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은 [GQ] 피쳐에디터이자 ‘영몬드(Youngmond)’라는 이름의 DJ다. 그는 얼마전 기획자 곽재원, 박다함과 함께 ‘제1회 서울인기 페스티벌’을 기획했고, 비슷한 시기에 레게(Reggae)를 베이스로 한 데뷔앨범 <남편>을 냈다. <남편>을 구하는 건 꽤나 어렵다. ISBN이 없어 음반을 대형 서점 레코드샵에서 팔지 않고, 네이버, 벅스, 멜론 같은 대형 음원 사이트에서도 찾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듣고 싶은 사람만, 그것도 찾아서 들어야하는 앨범이지만, 그렇기에 왠지 모를 소유욕이 드는 사람, 무엇보다 레게를 아끼고 좋아하고 즐겨 듣는 사람들이 그의 앨범을 찾는다. “스스로 음악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음악가는 어떤 사람인가는 많이 생각했죠.” 정우영은 오래 일한 프로페셔널 에디터이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조심스럽고 겸손하다. “아마추어로서, 음악을 듣고 좋아하고 알고, 알고 있으므로 뭐든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남편>으로 돌아왔다. 레게의 유전자를 잔뜩 머금은 백비트와, 극도로 낮은 베이스 위에 실린 하모니가 하나의 물살처럼 이어지며 거부감 없이 귀에 꽂힌다. 열 개의 트랙을 다 들었을 때 왠지 핑크빛이 떠오르는 건 단순히 앨범 자켓 컬러가 준 기시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페어브라더의 핑크 레게를 듣기 전, 그에게 영감을 주는 시청각을 먼저 만나보자.

FAIR BROTHER says,
“오랫동안 에디터로 일하고 올여름 뜬금없이 앨범 한 장을 냈다. 첫 인터뷰에서 상대방이 ‘음악가’라고 지칭했을 때 깨달았는데, 스스로 음악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음악가는 어떤 사람인가는 많이 생각했다. 음악가는 어떤 사람인가, 나아가 창작자는 어떤 사람인가를 보충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음악가라는 말을 듣고 멈추지 않고 생각해보니 세 가지 영상이 적절했다.“
(유튜브를 열심히 보는 편도 아니고, 트와이스 영상보다 많이 본 영상도 딱히 없는 것 같아 DVD 중에 골랐다. 양해 바란다.)


1. 더 헤이터스 <Live!> 



더 헤이터스(The Haters)는 캘리포니아 노이즈 뮤직/아트 신의 선구자로, 노이즈 음악을 연주하면서 물건을 부수는 라이브로 유명하다. 보통 창작은 영감이나 구축으로 설명되지만, 새롭다면 파괴도 방법이다. 자의적인 언어로 멋만 부리는 문장을 보느니, 장르에 대한 이해 부족이 새로운 장르로 둔갑하는 꼴을 보느니, 좀 더 많이 부숴주기를 바란다. 이미 소음과 파괴로 ‘덕심’을 자극했던 일본 아이돌 BiS階段(BiS계단)이 있었고, 십여 년 전 스파이크 존즈는 갭 매장을 날려버리는 광고를 만들었다. 부수는 것을 사건이 아니라 운동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 DVD는 더 헤이터스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물건을 부순 기록이다.


2. 윌리엄 그리브즈 <Symbiopsychotaxiplasm>

 

배우를 찍는 카메라, 배우를 찍는 카메라를 찍는 카메라, 배우를 찍는 카메라를 찍는 카메라를 포함한 그 공간에 우연히 개입된 모든 요소를 담는 카메라의 시선이 혼재한다. 이 설명만 들으면 엄격한 실험 영화 같겠지만 사실 정반대다. 어설프고 우습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윌리엄 그리브즈(William Greaves)는 가장 실재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과연 그 복잡과 우연에 휘둘리는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여기서 그는 감독이 아니라 차라리 1인다역의 배우처럼 보이는데, 지적인 사람이란 관객, 배우, 제작자, 행인, 친구에 이르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부숴버리는 능력’이 없는 창작자라면 지적일 필요가 있다. 창작자에게 ‘나’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한다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 같다.


3. 존 디 라몬드 <The ABC Of Love And Sex>



남자들의 바지만 부풀게 할 수 있으면 충분했다. 1979년 당시 극장에서 포르노를 보는 남자들은 대개 저학력 저소득 계층이었다. 하찮은 일을 하찮게 하는 사람이 있고, “물방울에서도 나이아가라 폭포를 유추하는 사람”(셜록 홈스)이 있다. 라몬드가 재미있는 것은 한계를 설정하고 가능성을 도모했다는 점이다. 백과사전처럼 A부터 Z에 이르는 항목마다 사랑과 섹스에 요구되는 지식과 지혜를 담고, (당연히) 성교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은 디자인처럼, 어떤 한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곳이다. 하지만 한계 안에서도, 숨기려야 숨겨지지 않는 창작자의 태도가 있고, 그 태도가 곧 창작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포르노 영화에서, D를 ‘Dreams’로, H를 ‘Homosexual’로, Y를 ‘You’로 표현하는 감독이 있다는 것이다.

페어브라더는?
2016년 8월, 데뷔 앨범 <남편>을 발표했다. 레게의 태도와 무드를 기본으로 올 장르를 추구하는 ‘디제이 영몬드’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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