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들어가기 앞서 계약서의 시퀄(Sequel, 후속편), 프리퀄(Prequel, 이전 사건을 다룬 속편) 조항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 핵심 조항이다.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에 투자하여 흥행에 성공할 경우, 후속 작품은 이미 확보된 인지도와 팬덤을 기반으로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제작비 또한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 개발비, 다양한 소품, 기존 촬영분으로 인해 훨씬 경제적이며, 컴퓨터 그래픽(CG) 비용부담이 큰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캐릭터 인기가 높은 영화일 경우 프랜차이즈에서 오는 수익은 막대하다. 영화 티켓 매출은 DVD, 음반, 게임, TV 시리즈, 캐릭터 상품, 테마공원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프랜차이즈 매출의 일부일 뿐이다.

마블을 보유한 디즈니와 DC 코믹스를 보유한 워너는 프랜차이즈 양대 산맥이다

할리우드의 역대 프랜차이즈 영화 순위를 보면, 최근에도 후속편 개봉이 이어지는 익숙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기본 흥행이 보장되거나 시장 점유율이 높아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 주는 캐쉬 카우(Cash Cow)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에, 수년 전부터 메이저들은 마블 코믹스나 DC 코믹스 같은 대형 만화업체를 인수하여 수천 개의 캐릭터를 확보하는데 공을 들였다. 영화 <존 카터>(2012)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대 영화 프랜차이즈 12선에는 어떤 영화들이 포진하고 있는지 2회에 걸쳐서 알아 보았다. 세계 극장수입 기준이므로 상품 판매 등 후속 매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1.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2008~2019)

2005년 마블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직접 영화제작에 뛰어든 마블이 기획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는, 마블 코믹스의 만화 작품에 기반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중심으로 드라마, 만화, 게임, 단편 작품을 공유하는 가상 세계관이자 미디어 프랜차이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신호탄으로 2019년의 3단계까지 매년 영화 2편씩 총 22편을 제작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116억 달러(약 13조원)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였다. 마블은 2009년 총액 40억 달러 규모에 디즈니의 자회사가 되어 디즈니와 마블을 결합한 캐릭터 제국을 이루었다.

마블은 매년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선보인다. 최근에 선보인 <블랙 팬서> 예고편

 

2. <해리 포터(Harry Porter)>(2001~2018)

조앤 K. 롤링의 4억부 이상 판매된 인기 판타지 소설 판권을 워너 브라더스가 구입하여 프랜차이즈 영화로 탄생시켰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8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 영화가 나왔으며, 이어서 역시 롤링의 후속 작품인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세 편이 이어진다. 이제까지 총 85억 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렸으며, 2016년 처음 선보인 <신비한 동물사전>은 2018년에 2탄, 2020년 3탄이 예정되어 있다.

2016년 11월 개봉한 <신비한 동물사전> 예고편. 후속편은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3. <스타 워즈(Star Wars)>(1977~2019)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되는 SF 영화의 고전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6부작을 시작으로 수많은 캐릭터와 광선검의 선풍적 인기를 안고 하나의 우주관을 형성하였다. 원래 20세기 폭스가 배급을 맡았으나, 2012년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면서 이제는 디즈니가 배급에 나설 예정. 1977년부터 지금까지 12편의 영화로 76억 달러의 극장 수입을 기록하였다. 2017년 말 <Star Wars: The Last Jedi>가 개봉되었다.

<Star Wars: The Last Jedi>의 공식 예고편

 

4. <007 제임스 본드(007 James Bond)>(1963~2015)

이언 플레밍(Ian Fleming, 1908~1964)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 영화로 국제 스파이물의 대명사가 되었다. 플레밍이 사망한 1964년 이후에는 여러 명의 소설가가 나눠 각본을 쓰고 있다. 1962년 <닥터 노>가 첫 영화였으니 프랜차이즈 역사 50년을 훌쩍 넘겼으며, 모두 6명의 제임스 본드 배우가 출연한 25편의 영화로 70억 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렸다. 매 영화마다 본드 걸, 본드 카, 타이틀 송, 본드의 신형 무기, 악역 배우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2015년 개봉된 최근작 <스펙터> 이후 다음 영화에 대한 발표는 아직 없는 상태.

<007 스펙터> 예고편. 다니엘 크레이그가 피로감을 호소하여 배우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2001~2014)

1930년대 출판된 톨키엔(J. R. R. Tolkien)의 인기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워너 산하의 뉴라인시네마(New Line Cinema)와 피터 잭슨 감독이 협력하여 장대한 서사극 영화로 만들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세 편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2012년부터 톨키엔의 이전 작품을 기반으로 한 <호빗> 시리즈 세 편을 추가로 만들었다. 단지 여섯 편으로 59억 달러를 벌어들여, 가장 알짜배기 프랜차이즈 영화로 남았다.

팬필름 <The Hunt for Gollum>은 1천 3백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호평을 받았다.

 

6. <패스트 앤 퓨리어스(The Fast and The Furious)>(2001~2021)

원래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둔 영화는 아니었으나, 2001년 <분노의 질주>가 대단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유니버설 영화사의 핵심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폴 워커(Paul Walker)가 스타로 부상한 시리즈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재미동포 배우 강성호가 고정 캐릭터로 출연하기도 하였다. 총 10편의 영화로 5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2017년 4월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국내에서 360만 관객수를 기록하였다

(2편에 계속됩니다)

(메인이미지 출처- www.trendhunter.com/trends/movie-franchis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