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 부산의 미미(美味) 두 번째 가이드. 해운대와 광안리 바다도 보고, 국제시장과 보수동 헌책방에 들러 빈티지 의류, 소품, 책 따위도 마구 사들였다면, 이젠 허기를 채울 차례다. 다음의 가게들로 향하자. 고백하건대, 술꾼들의 맛집이기도 하다.

 

남포동,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일대

대정양곱창 

고급스러운 세팅과 맛을 자랑하는 수영 곱창골목, 포장마차처럼 정겨운 분위기의 자갈치시장 곱창골목처럼 부산엔 소의 ‘창자’를 필두로 형성된 구역이 많다. 어딜 가도 맛있지만, 굳이 남포동 곱창골목의 대정양곱창을 꼽은 건 이곳의 전골 때문. 맛있게 기름진 대창, 곱창이 널찍한 석쇠 냄비를 꽉 채운 비주얼에 절로 군침이 돈다. 다 알겠지만, 국물만 남은 전골에 볶아 먹는 밥 또한 진리.

메뉴 양곱창 소금구이, 양념구이, 양곱창전골 각 소 30,000, 중 35,000, 대 40,000원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부평동2가 24-1
전화 051-248-0228
영업시간 14:30~06:00 연중무휴

 

종각집

국제시장 골목 모퉁이에 자리한 50년 전통의 가락국숫집이다. 개성 있는 맛집이라기보다 토박이들이 지나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르는 친숙한 가게라 하는 게 맞겠다. 세월이 여실히 느껴지는 홀에서 가락국수, 비빔우동, 김초밥 등을 저렴한 가격에 먹어보자. 쉽게 끊어지는 면발의 옛날식 우동을 국물까지 다 먹으면 종각집의 시그니처 로고인 귀여운 종이 보인다. 과식은 필수.

메뉴 새우튀김가락국수, 종각가락국수, 김초밥, 비빔우동, 모밀 등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창선동1가 8-4
전화 051-246-0737
영업시간 11:00~22:00 연중무휴

 

18번 완당집

“완당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천지가 내 것이로구나.” 간판에 적힌 한 마디가 허세인지 진짜인지는 먹어봐야 아는 법. 워낙 유명한 집이라 굳이 소개가 필요 없건만 늘 완당 한 그릇에 깔끔하게 해장했던 경험이 묘한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일본을 거쳐 부산에 정착한 얇은 피 만두인 완당이 개운한 다시육수에 담겨 나온다. 숟가락으로 나풀거리는 완당을 하나둘 퍼먹다 보면 금세 속이 뜨끈해져 전날의 숙취와 조갈이 말끔히 가신다. 함께 파는 ‘모밀’ 메뉴도 별미.

메뉴 완당, 모밀국수, 김초밥 등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3가 1
전화 051-245-0018
영업시간 10:30~22:00

 

수복센타

‘소의 사태살에 붙어있는 힘줄’을 일본어로 칭한 ‘스지’와 부산 어묵이 만나 한 그릇 아름다운 ‘스지어묵탕’으로 완성됐다. 요즘은 서울 등지에서도 스지탕을 쉽게 맛볼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원조를 먹어봐야 한다. 수복센타는 백광상회와 함께 토박이들만 아는 스지어묵탕 최고 맛집이다. 쫄깃한 스지와 격이 다른 부산 어묵이 해물과 어우러진 맛이 기가 막히다. 특히 추운 계절에 맛보길 추천한다.

메뉴 스지어묵탕, 메로구이 각 25,000원, 다다끼, 육회, 홍어 등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2가 15
전화 051-245-9986
영업시간 16:00~02:00,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바다집

복잡한 국제시장 구제골목에 있어 찾기도 어렵고, 최근 방송을 타기 전까진 부산 토박이들도 잘 모르는 집이었다. 대표 메뉴인 수중전골은 이름대로 낙지, 새우, 조개 따위 온갖 바다 생물이 가득 담겨 나온다. 역시 국제시장 맛집인 개미집의 낙곱새처럼 첫 숟갈부터 감칠맛이 느껴지는 음식은 아니다. 단순하고 개운한 맛을 시작으로, 끓이면 끓일수록 달짝지근한 깊은 맛이 우러난다. 흡입 끝에는 우동 사리가 기다리고 있다.

