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를 풍미한 두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와 투팍(Tupac). 이들은 각각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던 최고 인기 갱스터 래퍼였다. 이들은 1993년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수처럼 서로를 ‘디스’하는 노래를 발표하며 반목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불화가 극에 달할 무렵인 1996년 7월, 투팍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타이슨의 권투경기를 보고 돌아오던 중 4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고, 비기(Biggie,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애칭)는 1997년 3월 로스앤젤레스 번화가에서 역시 신호 대기 중 옆 차에서 날아온 총탄에 숨졌다. 이들의 죽음은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묻혔다. 다만 두 건 모두 전문적인 히트맨(Hitman, 암살자)이 고용된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은 실제 갱스터 출신의 래퍼로 1993년 마약상의 소개로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다고 알려진다. 당시 투팍은 서부에서 톱 래퍼로 이미 성공 가도에 올라선 상태였다. 그는 뉴욕의 신흥 래퍼인 비기를 집으로 초대하여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주며 이내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뉴욕과 L.A.를 오가며 형제처럼 지냈으며, 투팍은 비기에게 랩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층을 공략하라고 충고한다. 한 살 위의 투팍은 자신의 멘토링으로 비기가 성공하게 되었다고 믿는데, 이는 이들의 불화를 더욱 깊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형제 같던 두 사람은 뉴욕에서 벌어진 한 사건으로 틀어지기 시작한다. 뉴욕에 머물던 투팍이 비기의 스튜디오가 있던 건물로 들어가다가 노상강도에게 총을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를 흘리며 엘리베이터로 올라간 투팍은, 비기와 그 수하들을 발견하고 단순한 노상강도가 아니었다고 짐작하게 된다. 그 사건이 단순한 노상강도인지, 비기와 그 부하의 짓인지, 아니면 투팍과 불화가 있던 뉴욕 갱스터 하이티언 잭(Haitian Jack)의 짓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비기가 그 날의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제보를 어디선가 들은 투팍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는 매스컴이 떠들썩하게 갖다 붙인 “동부와 서부의 힙합 전쟁(East Coast-West Coast hip-hop war)”의 포문을 여는 시초가 되었다.
두 사람은 동부 힙합과 서부 힙합을 대표하여 상대를 ‘디스’하기 시작하였고, 매스컴은 이 갈등을 한층 격화하는데 일조한다. 방송과 공연에서 서로를 헐뜯었으며 양 진영의 극성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그러다 1996년 7월 투팍은 자신의 레이블 대표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친구 마이크 타이슨의 권투 경기를 관람하고 돌아오던 길에 옆으로 다가온 차에서 발사된 네 발의 총알을 맞고 사망한다. 보디가드들이 바로 다른 차로 따라왔으나, 이를 막지 못하였다. 범인은 한 사람도 잡지 못했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투팍 또한 항상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며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던 갱스터라 원한 관계가 복잡하였으며, 비기 역시 용의 선상에 올랐고 매스컴은 이를 신나게 떠들어댔다.
투팍 사망 후 한동안 비기는 살해 위협에 L.A.를 방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나올 신작의 홍보를 위해 L.A.로 들어갔고,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드(Soul Train Music Award) 행사에 참석하여 종영 파티까지 마친 다음 날 새벽,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투팍 살해와 동일한 방식으로 네 발의 총탄을 맞아 살해되었다. 이때도 그의 부하와 보디가드들이 두 대의 차에 나눠 타고 있었으나 소용이 없었고,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어떤 이들은 두 사람의 불화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갱스터 간의 세력 다툼에 의한 암살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번화한 도로에서 보디가드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총을 맞고 살해되었고, 아무도 용의자로 체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의 갱스터 랩을 풍미한 두 사람은 실제 갱스터 출신이었다. 10대 때부터 마약을 팔았고, 래퍼로 성공한 이후에도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며 ‘Crew’라 부른 수하들을 대동하였다. 그들의 가사 내용은 갱스터의 삶으로 가득했고, 그들의 마지막 역시 드라마틱하였다. 두 사람이 친구 관계를 유지했더라도 두 사람의 마지막은 아마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갱스터 래퍼의 불꽃 같은 삶은 2009년 영화 <노토리어스>와 2017년 투팍의 일생을 다룬 영화 <All Eyez on Me>에서 조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