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토투는 아멜리에고 아멜리에는 곧 오드리 토투다. 배우에게 극중 한 인물과 강하게 동일시되는 것은 축복이 될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지만, 왜곡된 기독교 역사를 담은 <다빈치 코드>(2006)나, 전설적인 디자이너 샤넬의 일생을 그린 <코코 샤넬>(2009)에서 보여준 일관되게 안정적인 연기를 보면, 그것이 큰 축복으로 작용하는 케이스임을 알 수 있다. 오드리 토투 주연의 신작 <파리의 밤이 열리면>를 포함하여 그간의 인상적인 출연작들을 살펴본다. 장난꾸러기 같은 순수함과 천진함, 검은 곱슬머리, 아치 모양의 눈썹, 떠돌이 같은 매력으로 매혹적 존재감을 내뿜는 오드리 토투의 다채로운 얼굴을 즐겁게 지켜보자.

 

<아멜리에>

Amelieㅣ2001ㅣ감독 장 피에르 주네ㅣ출연 오드리 토투, 마티유 카소비츠

오랜만에 느끼는 아빠의 다정한 손길에 심장이 두근댄 것일 뿐인데, 그 두근거림을 심장병으로 오인한 아빠 ‘덕분에’ 학교는 구경도 못 해본 ‘아멜리에’(오드리 토투). 게다가 엄마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뛰어내린 관광객에게 깔려 하늘나라로 가버리고, 아멜리에는 철저히 혼자가 된다. 지독한 고독 속에서도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인상을 찡그리고 살아가는 주위의 수두룩한 얼굴들에 은밀한 사랑과 행복을 퍼뜨린다. 그런 아멜리에가 드디어 자신의 사랑을 찾았다. 운명의 상대인 ‘니노’(마티유 카소비츠) 역시 아멜리에 못지않게 독특하고 기괴한 인물. 그의 취미는 시멘트 위에 찍힌 발자국 사진찍기, 독특한 웃음소리 녹음하기, 버려진 증명사진 모으기다. 두 사람이 벌이는 사랑놀이는 장난스럽고 비밀스러워서 마치 첩보영화를 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하다. 익살스러운 미소와 짓궂은 장난기를 머금은 천의 얼굴, 오드리 토투가 순수하고 꼬마 도깨비 같은 아멜리에를 꼼꼼하게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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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

Coco Before Chanelㅣ2009ㅣ감독 안느 퐁텐ㅣ출연 오드리 토투, 브누와 뽀엘부르드

명품의 대명사 샤넬의 창시자 ‘코코 샤넬’(오드리 토투)이 꿈꾸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코르셋으로 대표되는 화려함 속에 감춰진 귀족사회 여성들의 불편한 의상에 반감을 갖고 여성들에게 패션의 자유를 선사한 혁명적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의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행보를 샅샅이 훑는다. 사랑스러운 아멜리에의 얼굴을 벗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대사로 가브리엘 샤넬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 오드리 토투의 연기가 인상적. 샤넬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재현하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샤넬의 의상들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무드 인디고>

Mood Indigoㅣ2013ㅣ감독 미셸 공드리ㅣ출연 로망 뒤리스, 오드리 토투, 게드 엘마레

미셸 공드리 특유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이 정점에 달한 작품이다. 여자 앞에서는 숙맥인 칵테일 피아노 발명가 ‘콜랭’(로망 뒤리스)이 ‘클로에’(오드리 토투)를 만나 운명 같은 사랑을 펼쳐가지만, 클로에의 폐에 수련이 자라면서 반짝이던 사랑은 점점 색을 잃어간다. 독자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원작 소설 <세월의 거품> 속 칵테일 피아노, 구름 모양의 캡슐, 독특한 모양의 자동차 같은 다양한 오브제를 ‘공드리스러운’ 동화 같은 비주얼과 초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영상미, 천진한 상상력을 통해 차곡차곡 펼쳐냈다. 특히 주인공의 상황에 따라 비비드, 파스텔, 모노, 흑백으로 변하는 배경색은 영화의 백미. 오드리 토투는 순수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지닌 클로에 역을 맡아 막 사랑을 시작하는 두근거림과 갑작스러운 병에 걸려 시들해져 가는 슬픔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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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밤이 열리면>

Open at Nightㅣ2017ㅣ감독 에두아르 바에르ㅣ출연 에두아르 바에르, 사브리나 와자니, 오드리 토투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은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대책 없는 극장주 '루이지'(에두아르 바에르)는 연극을 하루 앞두고 난관에 부딪힌다. 밀린 임금에 스텝들은 집단 파업에 돌입하고, 연극의 주인공인 원숭이는 여전히 캐스팅하지 못한 상태.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지만 루이지는 당황하기는커녕 “토요일 밤의 파리라고요. 이렇게 보낼 순 없잖아요”라며 ‘팔자 편한’ 소리나 해댄다. 뜻하지 않은 삶의 비극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기특한 코믹 로드무비로, 프랑스의 손꼽히는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배우, 각본가, 감독인 에두아르 바에르가 연출을 맡았다. 오드리 토투는 사장 루이지의 사건사고를 일일이 수습하는 직원 ‘나웰’ 역을 맡아 기존 필모그래피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선보인다. 예민하지만 그 누구보다 책임감 넘치는 극장 매니저로 완벽 변신해 루이지를 향한 애정, 답답함, 다정스러움 등 다채로운 감정들을 생생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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