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극장판 전작 <개구쟁이 스머프>(2011, 2013) 시리즈에 이은 세번째 극장판 영화 <스머프: 비밀의 숲>(2017)은 순수한 애니메이션으로 찾아왔다. 스머프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와 흥미진진한 모험을 담아낸 신작 영화는 어린이들은 물론, 1980~90년대 TV 시리즈를 통해 스머프를 만난 어른 관객들의 흥미를 동시에 끄는 데 성공했다. 방영 50년이 지났지만 촌스럽지 않은 비주얼과 마르지 않는 소스로 무장한 스머프의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흰 수염에 빨간색 모자를 쓴 파파 스머프와 그 뒤를 따르는 흰 모자 스머프들

일명 ‘페요’라 불리는 벨기에 만화가 피에르 컬리포드(Pierre Culliford)가 탄생시킨 파란색 피부의 자그마한 캐릭터들은 1981년, <톰과 제리>로 유명한 한나 바버라 프로덕션에 의해 총 256화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스머프를 잡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인 악당 가가멜이 아무리 공격을 가해도 이 자그마한 요정들은 파파 스머프의 뛰어난 지혜와 신념 아래 일사불란한 협동심을 발휘하며 위기를 넘긴다. 깊은 숲속 버섯마을을 통해 피어나는 배려와 협동, 존중 같은 주제는 매회 평화와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의 폭넓은 공감을 유도한다.

겉보기에는 마냥 평화로워 보이는 버섯마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음모론을 생성시킬 만한 몇몇 ‘떡밥’들과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출생의 비밀도 숨어있다. 애니메이션 <스머프>가 그리는 지극히 평범하고 ‘착한’ 전개 말고,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들을 꺼낸다.

 

<스머프>의 홍일점, 스머페트 출생의 비밀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머프: 비밀의 숲>에서 밝혀진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라면 단연 스머프의 홍일점, 스머페트(smurfette)의 탄생 비화다. 스머프들을 잡아 수프로 끓여 먹을 궁리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던 가가멜은 스머프 마을에 분쟁을 일으키기 위해 여성 스머프를 만들어 마을에 보내는데, 그 정체가 바로 스머페트인 것. 원판 애니메이션에서도 스머페트의 탄생에 대한 언급이 분명 있었으나, 썩 주시하지 않았거나 에피소드를 건너뛰고 본 사람들에게는 꽤 충격적인 사실이다. 영상을 통해 금발여신 스머페트의 탄생을 확인하자.

마법사 가가멜의 고약하고 희귀한 약물로 만들어진 스머페트는 처음 탄생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온순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검은 단발머리에 괴팍한 성격을 갖고 태어난 스머페트는 가가멜의 요구대로 스머프 마을에 분란을 일으킬 계략을 꾸민다. 결국 그의 악행으로 마을에 홍수가 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스머페트가 물에 빠져 죽을 위기를 맞는다. 여러 스머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스머페트는 스머프들들의 착한 심성에 감동해 ‘진짜’ 스머프가 되길 간청하고, 파파 스머프에 의해 지금의 금발여신 스머페트로 다시 태어난다. 스머프들이 지닌 고유의 착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씀씀이는 고약하고 못된 본성마저 바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스머프들의 끈끈한 협동심이 물고 온, 공산주의 ‘떡밥’

<스머프> 오프닝 영상. 스머프들은 옹기종기 모여 집을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하며, 다리와 댐의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등 맡은 바 임무를 착실히 수행한다

스머프 마을에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으며, 외부에서 거둬오거나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물품들은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 쓴다. 각자의 사유 물품들은 따로 보관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마을에 위기가 닥치거나 특정한 스머프가 사정이 어려워지면 물품들을 기꺼이 공유한다. 여러 구성원들이 지도자 한 명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설정은 한때 스머프 마을이 사회주의 공동체를 상징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스머프가 ‘공산주의 만화’라는 루머를 생성시켰다. 당시 논쟁의 범위가 날로 확대되며 자본주의 국가 내 방영이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런 설도 있더라’ 하는 정도로 시들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 제2차 세계대전의 공포와 나치의 지배를 견딘 작가가 염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의 투영은 아닐까.

 

그럼에도,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버섯마을

<The Smurfs> S01 E34 <Gargamel The Generous>(1981)

스머프 마을에는 백여 명의 식량을 책임지는 ‘농부 스머프’와 요리를 만드는 ‘욕심이 스머프’처럼 생산적인 일을 하는 스머프들이 있는 반면, 종일 불평만 하는 ‘투덜이’와, 끊임없이 친구들을 골탕 먹이는 ‘익살이’ 같은 ‘비생산적인’ 캐릭터도 함께 공존한다. 비록 직접적인 쓸모가 없더라도 스머프들은 서로를 강요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서로의 부족함을 메꾸며 사이좋게 살아간다.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때론 음흉하고 괘씸한 장난도 일삼는 말썽꾸러기 스머프들이 사는 세상은 언제나 평화롭다. 가끔 고약하고 멍청한 가가멜에게 시달리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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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유튜브
<스머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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