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할리우드 호사가만 그런가. ‘2세’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입에 올리길 좋아한다. 딸들이 패션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델 케이트 모스, 배우 주드 로, 음악가 마돈나의 딸이다.

 

릴라 그레이스 모스(Lila Grace Moss)

엄마는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 아빠는 매거진 <Dazed & Confused>의 창립자 제퍼슨 핵(Jefferson Hack)이다. 2002년 두 사람이 연인 사이일 때 태어났다. 영국 패션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전설의 모델과 영국에서 제일 옷 잘 입는 남자라는 별명을 가진 패션 에디터 출신 아빠를 둔 덕분에 어릴 때부터 패션 키즈로 명성이 높았다. 

그가 처음 패션계에 정식으로 발을 내디딘 건 2016년 <VOGUE> 이탈리아를 통해서다. 42세의 케이트 모스와 열세 살 난 딸에 중점을 둔 화보와 표지였다. 케이트 모스와 친분이 깊은 마리오 소렌티(Mario Sorrenti)가 흑백으로 촬영했다. 전형적인 가족의 이미지고, 닮은 두 사람의 초상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해 5월 초엔 런던의 땋은 머리 전문가가 모여 만든 브랜드 더 브레이드 바(The Braid Bar)의 인스타그램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영국 밴드 더 클래시(The Clash)의 기타리스트 믹 존스(Mick Jones)의 딸 스텔라 존스(Stella Jones)와 릴라 그레이스 모스가 함께 한 캠페인 이미지. 신비롭고 시원하게 머리를 땋은 릴라는 교정기를 끼고 있었다. 브레이드 바는 걸 파워와 걸리쉬를 컨셉트로 파격적이고 사랑스러운 헤어 스타일과 그에 어울리는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첫 캠페인이 땋은 머리 화보라니! 더 이상 엄마를 더 닮았는지 아빠를 더 닮았는지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사진이었다. <VOGUE>가 엄마를 보조하는 촬영이었다면 브레이드 바와 함께한 촬영은 모델로서의 첫 일이다. 케이트 모스는 2016년 본인의 에이전시인 ‘케이트 모스 에이전시’를 열었다. 릴라는 엄마의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다.

 

아이리스 로(Iris Law)

배우 주드 로(David Jude Law)와 배우이자 디자이너인 새디 프로스트(Sadie Frost)의 딸 아이리스 로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열여섯일지도 모른다. 열다섯이 될 무렵 영국의 십대 스타일리스트 비올레타 팬시 유(Violetta fancies you)와 패션 브랜드 일러스트레이티드 피플(Illustrated People)의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으로 첫 모델 일을 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모델로서의 인지도는 엄청나게 상승했다.  

i-D x Burberry present Iris Law

첫 캠페인을 마치고 바로 <Teen Vogue>와 화보를 찍고 일주일 후 샤넬과 계약을 하고, 곧 이어 버버리 뷰티 모델로 발탁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나 십대의 절반 밖에 보내지 않았지만 아이리스 로에게서는 1990년대 분위기가 풍긴다. 엄마인 새디 프로스트의 영향이 크다. 옷과 화장에 관심이 생길 무렵 엄마의 사진을 참고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그를 젊은 세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로 만들었다. 고전적이고 세련된 외모에 90년대 문화와 복식을 몸소 보여주고, 감각을 분방하게 표현한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커다란 후프 귀걸이와 트레이닝 팬츠, 빈티지 명품과 최신 명품, 엄마를 통해 좋아하게 된 오래된 실루엣의 블라우스들. 담배를 입에 문 영국의 10대 청소년과 야한 나체의 타투, 의미를 알 수 없는 예술적인 뉘앙스가 주목을 끈다. 게다가 젊은 시절의 부모, 대모인 케이트 모스, 여전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부모의 모습이 속속 올라오니 언제나 주목의 중앙에 서 있다.

 

루데스 레온(Lourdes Leon)

루데스 레온이 무얼 하며 지내는지 일깨워주는 건 대체로 엄마 마돈나(Madonna)의 인스타그램이다. 네 자녀의 사진을 많이 올리는 편이지만, 특히 나의 분신, 나의 사랑이라는 수식어를 단 롤라(Lola, 마돈나가 루데스 레온을 부르는 애칭이고, 루데스 레온 역시 모든 친한 사람들은 나에게 ‘롤라’라고 부른다고 말한다)의 사진을 수두룩하게 올린다. 2017년 5월 15일 마돈나는 영상 하나를 올리고 이렇게 말을 덧붙였다. “어머니의 날 최고의 선물”. 스텔라 매카트니 향수 캠페인의 모델이 된 루데스 레온의 짧은 영상이었다. 촬영한 지 시간이 지났지만, 엄마 마돈나는 이렇게 딸의 활동을 다시금 상기시켜줬다.

Lola Leon for POP by Stella McCartney

루데스 레온은 어릴 때부터 존재감이 확실했다. 쿠바 태생 배우인 아버지 카를로스 레온(Carlos Leon)의 외모를 더 많이 물려받아 금발의 팝스타인 엄마와 대비되는 이미지로 사람들의 인상에 남았다. 미성년자 때 흡연 구설수에 오르고, 아이 치곤 어둡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런 점마저도 마돈나의 딸답다는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마돈나와 함께 머티리얼 걸(Material Girl)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마돈나가 집필한 책 <잉글리시 로즈(The English Roses)>에 도움을 주고, 마돈나 음악에 백그라운드 보컬과 댄서로 참여하고, 마돈나 베스트 앨범 영상에 참여하는 등 대부분의 경력이 엄마인 마돈나와 함께였지만,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은빛의 야성적인 머리칼, 피어싱과 액세서리를 겹겹이 겹쳐 과감하게 활용하는 그만의 스타일이 점점 부각되는 중이다. 

아이리스 로 인스타그램
마돈나 인스타그램
루데스 레온 인스타그램

 

Writer

매거진 <DAZED & CONFUSED>, <NYLON> 피처 에디터를 거쳐 에어서울 항공 기내지 <YOUR SEOUL>을 만들고 있다. 이상한 만화, 영화, 음악을 좋아하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윗옷을 벗은 여성들을 찍은 음반 겸 사진집 <75A>에 사진가로 참여했다.
박의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