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덮치는 태양의 뜨거움만큼 ‘치열’한 것이라면 바로 올 하반기 국내 극장가를 덮칠 한국영화들의 라인업이다. 만만치 않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속속히 국내 개봉을 예고한 가운데, 그에 굴하지 않는 한국영화 역시 한두 개가 아니다. 세계가 먼저 주목한 영화, 막강한 캐스팅으로 무장한 시대극, 훌륭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까지. 거센 파도처럼 밀려올 한국영화의 물결을 타고 즐겁게 유영하자.

 

#칸이 사랑한 영화

<옥자> 스틸컷

지난 5월 17일 개막한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가 한창이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자리인 만큼, 칸에 초청된 국내 작품들이 올 여름 국내 극장가에 든든한 기대를 채운다. 특히 올해는 두 편의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먼저 미스터리한 동물 캐릭터 ‘옥자’와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같은 명배우들의 조합으로 숱한 화제를 모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6)가 베일을 한 겹 벗으며 6월 29일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세계적인 콘텐츠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하고,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공동제작한 영화로, 앞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만 공개하기로 했다가 국내 관객에게는 극장에서 정식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칸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그러한 <옥자>의 극장 상영 처리에 관해 언급하며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물론 칸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스크린에 띄워질 <옥자>가 몹시 기다려진다.

<옥자> 예고편

 

<그 후> 스틸컷

말 많고 탈 많던 홍상수 감독이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 김민희)을 거머쥔 지 3개월 여 지났을까. 감독의 바로 다음 작품인 <클레어의 카메라>(2017)와 <그 후>(2017)가 나란히 칸에 초청됐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중 경쟁부문에 오른 <그 후>는 홍상수 패밀리로 불리는 권해효가 실제 부부 사이인 배우 조윤희와 극중 부부로 연기 호흡을 선보일 예정. 한편, 유부남의 불륜 상대로 오해를 받는 회사 직원 역에 김민희가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 또 한 번 국내 관객의 이목이 집중된다. 가타부타 할 것 없이, 칸 언론시사회 공개 후 비평가들에게는 상당한 호평을 얻었다고. 칸의 수상 결과에 따라 올 하반기 국내 관객과의 만남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개봉 미정.

<그 후> 칸영화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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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스틸컷

비경쟁부문인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클레어의 카메라>에 이어 정병길 감독의 <악녀>(2016)도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그동안 <내가 살인범이다>(2012), <우린 액션배우다>(2008) 같은 강렬한 액션 영화를 선보인 정병길 감독이 실제 합기도, 태권도 유단자인 배우 김옥빈과 만나 한국 영화 역사상 드문 카리스마 여성 킬러의 복수극을 보여줄 예정이다. 6월 8일 개봉.

<악녀>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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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시대극

<대립군> 스틸컷

5월부터 8월까지, 국내 극장가에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시대극’의 바람이 쉴 틈 없이 불어닥칠 예정이다. 거기에 믿고 보는 캐스트는 가장 큰 덤. 먼저 5월 31일 개봉하는 이정재, 여진구 주연의 <대립군>(2017)이 그 포문을 연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을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와 그를 호위하게 된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 속 적의 추격에 맞서 싸우는 여정을 그린다. 이정재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립군 수장 ‘토우’ 역으로 분했다.

<대립군>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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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스틸컷

6월에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2017)이 온다. 1923년 도교, 관동대지진 이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연인 '후미코'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 공식 포스터에 쓰인 문구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는 실제 박열이 잡지 <청년조선>에 기고한 시의 한 구절로 알려져, 역사와 영화 속 박열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청년 박열이 펼쳤던 강렬한 항일운동의 정신을 배우 이제훈이 능수능란하게 잇는다.

<박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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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대한 저항은 7월까지 이어진다. <베테랑>(2015)을 찍고 곧바로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이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새롭게 되짚는다. 7월에 찾아올 영화 <군함도>(2016)는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그리고 <부산행>의 아역배우 김수안까지.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배우들이 대거 활약한다. 류승완표 블록버스터의 엄청난 스케일과 몰입도를 런칭 예고편으로 미리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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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스틸컷

올 여름 마지막 시대극은 <의형제>(2010), <고지전>(2011)을 연출한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6)가 장식한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하여 전 세계에 최초로 보도한 독일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와 그를 광주까지 태워주며 취재를 돕게 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극중 독일기자 ‘피터' 역은 독일의 명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택시운전사 ‘만복’ 역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가 맡았다. 유해진, 류준열의 등장도 반갑다. 처절한 상황에서도 독일기자의 취재를 도왔던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시대와 스크린을 넘어 다시 한 번 우리 현실에 희망을 전할 예정. 8월 개봉.

 

#원작의 힘

<남한산성> 촬영 현장 스틸컷

올해 하반기, 국내 극장가를 사로잡을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특히 걸출한 ‘명작’을 기반으로 다진 영화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7년의 밤>은 제작 단계부터 원작이 선사한 강렬한 스릴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기대하는 작품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당초 6월 말 개봉을 예상했으나, 아직 정확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남한산성>(2017)이 지난 4월 촬영을 마쳤다. 캐스트는 무려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까지. 올 겨울 개봉을 간절히 빌어보며, 소설을 미리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신과함께>(2016)는 올해 12월에 개봉한다. 참고로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기획단계부터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제작했고, 후속편은 내년 여름에 개봉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은 웹툰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표현했을 지 직접 확인해볼 일이다. 전에 본 적 없던 하정우와 차태현의 조합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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