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그가 ‘다리밑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시절을 인터넷의 한 블로그를 통해 지켜봐 왔다. 2013년 75A라는 이름의 밴드 앨범을 구상하던 중, 같은 해 대중음악상 신인상을 받은 404의 앨범 <1>을 작업한 프로듀서이자 엔지니어인 천학주 씨와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튜디오 엔지니어와 보일러 기사는 같은 엔지니어일지라도 꽤 큰 차이가 있다. 사운드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뮤지션이 생각한 컨셉들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는 그런 부분들을 해결하고 뮤지션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헌진 <지난 여름>, 단편선과 선원들 <동물>, 404 <1>의 프로듀서이자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이하 머쉬룸)’ 엔지니어인 천학주 씨를 만났다.

Q.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만 정작 음악을 완성하는 스튜디오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머쉬룸에선 보통 어떤 일이 일어나나?
A. 주로 녹음을 비롯한 믹싱 작업이 이루어진다. 다른 스튜디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딱딱하게 작업만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입이다. 작업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보통 나와 가까운 뮤지션 친구들이기 때문에 종종 같이 맥주도 마시고,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놀기도 한다.

Q.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로서의 첫 커리어는 언제인가?
A. 2013년 1월 머쉬룸 운영을 시작했지만, 2006년부터 다리밑스튜디오에서 펑크 밴드들의 작업을 했다. 당시 이름도 없는 밴드도 있었고, 초창기 파인드 더 스팟(Find The Spot)과 작업하기도 했다. 2010~2011년에 같이 작업했던 하헌진의 <지난여름> EP, 404의 <1>이 1년이 지나고 2012년에 발매될 즈음 머쉬룸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마침 그때 작업했던 뮤지션들이 입소문을 좋게 내줬다.

Q. 꼭 음악의 전문적인 부분들을 공부하지 않아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음악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 한계에 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엔지니어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런 상황들의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라고 보나?
A. 작업환경이 좋지 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해오면서 내가 만드는 것들이 뭔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는데, 바로 스피커를 바꿨을 때다. 하지만 작업하는 룸이 좋지 않으면 녹음 소리가 음향적으로 좋은지 나쁜지 정확한 구분을 하기가 힘들다. 점점 홈레코딩 방식으로 작업하는 뮤지션들이 많아지면서 집에서 작업한 것을 스튜디오로 가져올 때 자신이 듣던 소리와 스튜디오에서 듣는 소리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부분에서는 딱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주기가 힘들다. 모든 음악가에게 좋은 스피커와 좋은 작업환경을 갖추라고 얘기할 순 없으므로. 대신 일을 할 때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보완하고 뮤지션들에게 사운드적으로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작업하는 밴드와 뮤지션마다 매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나?
A. 완전히 클라이언트 요구에 맞춰서 믹싱을 하는 일도 있다. 반면 내가 프로듀싱을 맡거나 믹싱을 맡은 음악 중에선 대중성이 없는 음악도 있는데, 그런 음악은 단순히 사운드를 매끈하고 편하게 만드는 게 답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오히려 그럴 때는 뮤지션이 정확하게 어떤 것을 원하는지 바로바로 캐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거나 국내 뮤지션들의 신보를 꾸준히 듣는 편이다.

Q. 시그니처에 대한 고집이나, 어떤 작업을 하건 끝까지 지켜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A. 사실 밴드의 프로듀서로서,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로서 그런 고민은 끊임없이 한다. 하지만 항상 다른 뮤지션과 밴드를 마주하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되게 위험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일단 뮤지션들이 준 악기들 소리는 무조건 다 들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업에 집중한다. 밸런스를 맞춰 놓고 뮤지션들의 요구에 맞춰 그때그때 진행을 하는 거다. 근데 그건 되게 기본적인 것들이고, 당연히 귀에 배어 있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느낌들이 좋다. 음악을 가려서 듣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펑크를 비롯한 여러 밴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장비와 프로세스를 채워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천학주 엔지니어가
추천하는 다섯 곡


1. T.R.A.M. ‘Seven Ways Till Sunday’

 

2. CHON ‘Splash’

3. Deftones ‘digital bath’ [바로가기]

4. Intervals ‘I'm awake’ [바로가기]

5. Rise Against ‘Prayer Of The Refugee’ [바로가기]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를 통해 발매된 음악 네 곡


1. PAVLOV(파블로프) ‘내일해(Do It Tomorrow)’

2. 마치킹스(The March Kings) ‘로즈메리(Rosemary)’

3. 단편선과 선원들(Danpyunsun and the Sailors) ‘공(Ball)’ [바로가기]

4. we hate jh ‘표류’ [바로가기]

 

머쉬룸레코딩 스튜디오
홈페이지 mushroomrecording.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MushroomRecordingStudio


Writer

GRAYE는 군산 출신의 프로듀서다. 비트 신의 음악을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해, 전시와 무용 등 다방면의 예술 세계를 만나는 것으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3년 [MON] EP로 인상적인 데뷔를 치렀고 [{notinparis}], [Junk Pixel/Empty Space] 등의 음반을 발표했다. 토키몬스타(TOKiMONSTA), 온라(Onra) 등의 내한 파티에서 오프닝을 맡는 동시에 '소음인가요', 'Crossing Waves' 등의 전시에 참여하고 'Fake Diamond' 무용 공연에 뮤직 수퍼바이저로 참여하는 등 현재 한국 비트 뮤직 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GQ KOREA는 그를 ‘6인의 비트메이커’로 선정했고, [Junk Pixel/Empty Space]는 린 엔터테인먼트가 꼽은 2015년 한국 팝 싱글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