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퀸(Drag queen)*으로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모어(More). 그는 2017년 두 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신세하의 'Tell Her'에서는 붉은 립스틱을 칠한 모습으로 젊은 드래그 퀸 쿠시아 디아멍(Kuciia Diamant), 믹주(Mikju)와 함께 관능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랑의 ‘나는 왜 알아요 / 웃어, 유머에’에서는 본인이 사는 집에 친구들을 불러모아 화장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특별할 것 없는 드래그 퀸의 일상을 전했다. 진한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 약간은 과장된 듯 보이는 제스처까지. 모어는 두 영상에서 ‘드래그 퀸’의 전형적인 외양을 선보인다. 그의 손짓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건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드래그 퀸- 옷차림, 행동 등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성을 일컫는다. 단순히 여장남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독특한 여성적 페르소나의 설정과 그에 맞춘 행동거지와 자세 등을 연기하는 좀 더 복잡한 문화적 행위예술에 가깝다. 게이 남성이나 게이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만, 동성애자, 이성애자,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무성애자처럼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드래그 퀸도 존재한다.
매거진 <DUIRO> 2주년 파티 오프닝에 선 모어

모어는 그동안 이태원의 Glam lounge, cake shop 등지에서 드래그 공연을 펼쳐왔다. 2016년에는 KT&G 상상마당이 주최한 <록키 호러 픽쳐 쇼>(1975) 싱얼롱 공연에 참석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었고, 2017년 열린 게이 매거진 <DUIRO> 2주년 파티 오프닝에서는 공연 도중 관객을 일으켜 세워 퍼포먼스를 벌이며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시즌7 우승자 바이올렛 차츠키(Violet Chachki)의 내한 공연에 서포트 퀸으로 참석하며 지금, 서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드래그 퀸 중 한 명임을 증명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드래그 쇼에 올라 춤과 노래, 커버 송 립싱크, 패션쇼, 연기 등을 망라했던 모어. 그에게 춤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지만, SNS에 조니 미첼이나 데이빗 보위처럼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앨범을 올리고, 개인적인 감상이나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은 흔치 않은 장면이어서 더욱 반갑다. 그리고 모어의 넘치는 끼와 재능은 그가 듣고 자란 음악과, 좋아하는 뮤지션으로부터 체득해 온 것이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모어는 다음 생이 있다면 그로 태어나고 싶을 만큼 존경하고 아끼는 뮤지션의 음악을 보내왔다. 하나같이 규정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고,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멋이 묻어나는 영상들이다.

 

More Says,

“나는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없다. 누구든 나를 무엇이라고 규정하길 원치 않는다. 나는 그저 보통의 삶을 영위하는 평범한 사람이고 싶다. 이것마저 오류인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늘어놓기 좋아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알아서 해석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싶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싶다. 당신이 우연히 날 만나게 된다면, ‘아름답다’라는 말과 함께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나는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 이 ‘짓’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 Annie Lennox ‘Why!’

애니 레녹스(Annie lennox)는 내가 드랙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일등공신으로, 그만큼 아티스틱한 얼굴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이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드랙이 되고 예술이 된 기분이다. 앨범 <Diva>(1999)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꼭 감상하기 바란다. 내가 왜 그를 사랑하는지, 왜 그가 되고 싶어 하는지. 이 영상을 보면 당신마저도 애니 레녹스를 추앙하게 될 것이다.

 

2. Kate Bush ‘Sat in Your Lap’

프로그레시브 팝 신의 여제이자 조상님 격인 케이트 부시(Kate Bush). ‘Sat in your lap’은 그의 1982년 작 <THE DREAMING>(1982)의 첫 번째 곡이다. 매우 추상적이고 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곡들로 채워진 이 앨범은 난해하고 독특하다 못해 추악함과 괴기스러움마저 느껴진다. 형식 없는 무브먼트와 히스테릭한 소프라노. 케이트 부시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광기 가득한 천재적 탐미주의자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미친년’인데, 다음 생이 있다면 격이 다른 미친 그로 태어나고 싶다.

 

3. Joni Mitchell ‘Both Sides Now’ (2000 Live)

살면서 얼마나 많이 그의 음악을 들어야 할까요
얼마나 많이 그를 사랑한다 말해야 할까요
얼마나 많이 그의 음악으로 감동을 받아야 할까요
I really don't know love at all
I really don't know life at all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경외합니다
조니 미첼(Joni Mitchell)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전부이자 인생이다.

 

4. Grace Jones ‘La Vie en Rose’ (1982 Live)

아방가르드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의 뮤즈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바디라인을 가진 그는 멋을 아는 뮤지션이다.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를 육감적 마성을 가진 원초적인 퇴폐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레이스 존스가 부르는 장밋빛 인생은 옛 영화처럼 근사하고 치명적이다. 단 하루라도 그의 몸으로 살아보고 싶다.

 

드랙퀸 모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모지민’이라는 본명으로 2004년부터 백지영, 엄정화, 비욘세, 패리스 힐튼 등의 백댄서로 무대에 올랐다. 연극 <미친키스>(2008)와 뮤지컬 <동키쇼>(2007), <클레오파트라>(2008), <아킬라>(2009), <라카지>(2012) 등에 출연했다. 이밖에도 뮤지컬 <더데빌>과 <포에틱> 안무가로 활동, 이은미, 이효리, 술탄오브더디스코, 신세하, 이랑의 뮤직비디오에 출연, 지금까지 다수의 갤러리와 콘서트, 브랜드 파티 오프닝에 섰다.

 

드랙퀸 모어 인스타그램
드랙퀸 모어 유튜브 계정

 

(메인 이미지= 더뮤지컬 제공ⓒ김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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