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medy>

健憶舒心茶ㅣ2017ㅣ감독 Zilai Fengㅣ6분

나이 지긋한 한의사가 방에서 홀로 탕약을 끓일 재료를 준비한다. 약장에서 초록색 약초도 꺼내고 문고리와 타일, 도자기 컵, 전구도 잘라 넣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탕약이 불에 천천히 달여지기 시작하고, 한의사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아이는 더욱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요상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 탕약 한 그릇은 과연 과거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한의사의 어린 시절로 보이는 아이는, 꽃 모양의 스티커를 삼킨 것에서 시작된 연유를 알 수 없는 병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한다. 한의사는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듯, 어린 시절 집 문 앞의 빨간색 바닥 타일, 골목 미용실의 싸인볼, 문고리, 전구 같은 어슴푸레한 기억의 조각들을 썩둑썩둑 잘라 한약재료로 넣고 푹 고아낸다. 단숨에 들이킨 한 그릇과 함께, 아이의 병은 말끔히 사라진다. 애초에 손톱만 한 크기의 스티커를 삼켰다고 해서 병에 걸릴 이유도 없지만, ‘말도 안 되는’ 재료를 넣고 만든 탕약이, 그것도 과거의 병을 치료해줄 리는 더욱 만무하다. 애니메이션 속 탕약 한 그릇은 어쩌면, 책상 위에 놓인 어린 시절의 사진 몇 장과 함께 시작된 한의사의 쓸쓸한 추억놀이는 아니었을까.

<The Remedy>를 만든 중국 광둥성 출신의 애니메이션 감독 Zilai Feng은 스스로의 그림체를 ‘지저분(messy)’하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오히려 느슨하고 거친 질감의 그림체가 더 다정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애니메이션의 전개는 그림체보다도 더 산만해서 과거와 현재가 정신없이 뒤엉켰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하고, 추억의 조각들을 가져다 마음대로 붙이고 자르고 오려내는 식이다. 당대 장국영, 덩리쥔과 함께 중화권을 휩쓸었던 가수 리우원정(刘文正)의 오래된 명곡 ‘寻梦园(The Garden of the Old Dreams)’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레트로 무드를 애니메이션 전반에 진득하게 물들였다.

Zilai Feng 감독은 현재 캘리포니아 미술 명문 학교인 칼아츠 아트스쿨(CalArts)에서 애니메이션학을 전공하며 중국 고유의 정서와 이미지가 살아 숨 쉬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Zilai Feng 비메오 채널
Zilai Feng 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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