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보이즈’는 남성 사중창 대회에 나가기 위해 모인 네 명의 남자들이 만든 팀이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매일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일록’, 시카고에 이민 가서 대학까지 나왔지만 ‘잉글리쉬 티처’를 하겠다며 한국으로 역 이민 온 ‘예건’, 시장 생선가게에서 일하며 늘 노래에 대한 꿈을 품어온 ‘민재’, 아내 ‘지혜’와 함께 트럭 위 노점에서 값싼 도넛을 파는 ‘준세’다. 우여곡절 끝에 네 명이 모이긴 모였는데, 정작 노래 연습은 뜻대로 되질 않는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능력도 없는, 지질한 델타 보이즈에겐 운 마저 지지리 없다. 더 대책 없는 건, 그래도 계속 노래를 한다는 거다. 거기서 이상하게도 웃음이 터져 버린다.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과연 그들은 노래를 잘 할 수 있을까? 델타 보이즈를 향한 실소는 어느새 영화 <델타 보이즈>를 향한 응원으로 바뀐다.

<델타 보이즈> 스틸컷

<델타 보이즈>는 작년 한 해 여러 영화제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두루 받은 소문난 작품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개봉이 당연했던 건 아니다. 여전히 불확실하고 불합리한 시장이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그렇지만 <델타 보이즈>는 분명 무언가 이룰 것 같다는 기대와 확신이 든다. 그만큼 재미있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작품이다. 여기에는 분명 감독과 배우들의 공이 컸다.

개봉을 며칠 앞둔 5월의 어느 날, <델타 보이즈>의 고봉수 감독과 네 명의 배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시종일관 즐거운 모습을 보이던 배우들은 말끝마다 “영화 찍는 동안 정말 재밌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왼쪽부터) 고봉수 감독, 배우 신민재, 김충길, 윤지혜, 백승환

작년에 열린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제21회 인디포럼 올해의관객상,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전북영화비평포럼상 수상까지. 여러 영화제에서 먼저 호응을 얻어온 만큼 개봉에 대한 기대도 컸을 텐데, 올해 정식으로 개봉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감독 고봉수(이하 ‘고봉수’)  1년 만에 개봉한 거라 꿈 같아요. 너무 기분이 좋고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윤지혜(이하 ‘윤지혜’)  정말 감사하고요. 저도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꿈만 같은데, 꿈이 이루어진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믿기지 않아서요. 사실 개봉은 기대했지만 시기가 계속 미뤄져서 확신할 수 없었거든요.

 

고봉수 감독님은 독학으로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첫 장편영화로 많은 호응을 얻고, 또 개봉까지 하게 되어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고봉수  쉬운 일은 아니었죠.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나이도 이제 많이 먹었고, 결혼도 해야 하고, 어머니한테 효도도 해야 하는데.(웃음) 개봉하게 돼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기분 좋습니다.  

 

1950년대 활동하던 흑인 남성 사중창 그룹 ‘델타 리듬 보이즈’가 부른 합창 영상을 보고나서 <델타 보이즈>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영화 제목도 그렇고, 극 중 네 남자가 도전하는 노래도 ‘델타 리듬 보이즈’가 부른 노래 ‘제리코(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예요. 배우들은 처음 이 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 지 궁금해요.

배우 김충길(이하 ‘김충길’)  노래도 잘 부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실 음치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고 겁도 났어요. 근데 감독님이 노래를 그렇게 잘 하진 않아도 된다고 하셔서.

배우 신민재(이하 ‘신민재’)  저는 그 영상이 너무 웃겼어요. 우습다기보다는 그분들의 제스처나 노래할 때 진지한 분위기가 ‘재미난’ 느낌이 있었는데, 과연 이걸 우리가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근데 감독님이 하자고 하니까 정말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참고로 저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찾아봤는데, 유쾌한데도 왠지 슬프게 들리더라고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상을 본다면 어떨까요?

고봉수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정보를 가지고 영화를 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고봉수 감독

그러고 보면 고봉수 감독님 차기작 <튼튼이의 모험>도 노래랑 관련이 깊어요. 크라잉넛 5집에 실린 노래 제목이죠. 평소 ‘음악’으로부터 영감을 얻으시나요?

고봉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영화의 영감을 떠올릴 때가 꽤 많이 있고요. <튼튼이의 모험>도 그런 경우죠.

 

<델타 보이즈>는 작년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는데, 사실 극 중 흔한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이 전혀 없어요. 의도한 건가요?

고봉수  물론 저작권료 문제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노래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 임팩트를 주고자 해서죠.

