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먼저, 이 곡을 BGM으로 틀어 놓길 권한다. 1990년대를 풍미한 영화,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에 삽입되어 큰 인기를 누린 마마스&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이다.

마마스 & 파파스 'California Dreaming'

최소 중학생 이상으로 90년대를 보낸 이들이라면 쉽게 알아볼 법한 이미지들이 있다. 포스터는 언제나 인기 있는 수집품이었지만, 90년대는 영화 포스터에 관한 대중적 애정이 유독 눈에 띄는 시기였다. 한국영화보다는 외국 영화가, 한글이 박힌 국내용 포스터보다는 오리지널 포스터가 더 유행이었다. 포스터 구매자들 사이에 국내 스타 배우들의 얼굴보다는 이국적이고 독특한 이미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형 서점에는 영화 포스터 진열대가 따로 있었고, 그 주위에는 판넬을 해서 침대 맡에 두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학가의 카페와 바 역시 말할 것도 없다. <레옹>의 주제곡 ‘Shape of my heart’, <중경삼림>의 ‘Dreams’ 같은 영화 OST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지금부터 소개하는 포스터들이 걸려 있었다.

 

<인도차이나>

Indochine ㅣ 1992 ㅣ 감독 레지스 와그니어 ㅣ 출연 까뜨린느 드뇌브, 벵상 뻬레, 린 당 팜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나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프랑스 여인 ‘엘리안느’와 고아로 남겨진 안남의 황녀 ‘까미유’, 그리고 야망에 가득 찬 장교 ‘장’의 가슴 아픈 삼각관계를 그린 영화. 격동의 한가운데 놓인 인도차이나의 정치적 상황과 아름답게 펼쳐진 남국의 풍경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절절한 사랑이 펼쳐진다. 황금빛 노을을 바라보고 돌아선 까뜨린느 드뇌브의 우아하고도 고독한 뒷모습이 담긴 오리지널 포스터가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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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Leon ㅣ 1994 ㅣ 감독 뤽 베송 ㅣ 출연 장 르노, 나탈리 포트만, 게리 올드만

늘 홀로였던 고독한 킬러 ’레옹’과 생애 처음으로 혼자가 된 12세 소녀 ‘마틸다’의 아름답고 슬픈 우정과 사랑 이야기다. 나탈리 포트만의 배우로서의 천부적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데뷔작이며, 마약에 중독된 부패 경찰 ‘스탠스’ 역을 맡은 게리 올드만의 미친 연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 뉴욕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검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레옹의 클로즈업이 강렬한 포스터가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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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파파야 향기>

L'Odeur De La Papaye Verte l 1994 l 감독 트란 안 홍 ㅣ 출연 트란 누 엔케, 만 상 루

1993년도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트란 안 홍 감독의 걸작.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고작 열 살의 나이에 부잣집 가정부로 들어간 소녀 ‘무이’가 여인으로 성장하여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 왔던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렸다. 한없이 순수한 소녀의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을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가 인상적이다. 포스터 역시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가 한껏 담겨 있다. 촉촉하고 짙은 녹색 속에서 수줍음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무이의 맑은 얼굴은 이 포스터를 늘 곁에 두고 보고 싶도록 만든다.

<그린 파파야 향기> 중 요리 장면

 

<그랑블루>

Le Grand Bleu ㅣ 1988 ㅣ 감독 뤽 베송 ㅣ 출연 장 르노, 장 마크 바, 로잔나 아퀘트

<그랑블루> 포스터를 처음 보는 독자는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앞서 <레옹>을 연출한 뤽 베송 감독의 영화고, 게다가 <레옹>과 똑같이 장 르노 주연이다. 두 영화 모두 리스트에서 빼기 어려운 흥행작이자, 포스터 히트작이다. 푸른색으로 가득한 밤바다에 돌고래가 뛰어오르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포스터 이미지처럼, 영화도 고요하고 시적이다. 산소호흡기도 없이 그저 숨을 참고 깊이깊이 바닷속으로 잠수하는 일에 인생을 건 두 프리 다이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 1988년 작이지만, 포스터만은 90년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랑블루> 주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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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L’amant ㅣ 1992 ㅣ 감독 장 자크 아노 ㅣ 출연 제인 마치, 양가휘

파나마모자 아래로 삐져나온 양 갈래 땋은 머리를 하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남자를 향해 차창 유리에 입을 맞추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연인>은 부유하지만 외로운 중국인 남자와 가난한 가정 환경으로 억눌린 채 살고 있는 프랑스인 소녀의 강렬한 첫사랑의 순간을 그렸다. 오래된 목걸이 속 흑백 사진처럼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포스터 속 소녀의 얼굴은 붉은 입술과 관능적인 눈빛이 어우러져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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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ㅣ 1994 ㅣ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ㅣ 출연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탄탄대로를 달리던 은행원이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후 자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쇼생크 탈출>은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기억하는 작품이다. 포스터 역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영화 속 하이라이트가 그대로 포스터에 옮겨져 있어 관람 전에는 기대감을, 관람 후에는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나오기 힘든 스타일의 포스터일지도 모른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포스터가 스포일러니까!

<쇼생크 탈출> 명대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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