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유독 우울한 기분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많다. 굳이 차가운 도시인 모드로 과학적 설명을 곁들이면, 이는 일조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세로토닌이 감소, 감정 조절이 불안해지는 현상으로 ‘계절적 정서장애’라고 불린다. 물론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은 ‘가을 탄다’라는 말을 더 애용하지만. 문제는 이럴 때 꼭 평소 외면하고 있던 부정적 감정들이 증폭된다는 것. 가족, 직장, 연애 같은,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하는 성장통이 고개를 들곤 하는 것이다.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산책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부터 소개하는 공감 영화들을 보며 내 안의 진짜 문제들을 차분히 보듬는 건 어떨까?

 

1. 일상과 꿈이 부딪혀 답답한 당신에게, <꿈보다 해몽>

A Matter of Interpretation l 2014ㅣ감독 이광국ㅣ출연 신동미, 김강현, 유준상

서른 중반을 훌쩍 넘도록 무명인 한 여성 연극배우가 오늘도 역시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은 공연장을 박차고 나온다. 무작정 향한 공원에서 홀로 소주를 마시던 배우 앞에 문득 한 형사가 나타나고, 그들은 서로의 꿈 이야기를 통해 남자친구와의 이별, 아픈 누나를 둔 사연을 나눈다. 꿈을 좇고는 있지만, 팍팍한 일상과 싸늘한 주변의 시선으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한 번쯤 보여주고 싶은 어른들의 동화 같은 영화.

<꿈보다 해몽>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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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 많고 탈 많은 ‘가족’ 때문에 심란한 당신에게, <철원기행>

End of Winterㅣ2014ㅣ감독 김대환ㅣ출연 문창길, 이영란, 김민혁, 이상희

평생을 철원의 고교 교사로 재직한 아버지의 정년 퇴임식에 온 가족이 모인다. 화목함과는 거리가 멀어, 오늘도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가족들 앞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이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듣기만 해도 불편한 상황인데, 설상가상 폭설로 인해 2박 3일간 같은 공간에 묶여 있어야 한다. 치워도 치워도 계속 쌓이는 철원의 눈처럼 걷어도 걷어도 쌓이는 가족 간의 해묵은 갈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 가족의 처절한(?) 눈싸움에 대리만족이라도 해보자.

<철원기행>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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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립고 애틋한 사람을 생각하는 당신에게, <할머니의 먼 집>

DEAR GRANDMAㅣ2015 l 감독 이소현ㅣ출연 박삼순, 이소현, 장춘옥

외할머니. 듣기만 해도 코끝이 시큰거리는 네 글자다. 이소현 감독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아흔셋의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업준비는 조금 미뤄두고 할머니 곁을 지키기로 한다. <할머니의 먼 집>은 외할머니인 박삼순 여사가 홀로 사는 시골집을 자주 찾으며 같이 밥도 먹고 꽃도 키우고 막걸리도 마시는 일상을 이소현 감독이 직접 카메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자식들, 손자 손녀들까지 다 장성하여 떠난 후 홀로 남아 외로움을 꾹꾹 삼키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의 외로움을 어떻게든 보듬으려는 손녀의 모습이 뭉클하고 애틋한 감성을 전달한다. 다행히도 박삼순 할머니는 건강히 지내고 계신다고. 현재 절찬 상영 중이니, 극장에서 직접 공감의 기쁨을 만끽해보자.

<할머니의 먼 집>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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