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Play Misty for Me> 표지

‘Misty’는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에롤 가너(Erroll Garner, 1923~1977)가 1954년에 작곡한 재즈 스탠더드 곡이다. 원래 피아노 연주곡이었던 이 곡은, 1959년 인기가수 자니 마티스(Johnny Mathis)의 노래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빌보드 핫 100’ 12위에 오르는 히트를 쳤다. 그 후 자니 마티스의 ‘Misty’는 사랑에 빠진 감정을 표현하는 발라드 곡의 대명사가 되었다.

자니 마티스 'Misty' with Lyrics

열혈 재즈 애호가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71년 감독으로 데뷔하면서 이 노래를 메인 테마로 쓴다. 그는 영화 제작 전 콘코드 뮤직 페스티벌(Concord Music Festival)에 참여한 에롤 가너를 직접 찾아가 음악 사용을 허락 받았으며, 에롤 가너는 명목적인 소액만 받고 영화에 쓰일 곡을 새로 녹음해 주었다고 한다.

'Misty' 녹음에 대해 협의 중인 에롤 가너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 사진 출처 pitt.libguides.com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1971)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Misty’를 틀어 달라고 조르는 정신병 여인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라디오 DJ 역할도 겸했다. 그는 당시에는 실험적인 장르였던 스토커 스릴러에 최초로 도전했고, 미국 시장에서만 제작비의 15배를 벌어들이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그는 영화감독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는다.

영화 <Play Misty for Me> 예고편

‘Misty’의 탄생 비화도 유명하다. 평생 피아노 악보를 읽거나 쓰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던 에롤 가너는 1954년 뉴욕에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안개로 가득 찬 창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멜로디를 떠올렸으나 악보로 기록할 수 없었다. 그는 도착 직후 바로 호텔로 가 피아노로 멜로디를 연주해 녹음했다. 그렇게 단숨에 만들어진 곡이 바로 에롤 가너의 재즈 명곡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로 쓰인 ‘Misty’다.

피아노 건반을 보지 않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연주하는 에롤 가너의 모습에서 항상 쾌활했던 그의 밝은 성격과 재즈 거장의 면모를 확인해보자. 악보도 없이 녹음만으로 명곡을 완성한 에롤 가너가 왜 “Brilliant Virtuoso(명석한 거장)”로 불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에롤 가너 'Misty' 연주 실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