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내 (왼쪽부터 유완무, 김성준, 이경환) / 1집 앨범 <야생의 밤>

2013년, 홍대 신의 루키였던 '얄개들'이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이후 얄개들 멤버 유완무(기타), 이경환(기타), 정원진(드럼, 후에 탈퇴)이 '푸르내'라는 밴드로 돌아왔을 때, 보컬 겸 베이스 자리에는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 이름은 김성준이고, 멤버들과는 오랜 친구 사이라고 했다. 경력 5년차 멤버들과 함께 처음 무대에 선 그는 긴장한 얼굴과는 달리 차분한 보컬과 연주로 아마추어답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멤버들은 김성준과 함께 ‘푸르내’라는 확고한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갔다.

뮤지션이기 이전에 그는 글 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원래 꿈이 평론가였던 그는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고 하니 자연스런 귀결이다.

“2016년 봄에 찾아온 푸르내의 첫 앨범은 뭔가 모순된 감성을 한 곳에 어우러지게 하는 야릇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차갑기도 하면서 따뜻하고, 신나기도 하면서 차분한 그 오묘함. 이러한 푸르내만의 특이성은 마치 리스너들과 밀당을 하는 듯 하다. 다시 말해, 친근하다고 느끼는 순간 낯설어지고, 낯설다고 생각하면 또 어느새 친근하게 손을 흔드는 음악. 푸르내는 그 대립의 한 가운데를 자극하는 실험을 행하고 있었다.” - 푸르내 1집 [야생의 밤] 소개글 중

위 글은 김성준이 쓴 푸르내 1집 <야생의 밤> 소개글 중 한토막이다. 그는 <야생의 밤> 트랙 대부분의 가사를 쓰기도 했다. 그가 '앨범을 구매한 누군가의 시점’에서 쓴 소개글은 이들의 음악에 좀 더 친근히 다가설 수 있게 하고, 간결하고 심오한 가사는 노래를 한번 더 곱씹게 하는 미덕을 가졌다. 그래서 이번 시청각 추천글을 청탁할 때 한편 궁금했다. 무슨 주제로 어떤 영상을 소개할까나? 아래, 범상치 않은 발상을 하는 인문학적 뮤지션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Kim Sungjun Says,

“개천절 전날 비가 많이 쏟아지다가 개천절이 되자 갑자기 하늘이 맑아지고 미세먼지 농도도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 개천절 뜻처럼 정말로 하늘이 열리는 듯한 장면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따라서 난 하늘이 열리고 환웅이 내려오는 상상을 해본다. 고조선을 세우기 위해 마늘과 쑥으로 곰을 꾀어낸 환웅의 계략은 오늘날 대한을 지탱하는 전설이다. 그리고 환웅의 웅은 영웅의 웅과 같은 웅이다. 그래서 영웅적인 것과 관련된 음악 및 영상들을 생각해 봤다. 다음의 영상들을 보면서 하늘이 다시 열리는 날을 인고의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1. <폭주기관차>(1985) 엔딩 장면

<폭주기관차>(Runaway Train, 1985) 엔딩 장면

영화 <그림자 군단>, <란>의 엔딩 장면과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엔딩 장면이다. 폭주하는 기차를 멈추기 위해 탈옥수 ‘매니’(존 보이트)는 맨 앞 칸으로 간다. 거기서 그는 자신을 잡으러 온 교도소장과 함께 죽을 결심을 하고, 기차에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맨 앞 칸을 뺀 나머지 기차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기차 위로 올라가 눈보라를 맞으며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셰익스피어를 인용한 자막이 뜬다. “험악한 짐승들도 동정심을 안다. 그것도 모르는 난 짐승도 아니다.” 짐승도 아닌 영웅 존 보이트는 그렇게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다.

 

2. Queen ‘Flash’

Queen 'Flash' (Official MV)

영화 <제국의 종말(Flash Gordon)>(1980)의 주제곡인 이 노래는 퀸 특유의 코러스로 ‘플래쉬’(샘 J. 존스)라는 영웅을 줄기차게 찬양한다. 중학생 때 퀸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노래도 좋아하게 되었는데, 들으면서 <제국의 종말>은 어떤 영화일지 늘 궁금했다. 그래서 최근에 개천절을 맞이하여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는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상과학 히어로물인데, 영상과 음악이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3. Sepultura ‘Refuse/Resist’

Seputura 'Refuse/Resist'

육중한 세풀투라(Sepultura)는 언제나 감동을 선사한다. 그리고 세풀투라의 이 뮤직비디오는 간지가 넘친다. 왜냐하면 뮤직비디오에서 한국의 시위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국 민주화의 영웅들이 나오는 장면들과 세풀투라의 헤비함이 만나 벅찬 아우라를 발산한다. 세풀투라가 내한해 시위 현장 한가운데서 공연을 한다면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될 것만 같다. 그리고 그 날짜가 개천절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뮤지션 김성준은?

김성준은 2013년에 결성된 밴드 ‘푸르내’에서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다. 그의 꿈은 밴드를 계속하는 것이다.

김성준이 부른 The Smashing Pumpkins ‘1979’ 커버 영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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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내 '아주 먼 곳'(잔다리 페스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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