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마스크와 단아한 분위기. 빼어난 미인은 아니더라도, 그녀의 얼굴은 사람을 붙드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소화할 잠재력이 농후하다. 1990년생, 올해로 만 28세인 쿠로키 하루는 영화 <도쿄 오아시스>(2011)로 데뷔한 이듬해 <늑대아이>(2012), <샤니다루의 꽃>(2012), <행복한 사전>(2013) 같은 여러 영화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덕분에 2013년에는 ‘제56회 블루리본상’ 신인상, 2014년에는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2015년에는 ‘제38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조연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를 배우의 세계로 이끌어준 건 연출가 노다 히데키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연극을 자주 보러 다니고, 고향 오사카에서 열리는 연극과 고등학교 연극부에도 참가하며 연기에 취미를 쌓아온 쿠로키 하루는 노다 히데키의 연극을 보고 감명을 받아 배우의 꿈을 키웠다. 교토조형예술대학 영화과에 다닐 때는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고, 연극 연출과 무대 제작까지 했다고.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이와이 슌지 감독이 <립반윙클의 신부> 주인공으로 낙점하며 “영화 냄새가 나는 여배우”라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배우, 쿠로키 하루를 들여다보자.

 

1. <도쿄 오아시스>
Tokyo Oasis│2011│감독 마츠모토 카나, 나카무라 카요│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카세 료, 하라다 토모요, 쿠로키 하루

쿠로키 하루의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 <도쿄 오아시스>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무명 여배우 ‘토코’가 낯선 이들과 우연히 동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촬영장을 뛰쳐나온 토코를 태워주는 운전배달원 ‘나가노’, 영화관에서 재회한 전직 시나리오 작가 ‘키쿠치’, 동물원에서 만난 미대 지망 5수생 ‘야스코’가 그들. 토코는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찾아 도쿄를 거닐며 상처입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을 위로하며 마음을 치유해나간다. 쿠로키 하루는 운이 지지리도 없는 5수생 ‘야스코’ 역으로 영화의 세 번째 에피소드에 출연했다. 그는 배경지인 치바시 동물원에서 동물들의 온갖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와 감정적인 동요 없이 차분한 대화를 이어가며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도쿄 오아시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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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은 집>

The Little House│2014│감독 야마다 요지│출연 마츠 다카코, 바이쇼 치에코, 쿠로키 하루, 카타오카 타카타로, 요시오카 히데타카

일본 작가 나카지마 쿄코가 나오키상을 받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야기는 하녀의 시각으로 본 사모님과 한 젊은 남자의 사랑이야기로, 쿠로키 하루는 평소 좋아하던 감독 야마다 요지, 배우 마츠 다카코와 함께 작업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는 도쿄 교외의 작은집에서 하녀로 일하는 시골 소녀 ‘타키’를 연기했고, 이 영화로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받으며 일본 영화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작은 집> 예고편

 

3. <행복한 사전>

The Great Passage│2013│감독 이시이 유야│출연 마츠다 류헤이, 미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 죠, 쿠로키 하루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을 사는 한 남자의 행복한 사전 만들기 프로젝트. 영화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영업부서 직원 ‘마지메 미쓰야’(마츠다 류헤이)가 사전 편찬부로 옮겨와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사랑에도 눈뜨는 이야기를 그렸다. 능숙한 기획자 ‘마사시’를 연기한 오다기리 조, 하숙집 할머니의 손녀 ‘카구야’ 역의 미야자키 아오이 등 일본 톱스타들의 색다른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 쿠로키 하루는 사전 <대도해>의 출간을 앞두고 사전편집부에 들어온 신입사원을 연기했고, 이 영화로 ‘제26회 닛칸스포츠 영화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중쇄를 찍자!>(2016)에서는 주간 만화 매거진 편집부 직원으로 고군분투하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오다기리 조와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행복한 사전>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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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립반윙클의 신부>

A Bride for Rip Van Winkle│2016│감독 이와이 슌지│출연 쿠로키 하루, 아야노 고, 코코

SNS ‘플래닛’이 자신의 전부인 ‘나나미’가 립반윙클이란 아이디를 가진 정체 모를 인물과 친구가 되며 진짜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 영화는 SNS를 통해 모든 것이 표면화되는 현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감독의 전작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2015)에서 담임선생님 역에 목소리 출연을 한 쿠로키 하루는 이번 영화에서 SNS에서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폐쇄적이고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나나미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조명 없이 자연광으로 담아낸 사계절의 풍경, 인물을 들여다보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만나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미쟝센을 자랑한다.

<립반윙클의 신부>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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