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패브릭 제품은 대량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직물 시장은 최근 가장 치열해진 시장 중 하나다. 그래서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옷, 스카프, 침구 같은 패브릭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대량생산과 기술복제의 시대, 살뜰한 정성과 높은 안목으로 패브릭의 가치를 지켜가는 텍스타일 디자이너들과 그들이 꾸린 패브릭 숍을 소개한다. 빼곡하게 들어선 해외 리빙숍이나, 홈 패브릭 브랜드 말고, 상품성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국내 패브릭 숍 3곳이다.

 

1. 은혜직물

망원동의 고즈넉한 골목에 위치한 은혜직물은 영화 일을 했던 강정주와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한 조은혜 커플이 2015년 오픈한 패브릭 숍이다. 직접 만든 원목 테이블, 서랍장과 은혜직물의 에스닉한 원단이 어우러져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가정집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공간이 탄생했다. ‘오리엔탈 레트로’ 컨셉을 지향하는 브랜드답게, 오래된 상점에서 발견한 의외의 패턴이나, 옛날 광고와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침구와 소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자칫 촌스럽고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패턴이지만, 이 또한 은혜직물의 오리엔탈 무드를 도드라지게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 주로 쿠션과 파우치, 침구 제품을 제작하며 해녀, 돌하르방, 유채꽃 등 제주를 모티브로 한 양말과 손수건, 가방 같은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쇼룸에서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희우정로 117-1
전화 070-4001-4020
영업시간 14:00~20:00, 월, 일요일 휴무
홈페이지 http://eunhyefabric.com/

 

2. 코흔

코흔(Cohn.)은 프랑스 파리에서 아트 그래픽을 전공한 이정은 디자이너의 아틀리에 겸 패브릭 브랜드 숍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오묘한 색감의 디자인과 커다란 직기를 손과 발로 움직여 씨실과 날실을 엮어 만든 원단이 만나 부드럽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패브릭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만듦새에 있어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천을 감싸 바느질로 마감하는 등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에 대부분 제품은 품목당 20여 개만을 소량 생산한다. 삐뚤빼뚤한 스트라이프와 오묘한 색감의 그라데이션, 널브러진 모래알을 연상시키는 도트무늬가 무질서하게 박힌 코흔의 제품들은 하나같이 자유로우면서도 정교하다. 이렇듯 다양한 디자인 기법을 통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코흔의 의류, 가방, 인테리어 소품들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여지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답지 않은 일관되고 또렷한 아이덴티티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35길 83 1층
전화 02-742-5242
영업시간 13:00~21:00, 월, 화요일 휴무
홈페이지 http://cohn.kr/

 

3. 바스큘럼

바스큘럼(Vasculum)은 김유인 디자이너가 직접 보고 그린 식물 패턴으로 실크 스크린 원단을 제작하는 작업실이다. 티 타월, 테이블 러너, 파우치 등 형태가 간단한 핸드메이드 패브릭 제품 외에도 앞치마, 아기 턱받이와 같은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들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바스큘럼’은 과거의 식물학자들이 식물 채집을 위해 들고 다녔던 원통형 상자를 일컫는 말로, 디자이너 김유인의 식물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작명이기도 하다. 식물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와 방법으로 패브릭을 선택했다고. 바스큘럼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제품들은 천연 코튼과 리넨을 원단으로 제작하며, 식물성 수성 잉크와 천연 안료만을 사용해 색상을 구현해낸다.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식물의 모습들도 달라지듯, 원단 패턴도 새롭게 바뀌어 제작되는 점 또한 흥미롭다. 주변의 가장 익숙한 소재, 패브릭에 수 놓인 민들레, 솔잎, 밤나무 같은 식물들의 싱그러운 민낯을 ‘식물 패턴 제작소’에서 즐겁게 구경해보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길 22 302호
전화 070-8844-7414
영업시간 11:00~20:00, 일 휴무
홈페이지 http://hello-vasculum.com/

 

(메인이미지 출처= 은혜직물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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