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본명은 ‘앨란 스튜어트(Allan Stewart)’다.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하나인 ‘우디 앨런(Woody Allen)’은 앨란 스튜어트의 예명으로,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우디 허먼(Woody Herman)’에서 따왔다. 우디 앨런에게 재즈란, 이름은 물론 그의 영화 세계에까지 깊숙이 개입한, 말하자면 인생의 일부.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오페라와 클래식 역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영화들을 확인해보자. 재즈와 오페라에 대한 확고한 사랑만큼, 두 장르를 사용하는 방법도 확연히 다르다.

 

JAZZ #1 <카페 소사이어티>

Cafe Societyㅣ2016ㅣ감독 우디 앨런ㅣ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우디 앨런은 스탠딩 코미디언이자 작가, 음악가이자 영화감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뉴요커’이다. 80세에 발표한 그의 신작 <카페 소사이어티>는 뉴요커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와 할리우드 여자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의 1930년대 뉴욕 사교계와 할리우드를 오가는 로맨스를 그린 영화. 사운드트랙 대부분은 제54회 그래미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한 빈스 지오다노와 그가 속한 재즈 빅 밴드 ‘나이트호크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완성되어, 재즈의 황금기였던 1930년대 뉴욕의 자유분방하고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카페 소사이어티> 예고편
<카페 소사이어티>O.S.T.-The Nighthawks 'Manhat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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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2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ㅣ2011ㅣ감독 우디 앨런ㅣ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덤즈

인생의 해 질 녘에 선 우디 앨런에게 재즈는 아름다움과 낭만의 상징인지도 모른다. <카페 소사이어티>가 뉴욕의 황금기를 재즈를 통해 이야기했듯,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유럽의 예술적 부흥기인 ‘벨 에포크’를 재현하기 위해 재즈를 십분 활용한다. 한밤중 파리에서 길을 잃은 시나리오 작가 ‘길(오웬 윌슨)’이 장 콕토, 피카소, 헤밍웨이, 젤다와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를 처음 만나는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Let’s do it’을 부르는 남자는 콜 포터. 줄곧 명랑한 멜로디가 흐르는 ‘Let’s do it’은 유머러스한 한편 차별과 편견을 조롱하는 풍자적 가사로도 유명한 곡이다. 아래 가사 일부를 보자.

“새들도 사랑을 해, 벌들도 사랑을 하지.
심지어 기르는 벼룩도 사랑을 해.
사랑을 합시다, 사랑에 빠져봅시다.
스페인에선, 상류층도 사랑을 하지.
라투아니아 인들도 해.
사랑을 해요. 우리 사랑에 빠져요.”

 

콜 포터는 최초의 뮤지컬 넘버를 작곡한 음악가이자 가수로, ‘Night and Day’, ‘Begin the Beguine’, ‘I love Paris’ 같은 무수한 대표곡을 남겼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파리에 남기로 한 ‘길’이 ‘가브리엘(레아 세이두)’의 가게에서 집어 드는 음반 역시 콜 포터의 바이닐이다. 그를 향한 우디 앨런의 애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 중 Cole Porter의 ‘Let’s do it’
Ella Fitzgerald가 부른 Cole Porter의 ‘I Love Paris’

 

OPERA #1 <매치 포인트>

Match Pointㅣ2005ㅣ감독 우디 앨런ㅣ출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스칼렛 요한슨

우디 앨런의 ‘유럽 연작’ 첫 번째라 할 수 있는 <매치 포인트>는 영국 귀족 가문을 배경으로, 상류층에 편승하고픈 남자의 극단으로 치닫는 욕망을 그렸다. 영화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흐르는 가운데 테니스 강사 ‘크리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귀족 아가씨와의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처남의 아내인 ‘노라(스칼렛 요한슨)’에게 향하는 욕망도 감추지 않는다. 결국, 부서지고 말 그의 탐욕을 암시라도 하듯 내내 허무한 영화의 분위기는 오래된 LP에서 흘러나오는 불세출의 테너 가수 엔리코 카루소의 목소리로 더욱 증폭된다. 영화의 오프닝 신 독백 대사와 함께 엔리코 카루소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누군가 선량함보다 운이 낫다고 말한다면, 그는 인생을 달관한 사람이다.
두려울 정도로 인생은 대부분 운에 좌우된다.
그런 생각에 골몰하면 미칠 지경이다.
시합에서 공이 네트를 건드리는 찰나, 공은 넘어갈 수도, 그냥 떨어질 수도 있다.
작은 운만 있어도 공은 넘어가고 당신은 이긴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한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나오는 <매치 포인트> 오프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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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RA #2 <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ㅣ2012ㅣ감독 우디 앨런ㅣ출연 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홀로 샤워하면서 무심코 부른 내 노래가 너무나 감미로워 깜짝 놀란 경험이 있는가? 적어도 우디 앨런은 겪어본 듯하다.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한 영화 <로마 위드 러브>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예 오페라 자체를 소재로 했다. 우디 앨런은 딸의 결혼을 위해 로마로 여행 온 은퇴한 오페라 감독을 연기한다. 인생의 말년에 닥쳤다는 위기감으로 신경질만 내던 그는 우연히 사돈 영감이 샤워 중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되고, 그를 앞세워 재기할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다. 평생 장의사로 살아온 사돈은 샤워할 때만 절세명창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오페라 <광대(pagliacci)> 무대에 올라 유명한 넘버 ‘의상을 입어라’를 부르는 사돈 ‘카를로’는 파비오 아르밀리아토(Fabio Armiliato)라는 이탈리아 성악가로, 직접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파비오 아르밀리아토가 '의상을 입어라'를 부르는 <로마 위드 러브> 오페라 장면

 

(메인이미지= 우디 앨런)
(본문대표이미지= <카페 소사이어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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