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모차르트가 울려 퍼지는 <쇼생크 탈출> 장면 (사진출처- IMDB

역대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는 <쇼생크 탈출>에서 죄수 앤디가 방송실의 문을 잠그고 모차르트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교도소 전체에 울려 퍼지게 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영화의 원작인 스테판 킹의 동명 소설에는 이 내용이 없고, 더군다나 스테판 킹은 이 장면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쇼생크 탈출>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방송 장면

감독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장면은 남아공의 재즈 피아니스트 압둘라 이브라힘(Abdullah Ibrahim)의 음악과 고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대통령의 에피소드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만델라가 수감되어 있던 로빈 아일랜드에 한 여성 변호사가 압둘라 이브라힘의 LP를 불법 반입해 통제실의 문을 잠그고 방송에 내보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10여 년 만에 음악을 들은 만델라는 “Liberation is near.(해방이 가까이 있다.)”라며 감동했다고 전해진다.

압둘라 이브라힘은 이슬람으로 개종하기 전 달러 브랜드(Dollar Brand)라는 예명의 남아프리카 인기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재즈 가수였던 부인이 듀크 엘링턴을 찾아가 남편의 연주를 직접 들어보라고 조른 일화는 유명하다. 1978년 테너 색소폰의 아치 셰프(Archie Shepp)과 듀엣으로 연주한 ‘Left Alone’을 들어 보자.

달러 브랜드 & 아치 셰프 'Left Alone'(1978)

유럽에서 활동하던 그는 최악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인종차별정책) 시기인 1970년대 중반 남아공으로 귀국하여 케이프타운의 연주자들과 함께 음반을 낸다. 남아프리카의 포크음악 마림바(Marimba) 스타일의 ‘Mannenberg’는 반 아파르트헤이트 항쟁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도 남아공의 비공식적 국가(National Anthem)로 여겨진다.

압둘라 이브라힘 'Mannenberg'

그의 음악은 재즈의 형식을 빌려 아프리카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4년에 발표한 명반 <Water from an Ancient Well>을 대표하는 서정적인 동명의 곡을 들어보자. 남아공의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유래해 Cape Jazz로 불리는 재즈 장르의 대표곡 중 하나다.

'Water from an Ancient Well'(2011 스페인 실황)

반 아파르트헤이트 항쟁의 상징인 만델라는 총 27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뒤 1994년 남아공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주한 압둘라 이브라힘에 대해 “우리들의 모차르트”라 부르며 격찬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 된 압둘라 아브라힘은 2013년 80세의 고령에도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국제재즈페스티벌에 내한하여 국내 팬들에게 현존하는 거장의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메인이미지 출처- http://www.nikon-fotografie.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