나 다리 부상 때문에 경보 선수가 된 수지는 아무런 노력 없이 덜컥 육상부에 들어온 만복이 영 언짢다. 또한, 만복에게 감당하기 힘든 장애물이 하나 더 있었으니, 평생을 달고 산 멀미가 그것. 경기장에 가는 것부터 고역인 만복은 과연 멀미를 극복하고 수지처럼 유능한 경보 선수가 될 수 있을까?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배우 심은경은 “만복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흥미로웠다.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만복이가 그랬다”라고 이 영화를 선택한 계기를 밝힌 바 있다. 만복은 여느 고등학생처럼 씩씩하고 밝다. 경보 대회 출전을 위해 발가락이 시퍼렇게 멍들 때까지 힘을 쏟을 줄도, 제 능력이 안 되면 쿨하게 포기할 줄도 안다. 각본을 쓴 백승화 감독은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요구하는 패기, 열정, 간절함 같은 단어가 무책임하다고 느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만복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에게 꿈이 없어도, 적당히 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고. 그의 말마따나 우리는 영화에 담긴 메시지처럼 각자의 속도에 맞춰 조금씩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걷기왕>은 ‘유능한 사람’ 아니면 ‘쓸모없는 사람’으로 나뉘는 무한경쟁 사회에, 직업이 곧 꿈이라 자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여러모로 유쾌한 위로를 전한다.

떠오르는 배우들의 집합소

영화에서 주목할 또 다른 한 가지는 개성 만점 배우들이다. <걷기왕>엔 심은경 말고도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배우들이 가득하다. 육상부 에이스 수지 역할은 2009년부터 크고 작은 영화에서 실력을 다져온 준비된 신예 박주희가, 유쾌한 담임선생님 역할은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에서 단아한 매력을 선보인 김새벽이, 시종일관 느긋한 육상부 선생님 역할에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W>와 최근 영화 <범죄의 여왕>(2016)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허정도가 맡았다. 여기에 <치즈 인 더 트랩>, <판타스틱> 같은 인기 드라마에서 여러 캐릭터를 선보인 윤지원, 600: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 <렛미인>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이름을 알린 안승균, 아이돌그룹 ‘FT아일랜드’의 멤버 이재진의 연기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소순이’ 역으로 목소리 출연한 배우 안재홍도 빼놓을 수 없는 감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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