 

최근 <델타 보이즈> 배우들과 함께 찍은 차기작 <튼튼이의 모험>으로 또 한 번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상(대명컬처웨이브상)도 탔어요. 그러고 보니 고봉수 감독님의 단편작 <쥐포>(2015)부터 같은 배우들과 작업해오고 있는데, 처음부터 쭉 호흡을 맞추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배우  백승환(이하 ‘백승환’) 전부터 알고 있던 작가님이 고봉수 감독님과 작업을 하게 됐는데, 저한테도 같이 작업해보자고 하셔서 처음 만나게 됐어요. 다행히도 좋게 봐주셔서 지금까지 같이 작업하게 됐죠. 당시에 감독님이 어디 잘하는 배우들 없냐고 소개해 달라고 해서 지금 여기 있는 신민재, 김충길 배우를 소개한 거고요. 그렇게 <쥐포>라는 영화를 찍게 됐어요.

 

배우들도 한 감독의 작품을 정해진 배우군과 계속 같이하고 있는데요. 고봉수 감독님과 작품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신민재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연기 하던 친구들이에요. 한 10년 정도. 맨날 프로필 돌려도 연락은 안 오니까 고민 많이 했죠. 우리끼리 영화 찍어보자고 얘기할 정도로요. 때마침 감독님도 배우가 필요했고, 그렇게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난 거죠. 저희에게는 계속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독님과 계속 작업할 이유가 됐어요. 물론, 감독님이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잘 찍으시기도 하죠. 특히 감독님과 다 같이 영화 찍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밌어요. 계속 같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 윤지혜

관객들은 아무래도 처음 보는 독특한 배우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영화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백승환  저는 19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하긴 했는데, 사실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한 4년 정도 됐어요. 좋은 기회를 빨리 만난 것 같아요.

신민재  여느 배우지망생들처럼 학창시절부터 연극영화과를 꿈꿨는데 잘 안 됐어요. 그러고 나서 군대 다녀온 후에 바로 연극을 시작했어요. 영화는 고봉수 감독님 만나서 처음 시작한 거고요. 저를 영화계에 입문시켜 주셨죠.

김충길  중학교 때 영화 <품행제로>(2002)를 본 여자애들이 류승범을 엄청 좋아하는 걸 보고 배우가 되어야겠다,(웃음) 결심해서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 들어갔고 또 연극영화과에 진학해서 계속 연기를 했어요. 군대 갔다 와서 오디션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렇게 드라마 단역 위주로 하다가 감독님 만나서 단편영화에도 출연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윤지혜 배우는 캐스팅 일화가 독특해요. 교회에서 간증하는 모습이 인상깊어서 캐스팅됐다고 들었어요.

윤지혜  25살 때쯤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고 싶어서 편입하려고 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연기를 너무 못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으면서 계속 입시 준비하고 연극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계속 못했지만,(웃음) 또 계속 했어요. 한 5년 동안은 연극 무대에 많이 섰던 것 같아요. 그러다 교회에서 감독님을 만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첫 영화 <델타 보이즈>를 찍게 됐습니다. 감독님 덕분에 영화에 첫발을 디디게 돼서 참 감사하죠.

 

영화는 시나리오가 30%, 배우들 애드리브가 70%를 차지한다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대사를 애드리브로 찍었다고 들었어요. 애드리브는 어디까지 허용하겠다는 기준이 따로 있었나요?

고봉수  기준은 없었습니다. 그냥 배우들 원하는 대로 대사를 한 거예요. 다만 제가 상황을 만들고, 배우가 즉흥적으로 하는 연기에 “어, 이 대사를 조금 강조해줘”라고 요청하는 식이었어요. 모든 연출을 그렇게 한 것 같아요.

윤지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조금 더, 조금 더!”였어요. 상황은 기본적으로 설정되어 있고, 거기에 맞게 대사를 하는 거예요.

백승환  감독님이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봐라 하시면 배우들이 정말 자유롭게 이것저것 대사를 하는 거예요.

 

거의 모든 장면을 그렇게 즉흥 연기로 찍었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그게 더 어렵고 불안하지 않나요?

고봉수  불안한 건 전혀 없었습니다. 다들 워낙 연기를 잘해서요.

신민재  간혹 감독님이 생각한 것과 저희가 다른 느낌으로 연기를 하더라도 오히려 “그게 더 맞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배우들의 즉흥 연기를 인정해주시기도 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감독님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만큼 <델타 보이즈>는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생생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아요. 캐릭터에 실제 배우들의 성격이 얼마큼 반영된 건지 궁금해요.

신민재  저는 사실 대용이라는 캐릭터에 제 모습을 최대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한 거예요.

배우들  정말 그래요. 그냥 전부 다 캐릭터 그대로예요.

 

어쩐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배우들 (좌중 웃음)

 

오늘 인터뷰에 참석 못 한 이웅빈 배우의 소식도 궁금해요. 영화에서 잊지 못할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혹시 그 연기도 실제 모습인가요?

