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란 출신 영화감독 바박 안바리(Babak Anvari)는 단편영화 <Two & Two>로 2012년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최고 단편영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단편은 유튜브 1천만 조회수와 2만여 개의 댓글이 달린 화제작이 되었다. 7분의 러닝타임 동안 수십 번이나 등장하는 거짓 명제 ‘2+2=5’는 무슨 의미일까? 어린 시절 이라크와 전쟁을 치른 이란에서 자란 그는, 전쟁에 징발된 아버지를 생각하며 어릴 때부터 누군가 오밤중에 대문을 두드리는 공포에 지배당해 잠을 못 이뤘다고 토로한다. 그의 내면에 잠재된 공포는 제20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한 <어둠의 여인(Under the Shadow)>에 훌륭하게 표출되어 특별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2+2=5’는 영국 얼터너티브 록 그룹 라디오헤드(Radiohead)의 2003년 앨범 <Hail to the Thief>에 수록된 싱글 제목으로 사용되었다. 앨범 명도 미국의 대통령 찬가 ‘Hail to the Chief’를 패러디한 것으로,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George W. Bush)가 인기 정치인 앨 고어(Al Gore)를 누르고 당선된 데 대한 조롱이다. ‘2+2=5’라는 다소 생경한 제목으로 발표된 이 곡은 영국 차트 15위까지 오른 인기곡이 되었고, 뮤직비디오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1949)에서 영감을 받은, 정치와 산업사회에 대한 강한 풍자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명백히 틀린 명제라는 의미의 도그마 ‘2+2=5’의 역사는 16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헌이나 편지에서 ‘2+2=4’는 ‘의심할 필요 없는 당연한 진실’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반대의 의미로 ‘2+2=5’는 ‘증명할 필요 없는 틀린 사실’로 곁들여 쓰이기 시작했다. 이 표현은 유럽이 수백 년 동안 정쟁과 전쟁으로 점철된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상대를 비난하는 관용구로 수시로 사용되었다. 1930년대 구소련에서는 비현실적인 목표로 생산량을 늘리려는 선전용 문구로 쓰이기도 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이 용어를 다시 확산시킨 계기가 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전체주의 사회를 묘사하면서 ‘Big Brother’, ‘Doublethink(이중사고)’와 함께 ‘2+2=5’의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2009년 이란 대통령 선거전에서 상대를 비방하는 용어로 등장하기도 했고, 영화나 게임에서 이를 채용한 플롯(plot)이 등장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