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유영하는 갈매기, 모래를 더듬는 파도, 밤이면 휘황하게 빛나는 마천루, 먹음직스런 비린내가 발길을 붙드는 왁자지껄 시장의 풍경, 투박한 듯 정이 담긴 사투리까지. 제2의 수도, 영화의 도시처럼 별명도 많은 부산의 정취다. 문화, 경제, 생활들이 슬로건대로 ‘다이내믹’한 도시 부산에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먼저 보고 싶은 영화를 보자. 그리고 해가 저물면 바다로, 시장으로, 좁다란 골목길로, 그 어디로든 가자. 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 부산의 미미(美味)는 ‘맛’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부산역 주변

신발원

부산역에 도착해 한 번, 여행 끝에 부산역으로 와서 한 번 들르는 집이다. 부산역 앞 초량 차이나타운의 번성에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할 신발원의 주요메뉴는 군만두와 찐만두. 홀에 앉아 먹는다면 설탕을 취향껏 뿌려 먹는 콩국까지 추천하겠지만, 포장도 기본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집이라 홀에 자리잡는 건 꿈도 못 꾼다. ‘본점성애자’들에게는 안 먹힐 이야기이지만,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 지하에 분점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메뉴 고기만두, 물만두, 공갈빵, 꽈배기, 커빙 등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1동 561
전화 051-467-0177
영업시간 11:30~20:00, 화 휴무

 

마가만두

신발원의 줄이 못마땅해 들어간 이가 그 맛에 반해 나오는 집이다. 간판에 ‘만두’를 기재한 집다운 군, 찐, 물만두와 볶음밥, 오향장육, 탕수육, 깐풍기 같은 식사와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홀려 이것저것 시키면 자연히 상하나가 가득 차는데 비우는 건 순식간이다.

메뉴 물만두, 찐만두, 군만두 등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1동 563
전화 051-468-4059
영업시간 11:00~21:00(16:00~17:00 break), 첫, 셋째 주 월 휴무

 

평산옥

무려 역사가 100년 이상이다. 4대째 내려온, 그것도 1890년에 독립운동자금을 대기 위해 개업한 맛집이라면 의무감에라도 한 번은 들러야 하지 않을까. 돼지고기 수육과 국수, 여름 한정인 열무국수가 메뉴의 전부. 수육을 시키면 김치류 반찬 몇가지, 세 가지 장이 단출하게 나오는데, 식혜 국물로 만든 엿기름 장인 ‘질금장’은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국수 한 젓가락에 1인분도 주문이 가능한 깔끔한 돼지고기 수육 한 점을 곁들여 먹으면 자연스레 소주 생각이 난다.

메뉴 수육 9,000원, 국수 3,000원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591-11
전화 051-468-6255
영업시간 10:00~21:00, 일 휴무

 

수정동

해흥관

이 집에 오면 재촉하지 말자. 노년에 접어든 어르신 한 분이 잡다한 일부터 음식, 서빙까지 모든 걸 다 한다. 깔끔한 집만 고집한다면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족히 수십년은 넘었을 공화국 시절 주상복합건물 1층, 시장통처럼 꼬부라진 미로 길에 다닥다닥 자리한 가게들 사이에 해흥관이 있기 때문이다. 허들이 많아서 욱한다고? 일단 먹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낌없이 넣은 해물과 자연스러운 단맛을 주는 채소가 어우러진 국물은 식사로도 해장으로도 더할 나위가 없다.

메뉴 일반짬뽕과 얼큰짬뽕 5,000원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수정2동, 수정시장 상가 내
전화 010-4288-0056

 

중앙동 일대

겐짱카레

옛 부산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중앙동 골목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카레집이 있다. 거무튀튀한 특유의 일본 카레에 달걀부침이 얹어진 시그니처 메뉴 겐짱카레는 5,500원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고로케카레 또한 완성도가 높고, 한정으로 하루 20접시만 파는 햄버그카레 등 메뉴도 다양하다. 중앙동을 산책하다 만만하게 들어가 반갑게 먹을 수 있는 기특한 식당이다.

메뉴 켄짱카레, 고로케카레, 생선카레, 돈까스카레, 새우카레 등
주소 부산시 중구 중앙동4가 42-2
전화 051-461-0092
영업시간 11:00~20:00

 

중앙식당

한 자리에서 50년 이상 영업해온 대구탕 집이다. 한 번에 찾기 힘든 좁은 골목길 끝에 다다르면 오래된 가정집 같은 장소가 드러난다. 각종 회를 판매하는 횟집이지만, 가장 유명한 메뉴는 생대구탕. 생대구로 만들어 꽤 값을 치러야 하지만 먹고 나면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로컬 재료로 만든 여러 가지 반찬만으로도 식사할 수 있을 정도이고, 커다란 대구 절반이 통으로 턱 나오는 대구탕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다. 무로 낸 맑은 국물에 소주 한 잔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운 좋을 땐 고니도 국물에 섞여 나오는데, 혀에서 무너지는 진한 맛이 여느 치즈와 비할 바가 아니다.

메뉴 잡어회, 광어회, 회비빔밥, 생대구탕 2만 원
주소 부산시 중구 중앙동1가 22
전화 051-246-1129
영업시간 9:00~21:30

 

뚱보집

  중앙동과 남포동 사이 허름한 골목길에선 매일 주꾸미 굽는 소리가 들린다. 불맛이 느껴지는 구수한 매운 향에 이끌려 자연스레 골목에 들어서면 주꾸미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 뚱보집은 주꾸미구이뿐 아니라 녹두빈대떡을 줄여 부르는 록빈, 콩나물밥, 두부정식 같은 다른 메뉴로도 유명하다. 3,000원짜리 콩나물밥 한 숟갈에 먹음직스럽게 빨간 윤기가 흐르는 주꾸미구이를 얹어도 먹고, 서비스로 나오는 알탕도 후루륵 들이마셔 보자. 굳이 꾸미는 말 필요 없이, 정말 맛있다.

메뉴 주꾸미구이, 보쌈, 록빈, 콩나물밥
주소 부산시 중구 중앙동1가 21

 

석기시대

부산은 기본적으로 20년, 30년 이상 된 노포가 많다. 서울과는 달리 변화가 무딘 부산의 골목들은 오가는 이에게 많은 행복을 선사한다. 석기시대도 그런 집 중 하나.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야 해서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를 맛집에선 만두를 판다. 오향장육, 만둣국 등과 함께 파는 군, 찐, 물만두는 가게 지하에 만두 장인을 숨겨놓고 파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큼 맛있다. 특히 바삭하게 튀겨 나오는 군만두가 압권. 코끝 알싸해지는 오향장육과 시원한 맥주도 함께 먹자.

메뉴 만두, 만둣국, 오향장육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동광동5가 2-27
전화 051-465-0358
영업시간 1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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