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에단 헌트(톰 크루즈)(좌), 델로니어스 몽크(우)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임무를 부여받기 위해 런던의 한 레코드숍으로 들어간다. 실은 비밀 요원인 레코드숍 점원(헤르미온느 코필드)과 헌트 간 신분 확인을 위한 대화가 이어진다. 점원은 팩트 중 한 가지인 섀도 윌슨(Shadow Wilson)에 관한 질문을 일부러 틀리게 물어보고, 헌트가 올바르게 대답함으로써 신분 확인의 마지막 코스를 통과한다.

점원: You are looking for anything in particular? (특별히 찾는 게 있나요?)
헌트: Something rare. (뭔가 드문 것을 찾아요.)
점원: Let me guess. Classical? (알아맞혀 볼게요. 클래식인가요?)
헌트: Jazz (재즈요.)
점원: Sax? (색소폰은요?)
헌트: Coltrane. (존 콜트레인.)
점원: Piano? (피아노는요?)
헌트: Monk (델로니어스 몽크.)
점원: Shadow Wilson on the bass? (섀도 윌슨이 베이스를 연주한 것인가요?)
헌트: Shadow Wilson played drums. (섀도 윌슨은 드럼을 쳤죠!)
점원: Know why they call him a shadow? (왜 그를 섀도라 불렀는지 아나요?)
헌트: Because he had a light touch. (드럼을 가볍게 쳤기 때문이죠.)

위 대화에서 언급한 세 명의 재즈 뮤지션은 실제로 1957년 <Thelonious Monk with John Coltrane> 앨범을 같이 녹음한 바 있다. 재즈 명반이라 칭송되는 이 음반은 2007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어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받았다. 이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 1917~1987)의 ‘Ruby, My Dear’다. 이 곡은 몽크가 작곡할 당시 옆에서 놀던 조카 루비(Ruby)를 보면서 제목을 붙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델로니어스 몽크 'Ruby, My Dear'(1957)

델로니어스 몽크는 <타임> 지 표지에 실렸던 역대 재즈 인물 다섯 중 한 명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듀크 엘링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재즈 연주곡을 작곡하였으며, 비밥 재즈(Bebop Jazz) 탄생에 기여한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몽크는 창의적인 스타일과 타협을 모르는 기벽으로 유명하다. 그는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협화음이나, 갑자기 공격적으로 연주한다거나, 한동안 침묵하는 방식 같은 비정통적인 연주를 자유자재로 선보였다. 연주 도중 피아노 주변을 서성거리거나 혼자서 중얼거리는 버릇뿐만 아니라, 줄무늬 양복과 기이한 모자, 선글라스 같은 옷차림도 당시로는 상당히 파격이었다. 그가 피아노 또한 얼마나 파격적으로 연주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 3분경부터 그의 솔로 피아노가 시작된다.

대표작 'Blue Monk'를 연주 중인 몽크

한편, 델로니어스 몽크에 대한 평론가와 재즈 애호가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그의 연주는 언뜻 보면 피아노를 못 치는 초보자가 감각만으로 아무렇게나 건반을 두드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평론가는 그를 가리켜 “건반 위의 코끼리”라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그의 혁신적인 주법은 1970년대 프리재즈(Free Jazz) 스타일의 시초로 인정받았다.

몽크의 솔로 연주 'Don't Blame Me'

1971년 레코딩을 마지막으로 몽크는 재즈 신에서 사라졌는데, 당시 레코딩에 참여한 지인에 의하면 그는 “Good morning”, “Good night”, “What time?” 처럼 두 단어 이상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정확한 병명이나 오진 여부에 대해 아직 논란이 분분하지만, 그는 점차 말과 활동이 어눌해졌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다 정신과 치료를 오래 받으며 1982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뉴욕주에 있는 몽크의 묘소

존 콜트레인은 몽크를 “마일스 데이비스의 정반대 스타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말수가 적고 거친 성격의 마일스에 비해, 몽크는 재즈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몇 시간이고 설명해줄 만큼 친절한 성격이었다고. 몽크는 돌연 은퇴했지만, 친절하리만큼 후대에 많은 명곡들을 남겼다. 그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기준이자 우상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