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 여고생 용순은 체육 선생과 사랑에 빠진다. ‘체육’과 가까워지려고 팔자에도 없는 육상도 시작한다. 그런데 어쩐지, 체육에게 딴 여자가 생긴 것 같다. 심란하다. 아빠는 새엄마라고 젊은 몽골 여자를 데리고 왔다. 더 심란하다. 물론 용순은 혼자서 이 난관을 헤쳐나가지 않는다. 용순의 곁엔 절친 문희와 시 쓰는 빡구가 늘 함께 있다. 무더운 여름,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 시골 마을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첫사랑과 달리기에 여념이 없는 용순과 그의 친구들을 만나보자.

 

1. <용순>과 배우 이수경

<용순>의 주인공은 ‘용순’이다. 용순은 학창시절 한 번쯤은 같은 반이 되어본 적 있는 평범한 동급생의 얼굴 같기도 하고, 둘도 없는 내 단짝의 모습을 닮기도 했다. 메인 포스터의 말간 얼굴, 용순 역은 배우 이수경이 맡았다.

배우 이수경은 최근 크고 작은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호구의 사랑>(2015)에서는 밀당 고수 ‘강호경’ 역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서는 ‘노을’(최성원)의 여자친구로 출연하기도 했고, 최근 개봉한 <특별시민>에서는 ‘변종구’(최민식)의 딸 역할을 맡아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또렷하게 존재감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필모는 역시 <차이나타운>(2014)의 ‘쏭’이다. <용순>에서 이수경은 교복 하복을 티 안 나게 살짝 고쳐 입고, 어느 순간 훌쩍 자란 키가 아직 적응이 안 되어 어딘지 어설픈 모습을 한, 영락없이 첫사랑에만 관심 있는 아이다. 그러나 <차이나타운>의 ‘쏭’은 형광빛 나는 빨간 머리를 한 채 약에 절어 사는 아이다. <용순>에서의 이수경은 ‘쏭’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보인다. 단지 머리 색깔이 다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아예 다른 인격의 사람으로 보이게끔 하는 탄탄한 연기력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엿보이는 배우다.

스스로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하다고 말하는 배우 이수경은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요즘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은 것 같은데 <용순>의 시나리오를 보며 산뜻하고 푸르고 아기자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좋았다. 용순이는 당당하고 멋있다"라며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혔다.

 

2. <용순>과 신준 감독

<용순>은 신준 감독이 자신의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졸업작인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을 장편화한 영화다. 그는 "단편에 가족, 친구, 사랑 등 관계가 부가됐다"며 "살면서 조금 더 용기를 내고 거침없이 돌진하는 시기가 언제였는지 생각하면 보통 그게 사춘기 시절인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서 '그렇게 돌진하고 거침없었는데 왜 지금은 이럴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길 바랐다"라며 단편을 장편영화로 만들게 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단편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은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고, 장편 버전 <용순>은 2016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쳐웨이브상을 수상했다. 영화 <용순> 속 아름다운 풍광이 인상적인 강가는 충북 옥천군 안남면 지수리 대청댐 상류. 연출을 맡은 신준 감독의 유년시절 추억이 담긴 로케이션이라 한다.

 

3. <용순>과 영화사 아토ATO

창립작 <우리들>을 선보이며 등장한 아토ATO(이하 아토)는 한예종 영상원 기획 전공 출신인 4명의 프로듀서가 뭉친 제작사다. 가족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가족 드라마 <홈>, 갓난아기의 죽음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모습을 6살 영아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아의 침묵>이 다음 영화로 대기 중이다. 최근에는 차기작 <살아남은 아이>에 배우 김여진이 아들을 잃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미숙’ 역에 캐스팅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이들의 목표는 단순하다. 돈 많이 벌어서 싸우면서 해산하기.

 

4. <용순>과 <연애담>

상업영화에서 스타 배우들이 쉬지 않고 출연하는 것처럼, 독립영화계에도 스타 배우들이 있다. 좋은 배우와 작업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인 모양.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보면 좋은 배우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애담> 속 박근록(좌)과 단편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 속 류선영(우)

<용순>은 2016년 최고의 독립영화 화제작 <연애담>과 특히 각별한 인연이 있다. 먼저 <연애담>에서 주인공 ‘윤주’(이상희)의 남사친 역할로 얼굴을 비춘 배우 박근록이 용순의 첫사랑 상대인 체육 선생님 역을 맡았다. 원작 단편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에서 체육 선생님과 묘한 기류를 형성하는 미모의 영어 선생님 역은 <연애담>에서 주인공 윤주를 단숨에 사랑에 빠지게 만든 거부할 수 없는 여자 ‘지수’ 역의 류선영 배우가 맡았다.

 <용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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