신민재  차기작 준비 때문에 시간이 안 맞아서 참석 못 했어요.

김충길  예건 역이 자주 보여주는 ‘쯥쯥’거리는 연기는 사실 이웅빈 배우의 외할아버지 습관이래요. 어느 날 감독님한테 재미삼아 얘기하다가 정말 재밌어서 넣게 된 거예요.

신민재  여기서는 뭐든 이야기하면 다 이뤄지거든요. 감독님이 뭐든 다 해보라고 말해 주셔서 그런 애드리브 연기의 장이 펼쳐진 거죠.

<델타 보이즈> 스틸컷

단역들의 연기도 영화 재미에 한몫 하는데요. 버스 기사 아저씨나, 공원에서 만난 꼬마 아이, 시장에서 시비 붙은 여자까지. 모두 잠깐 등장하는데도 존재감이 어마어마해요. 설마 단역들도 즉흥 연기한 건가요?

신민재  그렇죠. 버스 기사 아저씨는 실제로 버스 기사를 하고 계신 감독님 삼촌이에요. <튼튼이의 모험>에도 나오시고요. 연기 정말 잘하시죠.

백승환  꼬마 아이도 원래는 그냥 지나가던 아이였어요.

고봉수  이른바 ‘용각산 아이’인데요. 제가 공원 장면을 망원렌즈로 당겨서 찍고 있을 때였는데 옆에 와서 “뭐 하는 거예요?”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신민재 배우를 가리키면서 저기 긴 머리 한 아저씨한테 가서 뭐 먹고 있는지 물어보라 하니까 가서 정말 물어보더라고요. 그렇게 갑자기 생긴 장면인 거죠.

백승환  지나가는 사람들이 뒤에서 쳐다보는 장면도 있는데, 그것도 정말 사람들이 저희를 그냥 구경한 거예요.

신민재  구경할 만한 상황이죠. 머리 이상한 아저씨들이 공원에서 노래하고 있으니까.(웃음)

고봉수  아이들이 카메라라도 한 번 쳐다봤으면 NG 나는 건데 다행히 NG도 안 났어요.

신민재  정말 마법 같은 상황이죠.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데요. 감독과 배우 중 누구의 의도인가요?

백승환  감독님이 워낙 재미있는 걸 좋아하세요. 캐릭터에 재미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제가 드레드 머리 어떠냐고 물으니 좋다고 하셔서 바로 미용실 가서 했죠.

신민재  저도 같이 가서 뒷머리 붙인 거예요. 감독님이 원래 맥가이버 머리를 말씀하셨었는데.(웃음)

 

장편영화 제작비가 250만 원이라는 사실도 놀라워요. 촬영 장소나 기간을 잡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고봉수  글쎄, 다 재미있는 추억들만 있어서 힘든 기억을 끄집어낼 수가 없어요. 이런 거죠. 여행을 가더라도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은 다양하잖아요. 무전으로 갈 수도 있고, 버스 타고 갈 수도 있고. 만약에 저희 영화 제작비가 50만 원이었다 해도 그 예산에 맞는 방식을 찾아서 찍었을 것 같아요.

백승환  극 중 장소나 직업도 딱 정해 놓은 게 아니라, 구할 수 있는 데를 구하면 거기가 곧 직업이 되고 촬영장소가 되는 식이었어요. 제가 아르바이트하던 공장 쉬는 날을 빌려서 촬영했고, 생선 가게도 그렇고요. 트럭도 저희 집 트럭이에요. 그렇게 하나하나 재밌게 찍었어요.

그래서 엔딩 크레딧에 투자, 차량지원 같은 부문에도 배우들의 이름이 있었군요. 감독과 배우들이 십시일반으로 함께 만든 영화라 더욱 뜻깊은 작품이네요.

백승환  저희가 개런티도 안 받고, 앞서 말한 헤어스타일이나 장소, 사람 섭외 같은 것도 다 같이 발 벗고 참여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그렇게 해주신 것 같아요.

 

남성 사중창 대회를 준비하는 내용이지만 ‘음악영화’라 하기는 어색하고, 단순히 꿈에 대한 희망을 전달하는 영화라고 하기엔 극 중 주인공들의 상황이 너무 암울하기도 해요. 관객들에게 <델타 보이즈>를 어떤 영화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백승환  요즘 ‘욜로(YOLO)’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전 그 단어가 영화와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차피 두 번 살 수 있는 것 아니잖아요. 물론 책임감도 따르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나간다면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신민재  저는 저희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슬펐어요. 저들의 삶이 참 녹록지 않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도 꿈을 찾는 영화예요. 가장 현실적으로 꿈 찾는 영화인 것 같아요.

