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집합이 갖는 수학적 의미는 A에도 속하고 B에도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신에서 찾아낸 교집합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밴드 사이의 교집합은 음악적 공통점이자, 교류의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교집합을 구하고 나니 차집합도 눈에 들어온다. 구성원을 공유하거나 공유했던 밴드들의 공통점을 보고 나면 각 밴드의 개성을 더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은 결과다. 그래서 반드시 공통점만 남지 않는다. 이들의 교집합은 더 나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연산 과정이고 모두 정답이다.


코가손
김원준(보컬, 기타), 이경환(베이스)

▲ (좌) 이경환, (우) 김원준 / 이미지 출처- 코가손 홈페이지

앨범 커버를 뒤덮은 밴드 로고 ‘가손이’는 한눈에 '코가손'의 의미를 이해시킨다. 예측한 대로 코가손은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에서 나온 말이 맞다. 2015년 EP앨범 <오늘부터>로 데뷔해 작년 5월 정규 1집 <Pop>를 발매한 코가손은 참 ‘소년스럽다’. 20대부터 내공을 다져온 30대 두 남자는 여전히 청청한 음악을 들려준다. 직관적인 구성, 어쩐지 내 얘기 같은 노랫말을 갖춘, 말 그대로 심플한 팝을 지향한다. 그 군더더기 없는 멜로디야말로 코가손 특유의 매력이다. 1집 수록곡 ‘호텔’의 뮤직비디오에서 가손이가 만들어내는 비주얼을 들여다보자.


▲ 코가손 '호텔' M/V


코가손∩푸르내 = 기타리스트 이경환

코가손과 푸르내 사이에는 이경환이 있다. 밴드 얄개들 시절부터 돋보였던 이경환은 코가손에선 베이시스트로, 푸르내에선 기타리스트로 각각 다른 온도를 품는다. 1990년대 영미권 인디록 넘버들을 연상시키는 코가손의 음악과 1980년대 가요의 절제된 감성이 느껴지는 푸르내의 음악은 이경환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각각의 개성은 더 뚜렷하다.


푸르내
김성준(보컬, 베이스), 유완무(보컬, 기타), 이경환(기타)

▲ (좌) 이경환, (중앙) 김성준, (우) 유완무
이미지 출처- 푸르내 페이스북, Photo by songgot


앞서 소개한 이경환과 같이 얄개들로 활동했던 유완무, 정원진이 새 멤버 김성준과 함께 2013년 푸르내를 시작했다. 현재는 정원진을 제외한 세 명의 멤버가 새로운 드럼 세션 멤버와 함께 한다. 그래서 푸르내의 음악은 얄개들과 이어지는 듯하지만 분명 다른 푸르내만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푸르내의 멜로디는 발라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종류도 아니다. 가만히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는 음악이라 해야 할까. 반복적인 운율이 느껴지는 멜로디 위로 덤덤하게 노래하는 보컬도 매력이다. 3년 전 어느 패션지에 ‘유명해질 거예요’라는 타이틀로 소개되었던 푸르내는 작년 6월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고, 그들이 직접 기획하는 공연 ‘다같이 푸르내’를 진행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 푸르내 ‘야생의 밤’ M/V


푸르내∩파라솔 = 드러머 정원진

푸르내와 파라솔에게서 어딘가 공통의 친숙함을 느꼈다면, 이유가 단지 두 밴드의 첫 자음이 ‘ㅍ’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푸르내의 음악을 먼저 들었든 파라솔의 음악을 먼저 들었든, 정원진의 드럼 소리를 같이 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앞서 얄개들에서 활동했던 정원진은 푸르내에서 활동했고 현재 파라솔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밴드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모습을 드러내는 여느 드러머답지 않게, 파라솔 1집 정규앨범 커버의 단독모델(?)을 꿰찬 정원진의 존재감은 파라솔에서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것일까, 하는 별 볼 일 없는 생각을 해본다.


파라솔
김나은(기타), 지윤해(보컬, 베이스), 정원진(드럼)

▲ (좌) 김나은, (중앙) 정원진, (우) 지윤해
이미지 출처- 파라솔 페이스북


파라솔 멤버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지윤해, 트램폴린, 줄리아하트의 김나은, 앞서 소개한 정원진이 모여 밴드 파라솔이 됐다. 다른 공간에 있던 각자가 파라솔이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창조한 새로운 멜로디는 타 밴드와 결코 겹치지 않는 매력이 됐다. 의지가 없는 듯 나른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반해, 노랫말은 되려 심오하다. 2015년 7월 첫 정규 앨범 <언젠가 그 날이 오면> 이후 약 10개월 만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 앨범 <베개와 천장>은 무기력한 의지를 노래하는 파라솔의 진가를 보여준다.


▲ 파라솔 ‘베개와 천장’ ⓒ온스테이지


파라솔∩트램폴린 = 기타리스트 김나은

파라솔에서 적극적으로 울리는 '좌앙좌앙'한 기타 소리도, 트램폴린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매앵매앵'한 기타 소리도 모두 김나은의 것이다. 그의 사운드는 정확한 하나의 의성어로 표현해내기 어렵게 몽환적이고 다채롭다. 그리고 물론 밴드 줄리아 하트에서도 다른 의성어를 들려준다. 트램폴린의 2집 앨범을, 파라솔의 시작을 함께 한 김나은은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두 밴드에 각각 완벽히 동화하고 또한 성공적으로 일탈한다.


트램폴린
차효선(신시사이저, 보컬), 김나은(기타), 정다영(베이스)

▲ (좌) 차효선, (중앙) 정다영, (우) 김나은
이미지 출처- 파스텔 뮤직


차효선을 주축으로 두 번째 앨범부터 기타 김나은을, 세 번째 앨범부터 베이스 정다영을 영입해 3인조 밴드가 된 트램폴린은 결국 더 완벽해졌다. 트램폴린은 첫 등장부터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장르’, ‘장르는 트램폴린’이라는 흔할 지 모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평을 들었다. ‘일렉트로니카에 기반을 둔 전자적 사운드에 어쿠스틱 악기의 리얼 연주를 절묘하게 매치한 스타일’이라 정의한 이들의 음악은 확실히 이전에 없던 것이자 독보적인 개성이다. 3인조 풀밴드로의 변화, DJ 소울스케이프의 믹싱을 거쳐 더욱 밀도 있는 음악으로 채워진 3집 앨범 <MARGINAL>은 '프램폴린식 팝'을 여실히 증명한다.


▲ 트램폴린 ‘Polygamy’ ⓒ온스테이지

(메인이미지 출처- 파라솔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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