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캔디>

枝仔冰 (Popsicle) ㅣ2017ㅣ감독 양자신(Cindy Yang) ㅣ5분

어머니의 죽음에 괴로워하는 동생 곁으로 누나가 다가와 위로를 건넨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의연하게 행동하는 누나와는 달리, 동생은 슬픔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한다. 창밖에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남동생은 어린 시절 골목에서 장사꾼이 팔던 아이스 캔디를 떠올리며 어렴풋한 추억에 잠긴다.

<枝仔冰(Popsicle)>(2017). 영어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견디기 힘들 만큼 모진 슬픔 속에서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생각보다 단순한 데서 온다. 거창한 위로나 긴 충고보다 어린 시절의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이 우리에게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듯이 말이다. 애니메이션 속 남자주인공에게는 어린 시절 누나가 사다 주던 ‘싸구려’ 아이스 캔디가 바로 그런 존재다. 애완용 누에고치를 잃고 눈물을 뚝뚝 떨구던 아이에게 아이스 캔디는 작지만, 분명한 위로였다. 이제 남매는 소파에 기대어 한 방향을 바라본다. TV 속 뉴스에서는 마치 그들의 측은한 상황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거센 태풍이 몰아친다. 그럼에도 그들은 씩씩하게 일어날 것이다. 남겨진 추억과 위로가 많기에.

1993년생의 애니메이션 감독 양자신(Cindy Yang)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과장된 슬픔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담하고 예쁘게 그려냈다. 타이베이 국립예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양자신 감독은 일상 속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때로는 재기발랄하게, 때로는 무덤덤한 서사와 특유의 나른하고 선이 아름다운 그림체로 담아내는데 능하다. 대학교 재학 기간에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오후(午)>(2015)는 ‘100대우수졸업작’에 이름을 올리며 대만 차세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의 장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오후(午)>를 비롯한 총 7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양자신 감독의 공식 비메오 채널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

Cindy Yang 비메오
Cindy Yang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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