김충길  한 마디로 민낯을 보여 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윤지혜  꿈을 이루는 것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과정이 재미있는 거요. 다시 말하면,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행복함을 느껴야 한다. 아니, 과정에서 재미를 찾아라! 과정에서 행복하자! 과정이…. 어떻게 정리해야 하지. 포장 좀 해주세요.(웃음)

신민재  그러니까 과정이 중요하다?

윤지혜 아니, 과정만은 아니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저희 영화도 그렇잖아요. 과정이 행복하기 때문에 끝까지 할 수 있었죠.

 

감독님은요?

고봉수  요즘에 보기 힘든 천재적인 배우들의 천재적인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백승환  천재적인 감독과 천재적인 배우들의 만남이죠.(좌중 웃음)

신민재  <대부> 1편에서 알 파치노의 연기를 보는 듯한 느낌? 신선한 충격이죠. 어제 어떤 기자 한 분이 우리 윤배우의 연기를 보고 “리얼함을 넘어서는 연기”라고 표현하셨더라고요.

윤지혜  저는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글을 발견한 줄 아세요? “리얼함을 너무 넘어서서 거북하다”고.(웃음)

신민재  그게 좋은 거야. 민낯을 제대로 봐 버렸으니 거북한 거지.

 

극 중 ‘일록’은 특히 라면 먹는 장면이 많아요. 라면이 상징하는 고충이 스크린 안팎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실제로 ‘라면 신’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백승환  정말 먹는 것 자체가 힘들었죠. 면만 계속, 계속 먹었어요. 그런데 그걸 감독님이 의도한 것 같아요.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일록의 표정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게요. 입 모양만 봐도 먹기 싫어하는 표정을 보실 수 있어요.

 

‘일록’이 혼자 동전 야구장에 가는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의도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장면 같아요. 영화 서사의 중심 인물로서, 어떤 의미를 떠올리면서 연기했나요?

백승환  일록이 어떤 결심을 품은 장면에서는 제가 일부러 항상 셔츠를 입었고, 나름 머리도 정갈하게 하고 갔어요. 야구장 장면에서도 그랬고요. 저만의 각오였죠. 그렇게 캐릭터와 저 자신에게 각오를 다지는 마음으로 연기했습니다. 또 앞으로 나아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무명배우로서 용기도 새기면서요.

 

‘대용’은 아무도 응원하지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꿈을 간직하며 사는 인물이죠. 극 중 캐릭터에 배우들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다지만, 특히 ‘대용’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배우로서, 또 꿈을 가진 배우 자체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신민재  저는 대용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참 ‘내 주변 사람들이 힘들었겠구나’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시고 끝없이 믿어주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내 꿈을 꾸며 나아가던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많이 끼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아팠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대용이랑 저랑은 정말 닮은 것 같아요.

김충길  개인적으로 한 마디 붙이고 싶어요. 저는 대용이를 ’현대판 돈키호테’라 말하고 싶습니다.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사람이죠.

 

옥탑방 옥상에서 다 같이 술을 먹다가 취한 ‘준세’와 ‘대용’이 말다툼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리얼해서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더라고요. 보신 분들이 정말 술 먹고 진심으로 연기한 것 아니냐고 많이 물을 것 같아요. 진짜 진심이 궁금합니다.

김충길  영화 속 인물들도 그렇지만 사실 무명배우들도 주변에서 보면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잖아요. 그 장면에서 저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이었거든요. 그래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다 보니 대용이 정말 답답하기도 하고 그 상황에 같이 있는 저도 슬프고 그랬어요. 저는 실제로도 그런 현실적인 생각을 종종 했던 것 같아요.

 

영화는 한마디로 지질한 남자들 이야기죠. 극 중 유일한 여성 인물인 ‘지혜’는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해요. 그래서 남편 ‘준세’에게 욕도 많이 하죠. 다른 인물들을 반대하는 캐릭터 연기는 어땠나요?

윤지혜  준세 역의 김충길 배우와는 처음 본 사이였는데, 정말 죽마고우끼리 할 수 있을 것 같은 주먹다짐 연기를 해야 해서 걱정이 컸어요. 이 친구를 마구 때려야 하는데 그걸 다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죠. 신민재 배우와도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잘 받아주더라고요. 사실 엄청 아팠을 텐데.(웃음) 덕분에 NG 없이 한 번에 찍을 수 있었죠.

 

차기작 <튼튼이의 모험> 개봉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고봉수  내년 초쯤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배우들  나이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고봉수  햄버거로 비유했을 때 메이저가 맥도날드고 마이너가 버거킹이라면, 저는 버거킹이 더 좋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싶네요. 메이저보다 더 크고 맛있다고요.  

<델타 보이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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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미래

사진 이강혁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