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귀여운 동물이 참 많죠. 지금 당장 ‘귀여운 동물’이라고 이미지 검색만 해 봐도 강아지, 고양이, 다람쥐, 병아리, 레서판다, 토끼, 펭귄, 하프물범…… 끝이 없습니다. 뮤지션 중에서도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꽤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때로는 그런 귀여운 동물을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고 호감을 느끼도록 유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점점 더 많아지면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이 되겠죠.

 

기린이 등장하는 프티트 멜러의 MV

프티트 멜러(Petite Meller)는 누보-재지 팝(Nuvo-Jazzy Pop)이라는, 다소 생소하고 독특한 이름을 가진 장르의 노래를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막상 들어보면 멀쩡하게 신나고 귀엽고 이상한데요.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속성은 뮤직비디오에서 잘 나타나는 편입니다. 이미 'NYC Time'과 'Backpack'에서 범상치 않은 세계관을 보인 프티트 멜러의 곡, ‘Baby Love’의 뮤직비디오는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곡을 녹음하면서 본인이 비트박스를 넣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아프리카의 리듬이 입에서 나왔고, 그러고 나서 봉고도 넣고 콩가도 넣다 보니 이거 뮤직비디오는 당연히 아프리카에서 찍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죠. 뮤직비디오에서는 기린 두 마리가 등장하여 프티트 멜러에게 키스를 하는데요, 암컷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고생했는데 수컷은 아주 열정적으로 임해주어 만족했다고 합니다.

Petite Meller ‘Baby Love’ MV

 

햄스터가 등장하는 케이티 페리의 MV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곡 ‘Chained to the Rhythm’은 새 앨범 <Witness>(2017)에 앞서 공개되었습니다. 공식 비디오에서는 놀이기구를 타던 사람들이 하늘로 날아가는 정신 나간 유원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가사 비디오에서는 인형의 집에 사는 귀여운 햄스터가 주인공입니다. 어느 쪽이든, 틀에 갇혀 반복되는 음악 산업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그 산업의 첨단에 서서 이렇게 재미있고 귀여운 화면을 보여준다는 것도 아이러니겠습니다만. 한편 앙숙으로 알려진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이전까지 자신의 음원을 스트리밍 사이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이 앨범 <Witness>를 발표하는 날에 맞추어 모두 풀어버렸다고 합니다. 물론 연예계라는 곳이, 시끄럽게 굴러가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먹고 사는 게 당연하겠습니다만. 허허.

Katy Perry ‘Chained To The Rhythm’ Lyric Video

 

강아지가 등장하는 오케이 고의 MV

전설의 러닝머신 댄스 ‘Here It Goes Again’, 전동 외발자전거처럼 생긴 개인용 이동 수단(Honda UNI-CUB)을 타고 상공에서 드론으로 찍은 ‘I Won't Let You Down’, 무중력 상태의 비행기 안에서 던지고 터뜨리고 날아다니는 ‘Upside Down & Inside Out’ 등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오케이 고(OK Go)가 2010년에 찍었던 작품은 ‘White Knuckles’입니다. 멤버 네 명과 강아지 열두 마리가 제작에 참여한 이 비디오에서는 사람이고 개고 가릴 것 없이 미끄러지고 올라가고 돌아가고 내려가고 아주 그냥 정신이 없고 귀엽네요. 이들은 모두 동물 보호소에 있다가 새로운 삶을 찾게 된 강아지들이라고 합니다. 잘 훈련된 강아지와 잘 훈련된 사람이 함께 보여주는 몸짓은 그 자체로 놀랍고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미있어 보이네요. 강아지들은 자신들이 화면에 담기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겠지만, 함께 노는 게 참 즐겁지 않았을까요? 비디오의 끝 무렵에 나오는 링크를 따라가면, 메이킹 필름 목록이 나옵니다. 꼭 보세요!

OK Go ‘White Knuckles’ MV

 

머리 셋 달린 강아지!가 등장하는 상대성이론의 MV

머리가 셋 달린 강아지라고 해서 머리가 하나인 강아지보다 세 배 더 귀여울 리는 없습니다만, 여기에 나오는 강아지는 세 제곱으로 귀엽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옥의 문을 지키는 개로 널리 알려진 케르베로스의 무서운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이 뮤직비디오의 그림은 보컬 야쿠시마루 에츠코(やくしまるえつこ)가 그렸고, 가사와 곡은 티카・α(ティカ・α)라는 사람이 지었습니다만, 사실 둘은 같은 사람입니다. 상대성이론(相対性理論)의 음악은 일단은 귀엽지만 어딘가 모르게 엉뚱하고, 겉으로는 새침하지만 속으로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 느낌이지요. 2006년에 결성하였으니 이제 10년이 넘었습니다만, 성숙해진다거나 하는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네요. 그것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르기 때문일까요? 그게 아니라 어쩌면 이 언니는 마법 소녀인 걸까요?

 相対性理論(상대성이론) ‘ケルベロス(케르베로스)’ MV

 

알파카가 등장하는 골든두들의 MV ♡

에헴, 조금 겸연쩍지만, 저희 골든두들의 신곡을 소개합니다. 6월 21일에 발표한 ‘해변의 알파카’는 여름의 노래이고, 바다의 노래이고, 알파카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여행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지요. 바다의 상쾌함을 담은 멜로디에 은근한 망설임을 표현한 가사를 붙였고, 그 노래의 어느 아포스트로피에선가 기묘한 소설이 둥실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정우민 씨와 박태성 씨는 알파카를 만나기 위해 어리둥절한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뮤직비디오에 그 여행의 모습을 다채롭게 담았지요. <해변의 알파카>는 전작 <라운드 로빈>(2016)과 마찬가지로 노래와 소설과 낭독이 하나로 묶인 형태입니다. 노래는 디지털 싱글로 주요 음원 사이트에 발매하였고, 소설은 우선 홈페이지에서 읽어볼 수 있으며 책은 근간 예정입니다. 낭독 음원에서는 정우민 씨가 메인 내레이션을 맡았습니다.

골든두들 ‘해변의 알파카’ MV

 

골든두들 멤버 박태성, 에레나(aka 정우민). 사진 박의령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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