메뉴 수중전골, 낙지볶음, 낙새, 낙곱, 소곱창 등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신창동2가 17-3
전화 051-245-1924
영업시간 11:30~22:00

 

서면

오스테리아 부부

꾸준히 사랑받는 초량 본점에 이어 작년에 서면에 2호점을 열었다. 오스테리아 부부 세콘도의 컨셉은 본점과 같다. 가성비 좋은 이탈리안 코스 요리와 와인을 내는 것. 덕분에 괜찮은 이탈리안 요리를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된 건 중요한 덕목이다. 유명한 전채요리인 광어 타르타르와 제철의 식재료로 만든 서양식 생선, 고기 요리, 파스타 등을 푸짐하게 맛보고 싶다면 예약해보자. 해운대에 3호점인 오스테리아 부부 테르조도 있다.

메뉴 런치, 디너 코스요리, 다양한 단품요리, 100여 종의 와인 등
주소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동 516-73
전화 051-819-6190
영업시간
런치 11:30~15:00(Last Order 14:00), 디너 16:30~24:00(Last Order 23:00), 일요일 휴무

 

남천동

덩굴아나고

 

특별한 구경거리가 없는 남천동에 들러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 덩굴아나고. 일단 들어가면 아나고구이를 양껏 시킨다. 서버 아주머니가 연탄불 위에 하얗고 살 오른 붕장어 토막들을 얹어 굽기 시작하고, 손님은 그저 먹을 준비만 하면 된다. 붕장어 일부는 덩굴아나고만의 특제 양념 소스를 찍어 굽는데, 시뻘건 비주얼만 봐도 침이 고인다. 마늘 고추를 얹어 상추, 깻잎에 싸서도 먹고 그냥도 먹고 찬으로 나오는 시원한 물김치랑도 먹다 보면 어느새 아나고는 사라지고 없다. 아쉬워 말고 매운탕도 시키자. 아나고 뼈로 우리고 제피를 얹어 ‘여기가 부산이다!’라고 외치는 매콤한 국물은 훌륭한 마무리다.

메뉴 아나고구이 15,000원, 매운탕 5,000원
주소 부산 수영구 남천동 301
전화 051-626-3592
영업시간 매일 12:00~22:00 연중무휴

 

해운대, 미포 일대

면옥향천

 

언뜻 보면 그저 그런 평범한 동네 가게일 것 같은 무색무취의 외관이라 그냥 지나치기에 십상일 테지만, 메밀요리와 돈가스를 주메뉴로 파는 면옥향천은 결코 음식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가게에 걸린 게시판에는 “단 메밀과 쓴 메밀을 섞은 엄선된 메밀가루를 사용”하고, “껍질째 갈아서” 갈색을 띠는 메밀을 “직접 제면”한다고 쓰여 있다. 과연 먹어보면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메밀과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실한 고기를 먹음직스럽게 튀겨낸 돈가스도 일품. 사실 가게에서 파는 모든 메뉴가 다 맛있다.

메뉴 다양한 소바 요리, 막국수, 돈가스, 고로케, 유부초밥 등
주소 부산 해운대구 우2동 1185-77
전화 051-747-4601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Break time 16:00~17:00), 일요일 휴무

 

아저씨대구탕

해운대와 달맞이고개 사이 미포에는 냉동 대구를 사용하는 대구탕 맛집들이 많다. 그중 아저씨대구탕은 맑은 국물에 넓적한 무 몇 덩어리와 큼지막한 대구살이 나오는데 그 맛이 묘하게 칼칼해 술꾼들의 사랑을 받는 집이다. 냉동이라 생대구탕보다 가격이 저렴해 문턱이 낮은 것도 장점. 아저씨는 돌아가셨고, 확장 이전하기 전 오래된 공간의 운치 또한 아쉽지만, 맛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메뉴 대구탕 10,000원, 대구뽈찜 30,000~40,000원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1동 964
전화 051-746-2847
영업시간 07:00~21:00

(메인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출처)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