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음악축제가 있을까? 저렴한 티켓 가격과 편리한 접근성, 무엇보다 인디 신에서 주목하는 전 세계 신진 아티스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 올해도 어김없이 즐거웠던 ‘잔다리페스타 2016’, 그 마지막 밤을 직접 체험했다.

잔다리페스타는?
2012년부터 시작한 대한민국 인디 음악축제다. 홍대 인근 공연장을 중심으로 사나흘간 열리며, 매년 국내외 100팀 이상의 뮤지션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서교동의 옛 지명인 '잔다리'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홈페이지 www.zfesta.com/ko


PM 5:00~5:30 @클럽 스틸페이스
키라라(KIRARA)

키라라는 ‘이쁘고 강한 음악’을 모토로 하는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다. 그가 공연하는 클럽 스틸페이스는 지하에 위치한 여타 공연장과 달리 지상 5층에 자리잡고 있다. 다소 이른 시간이라 관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강렬한 비트에 몸을 맡긴 몇몇 사람들을 보며 이내 긴장을 내려놓았다. 키라라 옆에 있는 간이 의자에는 청하 한 병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보며 ‘알코올처럼 묘하게 중독되는 음악이구나’ 생각했다. 잠시 다른 시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멍하니 음악에만 집중한 시간이었다.




PM 5:30~6:00 @무브홀
Pola Rise(폴라 라이즈)

‘폴란드의 비요크(Bjork)’라는 별명을 알기 전에도, Pola Rise의 음악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꼭 비요크 같이 아름답고 몽환적인 목소리를 가졌다고. 무대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멋졌다. 프로듀서 MANOID의 일렉트로닉 사운드, TODERA의 잔잔한 기타 선율과 함께 가녀린 체구에서 막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보컬 Pola Rise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는데도 마냥 즐거워 보였다. 특히 그녀의 파란 머리칼은 푸른 조명을 받아 더욱 푸르게 찰랑거렸다.




PM 6:00~7:00 @무브홀
바버렛츠(The Barberettes)

▲ 왼쪽부터 박소희(보컬), 경선(보컬), 안신애(보컬/기타)

‘잘한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기에 이들의 라이브가 더욱 궁금했다. 공연은 바버렛츠 멤버들이 각종 악기와 마이크 음향을 꼼꼼히 체크하느라 15분 늦게 시작됐다. 애타는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이들은 공간을 꽉 채울만큼 뛰어난 성량과 하모니를 들려주었고, 더욱이 훌륭한 퍼포먼스로 외국인 관객들까지 환호를 내지르게 했다. 올해 9월 말에 발표한 싱글 ‘Love Shoes’도 들을 수 있었는데, 기분 좋은 후렴구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올해 처음으로 잔다리페스타에 참여한 바버렛츠, 참 잘한다!




PM 7:00~8:00 @스틸페이스 루프탑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BbdTRIO)

▲ 왼쪽부터 백옥성(베이스), 이용준(드럼), 최새봄(베이스, 보컬)

완전히 해가 졌음을 새삼 깨달은 시각, 스틸페이스 루프탑은 어두운 클럽들과는 달리 유독 환하게 빛났다. 루프탑 배경으로 고스란히 펼쳐진 홍대의 전경은 묘한 낭만적 정취를 발산하고 있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를 찾아온 사람들로 아담한 루프탑이 채워지고, 그들은 차분하게 마지막 곡 'Untitled'를 연주했다. 촘촘하게 모여 앉은 이들이 하나같이 기다렸을 신곡이다. ‘아톰북’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빅베이비드라이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최새봄이 멤버들을 맞이하여 지난 7월, 앨범 [bbdTRiO]을 냈다. 아톰북 시절부터 함께 했던 백옥성이 베이스를 맡았고, ‘비둘기우유’의 드러머이기도 한 이용준이 특유의 섬세한 리듬을 더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로 완성된 몽환적인 일렉트릭 사운드는 제법 선선해진 10월의 밤을 따듯하게 데웠다.




PM 8:00~9:00 @무브홀
단편선과 선원들
(Danpyunsun and the Sailors)

▲ 왼쪽부터 장수현(바이올린), 회기동 단편선(기타, 보컬), 최우영(베이스), 장도혁(퍼커션)

단편선과 선원들에게 무브홀의 무대는 너무 작았다. 설령 더 넓은 공간이었다 해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클래식, 재즈, 포크팝, 엑스레이먼트 록 같은 다양한 음악을 아우르는 그들에게 공간뿐 아니라 60분이라는 공연 시간도 사실 부족했다. 실험적인 포크 음악을 추구해온 회기동 단편선을 주축으로 2013년 결성된 4인조 그룹의 에너지는 4명의 그것 이상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정규앨범 [동물]의 ‘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파워는 클럽 안의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단편선의 보컬, 장수현의 바이올린, 최우영의 베이스, 장도혁의 퍼커션으로 탄생한 기괴하고, 아름답고, 중독적인 이들의 음악은 평론가들이 칭한 것처럼 ‘괴물’임이 분명했다.




PM 9:00~10:00 @롤링홀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 왼쪽부터 이주현(베이스, 보컬), 김희권(드럼, 코러스 보컬), 박종현(기타, 보컬)

“밤새 놀아나보자. 밤새 춤을 춰보자. 밤새 불태워보자.”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정규앨범 3집 수록곡 ‘호롱불’의 가사를 몸소 실천했다. 이들의 무대가 얼마나 폭발적이었는지 설명하자면, 무대 스피커 앞을 차지한 팬들의 청각이 새삼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에너지 넘치는 라이브로 정평 난 최정상 록 밴드다운 웅장한 사운드는 클럽 안을 가득 채웠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특유의 개러지 락, 펑크,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듣는 순간만큼은 고개나 발가락, 둘 중 하나를 움직이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잔다리페스타의 마지막 밤, 화끈한 앙코르가 남긴 여흥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본문이미지, 영상- ⓒ인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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