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의 일흔을 도전과 열정이 한층 왕성해진 나이라고 부르자. 그 나이를 훌쩍 넘긴 노장 감독들은 여전히, 멋있는 영화를 찍는다. 그리하여 리들리 스콧, 기타노 다케시, 폴 버호벤, 우디 앨런의 영화가 최근에도 극장가를 찾아왔다. 굵직한 연륜을 바탕으로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는 노장 감독들의 영화들은 그 무엇보다 신선한 작품으로 꼽힌다.

 

71세, 기타노 다케시의 <8인의 수상한 신사들>

Ryuzo And The Seven Henchmenㅣ2015ㅣ감독 기타노 다케시ㅣ출연 후지 타츠야, 기타노 다케시 등
<8인의 수상한 신사들> 촬영현장 및 스틸컷. 기타노 다케시

가장 ‘젊은’ 노장부터 들여다보자. 폭력과 순수를 넘나드는 얼굴로 상식과 관습을 뒤엎는 감독이자 배우, 여전히 왕성한 코미디언, 화가, 작가인 기타노 다케시(Takeshi Kitano)다. 그는 최근 할리우드 실사판으로 제작하여 화제를 모은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2017)에서 녹슬지 않은 연기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7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 <8인의 수상한 신사들>(2015)로 국내 극장가를 찾아왔다. 은퇴한 야쿠자 두목인 '류조'(후지 타츠야)와 8명의 전직 야쿠자 할아버지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다룬 영화로, 살벌한 야쿠자와 어딘가 어설픈 '꼰대'를 넘나드는 캐릭터들이 진정 노익장을 펼쳤다. 기타노 다케시의 깨알 같은 연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8인의 수상한 신사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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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폴 버호벤의 <엘르>

Elleㅣ2016ㅣ감독 폴 버호벤ㅣ출연 이자벨 위페르, 로랑 라피트, 앤 콘시니
<엘르> 촬영현장. 폴 버호벤 감독과 이자벨 위페르

인간의 욕망을 섬세하게 다루는 감독으로 평가받는 폴 버호벤(Paul Verhoeven) 감독이 80세의 나이에 신작 <엘르>를 선보였다. 초기작보다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작품들을 제외하면 거의 15년 만의 귀환이다. 다행히(?) 이번 작품은 일찌감치 평단의 반응이 뜨겁다. 어느 날 괴한의 침입을 받은 여성 '미셸'(이자벨 위페르)이 홀로 범인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감성 스릴러로, 파격적인 소재와 캐릭터를 암시하며 기대를 모았다. 특히 1980년대 SF 명작으로 꼽히는 <로보캅>(1987)과 대담한 성적 묘사를 담은 세기의 스릴러 <원초적 본능>(1992)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폴 버호벤 감독의 귀환이 더없이 반가울 것이다. 폴 버호벤 감독은 이번 작품을 두고 "클리셰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고 설명하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캐스팅에 난항을 겪으며 논란이 된 미셸 역을 소화해낸 이자벨 위페르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제74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여우주연상 수상에 이어 <세일즈맨>, <토니 에드만> 등을 제치고 감독 생애 첫 외국어영화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엘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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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커버넌트>

Alien: Covenantㅣ2017ㅣ감독 리들리 스콧ㅣ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서린 워터스턴
<에이리언: 커버넌트> 촬영 현장. 리들리 스콧 감독

지난 해 5월 개봉한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가 전 세계에 저력을 입증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작품은 약 40년 역사를 이어온 <에이리언> 시리즈의 부활인 만큼 특히 기대를 모았고, 결과적으로 팬들은 2017년의 에이리언에 열광했다. 1979년 처음 선보인 <에이리언>을 통해 시대를 앞서간 SF 장르의 개척자로 불려온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이 또 한 번 영화계를 혁신한 셈이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회자되는 대표작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블레이드 러너>(1982), <글래디에이터>(2000), <마션>(2015) 같은 막강한 블록버스터부터 <델마와 루이스>(1991)로 대표되는 획기적인 페미니즘 드라마까지. 팔순이 넘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다음 작품을 마땅히 기대하게 한다. 참고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커버넌트> 개봉 당시 한 인터뷰에서 <에이리언: 어웨이크닝>이라는 후속편을 언급하며, 또 다른 <에이리언> 시리즈의 제작을 암시하기도 했다. 노장의 상상력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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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우디 앨런의 화려한 재개봉

<매치 포인트>, <스쿠프>, <로마 위드 러브>

<로마 위드 러브> 스틸컷. ‘제리’ 역으로 출연한 우디 앨런 감독

거의 매년 영화 한 편 이상을 만들어내는 열정적인 감독이자, 노장 감독들의 큰 형님이라 불러도 좋을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을 올해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메가박스는 6월 8일부터 개최하는 우디 앨런 기획전을 통해 그의 옛 작품 세 편 <매치 포인트>(2005), <스쿠프>(2006), <로마 위드 러브>(2012)를 재상영한다. 우디 앨런 영화에 빠지지 않는 배경인 뉴욕을 벗어난 새로운 도시의 작품, 마땅히 새로운 시도로 불리는 대표작들이기도 하다. 약 80편이 넘는 작품 중에서 특히 우디 앨런 특유의 로맨스를 보고 싶다면 이번 재개봉작들을 먼저 봐도 좋다. 당시 70대의 우디 앨런이 찍었던 영화에서 지금 봐도 손색없는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작년 연출한 <카페 소사이어티>(2016)로 여전히 멋진 감각을 드러낸 우디 앨런은 현재 케이트 윈슬렛, 주노 템플,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주연으로 한 새 영화를 작업 중이다. 아마 노장은 올해 역시 새 필름을 들고 돌아오지 않을까.

<로마 위드 러브>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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