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gloryhole_light_sales, 이하 글로리홀)는 조명을 제작해 판매한다. 성적인 함의가 담긴 것으로 자주 오해받는 ‘글로리홀’은 유리 공예에 사용하는 불가마에서 이름을 따왔다. 글로리홀의 조명을 만드는 박혜인은 그런 오해도 흥미롭게 생각하는 듯한데, 사실 ‘글로리홀’을 성적인 단어로만 알고 있던 사람도 글로리홀이 조명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듣는다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아주 내밀한 관계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도 광원의 조도는 실로 분위기를 특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빛은 공간과 사건의 인상을 만드는 데 크게 관여한다. 밤 중 불을 밝힌 주택가와 변두리 환락가의 인상은 분명 다르다. 도심 빌딩 옥상에 설치된 옥외광고판의 선명함, 외곽 도로의 주황빛 나트륨 등, 불꽃놀이와 유등 축제를 즐기러 밤길을 나서는 사람들. 밤을 밝히는 인공의 조명들은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집 안에서의 조명은 어떤가. 간단히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듣는 조언은 집 안의 조명을 교체하라는 것이다. 술집이나 카페가 백색 형광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 듯, 백색 형광등 대신 황색의 조명으로 바꾸면 공간의 인상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조금 더 따뜻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촛불을 밝힌다. 사적인 공간에서 조명을 교체하고 촛불을 밝히는 이들은 빛의 효과를 알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인공조명의 어떤 효과들과 그런 빛 속에 있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들, 특정한 빛을 원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글로리홀에서 볼 수 있는 조명들은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한다.

글로리홀의 조명들은 기성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손으로 직접 만든다. 고온의 토치로 유리를 녹인 후, 불거나 접합해 형태를 만드는 램프워킹(Lamp working) 기법으로 부드러운 모양을 만들어 씌운 전구 시리즈는 당연하게도 기성품처럼 규격화된 형태가 아니다. 몰드를 사용한 몰드블로잉(Mould blowing) 기법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속이 텅 비어야 하는 조명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 블로잉(Blowing), 공기를 주입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쇠파이프 끝으로 붉게 달아오른 유리에 숨을 불어넣는 과정은 많은 이들이 유리공예에서 떠올리는 바로 그 이미지다. 부드럽고 끈적해 보이는 뜨거운 유리에 숨을 불어 넣기 때문에 유리공예를 영화 <러브레터>(이와이 슌지, 1995)의 오타와 공방 장면처럼 로맨틱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리공예는 고온의 불을 다루는 거칠고 위험한 작업이다. 고온의 가마 속으로 흘깃 보이는 불은 가스레인지의 불빛보다 훨씬 강렬하게 밝다. ‘글로리홀’이라는 이름의 연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반고체와 고체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 유리라는 소재, 가마 속의 불처럼 보다 원초적인 빛의 인상이 글로리홀에게 중요한 주제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박혜인은 “가마 입구에서 타는 불이 사람을 홀린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나일론>, 2016. 5). 오팔 빛이 도는 비닐 조각을 구기고 잘라 붙여 외형을 구성한 ‘물이끼탄’과 ‘물이끼밤’은 사람을 홀리는 도깨비불처럼, 2016년 8월 서울인기 페스티벌에 등장했던 ‘불놀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할 법한 횃불처럼 생겼다.

광섬유를 유리 전구에 넣은 ‘꼬리유령’은 조명의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조명이다. 실용적 기준에서 굳이 따지자면 장식용 조명으로 분류될 것이다. 그런데 글로리홀 홈페이지(http://gloryholelightsales.com/)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있다. “…꼬리유령의 빛은 공간을 조광하는 조명으로서 부족한 듯 보이지만, 유리체 안의 공간을 자신이 놓인 세계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아름답게 밝히는 조명입니다.” 빛으로 주변을 밝히는 기능이 없이, 조명 그 자체의 감상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예술품과 제품 사이를 지향”(서울인기 페스티벌 글로리홀 소개 글 중)함은 글로리홀의 주요한 태도다.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들에서는 조명 그 자체의 형태와 기능 이외에도 조명과 공간과의 관계, 나아가 소유자 혹은 감상자의 체험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조명 빛 속에 있는 모델들의 역할, 이들이 만들어 내는 심상과 분위기를 담은 사진과 비디오들은 조명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실용의 관점을 넘어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감상의 측면, 오브제와 감상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고 제작되었다. 서울인기 페스티벌에서 진행한 ‘글로리 홀 나이트 쇼’는 조명과 관객을 촬영하여 즉석에서 인화해주는 기획이었고, 직접 참여자가 자신의 조명을 만드는 워크숍은 2015년 말부터 세 차례 진행했다. 세운상가와 커피숍, 갤러리와 서점 같은 다양한 공간에 조명을 전시하는 것 또한 장소와 각기 다른 관계를 맺는 오브제의 특성을 실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태도에 따르면 판매라는 행위 자체도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된다. 글로리홀의 이후 행보가 궁금한 이유다.

빛에 “홀린” 사람들이 글로리홀이 보여주는 빛나는 틈새를 무심히 지나치긴 어려울 것 같다. 반드시 구매하지 않더라도 글로리홀의 조명을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는 전시나 프로젝트 소식이 인스타그램에 종종 공지된다. 글로리홀의 빛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는 것은 발광 액정 화면으로 조명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 인스타그램
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 홈페이지

 

메인이미지 출처 글로리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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