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김시스터즈부터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이만큼 세련된 가수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1950년대 국내 가요계에 김시스터즈가 있었다. 1935년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로 당대 가왕에 오른 이난영의 딸 김숙자, 김애자와 조카 김민자로 이루어진 자매 그룹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이들은 결국 미국까지 진출했고,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스가 서는 무대에 함께 오르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반면 요즘 세대에게 김시스터즈의 존재감은 옛 명성이 무색할 만큼 흐릿하다. 그러나 20여 개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우아한 목소리로 하모니를 자아내는 김시스터즈의 모습을 보면, 지금 그 누구라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건 1960년대에 태어난 김대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1963년 미국의 인기 TV쇼 <에드 설리번 쇼>에 나란히 출연한 김시스터즈와 이난영. 김대현 감독은 이 장면을 보자마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1990년대부터 다양한 독립영화를 만들어온 김대현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무의식적으로 흥얼대던 옛 국내 가요의 흐름을 좇다가 다큐멘터리 <한국번안가요사>(2012)를 찍었다. 그 준비 과정에서 우연히 김시스터즈의 노래를 접하고 곧바로 다음 작품을 구상한다. 그렇게 4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방의 푸른 꿈>(2015)은 2017년 초에 개봉했고,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시스터즈의 일대기를 조명하며 관객들의 감탄과 감동을 자아냈다. 이후 감독은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프랑스 선교사들을 되새기는 다큐멘터리 <시간의 종말>(2016)을 연출하고, 최근에는 조은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2017)의 제작에 참여했다.

<다방의 푸른 꿈>, <시간의 종말> 포스터

일상이 영화 준비인 영화감독에게 우연히 스친 하나의 장면은 영감이 되고, 곧 영화가 된다. 김대현 감독은 또 다른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건 또 무언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뜻일 게다. 여기, 김대현 감독이 취향대로 골라 보낸 영상들이 있다. 이 안에 감독에게 새로운 영화의 빌미를 제공한 장면이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많은 이들이 이 기회를 빌미로 멋진 창작의 영감을 얻기 바란다.

 

Kim Daehyun Says,

“감독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요즘 뭐해? 답은 두 가지 중의 하나. 촬영 중이야, 혹은 작품 준비 중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은 ‘준비’ 중이고 나 역시 이런 시간이 거의 전부다. ‘준비’를 빌미로 다양한 영화와 영상을 섭렵하는데, 최근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를 다룬 음악 다큐를 두 편이나 연출했기에 저절로 음악에 관한 영상을 찾게 되었다. 다른 부류의 영상으로는 오토마타나 1인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가끔 찾아보는데 순전히 팬심의 영역이다. 내가 직접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자신의 손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이들에 대한 동경심으로 넋 놓고 감상하곤 한다.”

 

1. 영화 <바보들의 행진> 삽입곡

영화 <바보들의 행진>은 하길종 감독의 1975년 작품이다. 박정희의 시대였던 1970년대의 사회와 정치, 청년, 문화를 집약한 걸작이라 생각한다. 그 의미를 잘 모르고 봤지만, 어린 시절 가장 인상에 남았던 영화였다. ‘고래사냥’, ‘왜 불러’, ‘날이 갈수록’ 등 송창식 최고의 인기곡들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

 

2. Matthew Robins의 아날로그 애니메이션

Matthew Robins라는 감독은 혼자 아날로그 방식으로 모든 작업을 한다.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보다는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서 독특한 질감을 창조하는 그의 작업은 독창적이다. 이 영상은 작품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트레일러.

 

3. 오토마타 <The Amazing Journey>

영국의 오토마타 메이커 Keith Newstead의 작품이다. ‘태초에’ 예술과 기술은 분리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토마타 작가들은 가장 원초적인 기술적 영역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합일시킨다.

 

4. 로리 힐(Laurie Hill) <예수님의 사진(Photograph Of Jesus)>*

역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만들다 보니 자료 이미지를 구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큰 관심사가 되었다. 이 영상은 잠들어 있던 하나의 이미지가 생명력을 얻어서 다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연결해주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서 가능한 ‘이미지의 부활’이다.

* 편집자 주- 2008년 게티 이미지(Getty Images)와 영국의 인기 있는 단편영화 행사인 ‘Short & Sweet’가 합동으로 단편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단편영화는 그 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로, 게티 이미지의 거대한 아카이브에 보관된 시각 콘텐츠를 활용하여 제작한 것이다.

 

영화감독 김대현은?

1990년대부터 <지하생활자>(1993), <살인의 강>(2010) 등의 단편영화와 <한국번안가요사>(2012), <다방의 푸른 꿈>(2015), <시간의 종말>(2016)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했다. 독립영화사 인디라인의 대표로 다양한 독립영화 제작, 연출을 맡고 있으며 필름포럼, 대안학교 등에서 다큐멘터리와 영상 워크샵을 진행한다. 만주국을 소재로한 역사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다.

사진 - <씨네21> 최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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