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이태원, 서촌, 홍대처럼 젊은이들이 흔히 모여드는 장소 말고. 오늘날 새로운 문화 해방구로 떠오르는 을지로, 그 중에서도 신도시를 주목하라.
신도시(seendosi)는 미술작가 이병재와 사진작가 이윤호가 만든 바(BAR) 겸 복합문화공간이다. 앞서 이병재는 이태원에서 카페 겸 공연장 '꽃땅'을 운영했고, 이윤호 역시 효창공원 인근에서 중고 잡화점 ‘우주만물’을 공동으로 운영했다. 꽤 오래 서브 컬처 깊숙이 몸을 담그고 있던 두 사람은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자'라는 취지로 2015년, 청계천 공업단지 내 낡은 건물 5층에 ‘신도시’라는 가게를 세웠다. 이곳에서 공연, 음악, 영상, 출판, 디자인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신도시는 밤에는 술집, 주말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아티스트가 공연을 벌이는 장소로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며 ‘놀이의 성지’로 거듭났다. 그 기세에 호텔 수선화, 우주만물, 소소룸, 독립출판서점 노말에이 등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다양한 문화공간이 꼬리를 물 듯 새로 생기거나 을지로로 터를 옮겼다.
신도시는 엄청나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생소한 모습도 아니다. 언제든 간단한 식사, 안주를 즐길 수 있으며, 매주 서너 차례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 없는 낡은 건물 5층을 올라가 문을 열면 이내 탁 트인 내부가 펼쳐진다. 천장에는 한때 다른 곳에 있던 가게의 간판이었던 신도시라는 글자가 적힌 네온사인 간판이 붙어 있고, 비교적 널찍한 공간에는 각기 다른 형태의 테이블과 의자가 드문드문 놓여 있다. 가게 한쪽에는 스탠딩 바가 있고, 주인장의 취향이 드러난 오브제들이 공간 구석구석을 채운다.
그런 신도시가 어느덧 2주년을 맞았다. 2주년 파티는 신도시를 운영하는 이병재, 이윤호와 헬리콥터 레코즈 대표 박다함이 함께 기획했다. 파티는 5월 26일, 27일 양일간 열린다. 인디 신에서 내로라하는 밴드들의 공연이 주가 되는 5월 26일 공연은 예매분 60석이 모두 매진되었다. 대신 당일 현매는 예매 취소분을 포함하여 40+a 석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DJ들의 공연으로 채워지는 27일 공연은 예매 없이 현매로만 진행한다. 입장료(25,000원)에는 원 프리 드링크와 신도시에서 제작한 열쇠고리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신도시 2주년 파티의 흥을 책임질 뮤지션들을 미리 살펴보자.
5월 26일(금) 라인업
유기농맥주
거친 질감의 에너지로 가득한 4인조 록 밴드. 2012년 밴드를 결성한 이후 자립본부, 리쌍 페스티벌, 아현포차 촛불 문화제 등 연대의 손길이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가 공연을 펼쳐왔다. 지난해 3월 '톰슨가젤'이라는 곡으로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했고, 10월 말에는 첫 앨범 <one take brewing; bug fixed>(2016)를 발매했다.
실리카겔
첫 E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2015)으로 주목받은 뒤, 이듬해 정규 1집 <실리카겔>(2016)을 발표하며 그해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대상과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거머쥔 7인조 혼성 밴드. VJ들이 만들어내는 배경 위에서 여러 대의 악기,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진 음악은 관중의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실리카겔은 올해 3월, 밴드 파라솔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앨범 <Space Angel>(2017)을 발표했다.
단편선과 선원들
정규 1집 <동물>(2014)로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을 받았고, 지난해 정규 2집 <뿔>(2016)을 발표하며 더욱 거침없는 활동을 이어간 밴드. 또렷한 개성이 묻어난 단편선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바이올린, 퍼커션, 베이스의 조합은 격렬하고 파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좋은 대화처럼 매끄럽다. 얼마 전(5월 3일) 디지털 싱글 '러브송'을 발매했다.
위댄스
위보(보컬), 위기(기타)로 이뤄진 2인조.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한다. 2013년부터 세 장의 <Produce Unfixed> 시리즈 앨범을 발표했고, 얼마 전 새 음반 발매에 앞서 두 개의 싱글 ‘노래의 시작’과 ‘Shelter’를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 만선(https://maansun.com/)에 공개했다.
신세하 앤 더 타운
래퍼 김아일(QIM ISLE)의 앨범 <Boylife In 12''>(2014)를 프로듀싱하며 수면 위로 등장한 신세하는 1980년대 사운드를 원천으로 하우스 뮤직, 신스팝, 뉴웨이브, 올드스쿨을 고루 섞은 1집 앨범 <24Town>(2015)으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신세하 앤 더 타운은 작곡가, 비트 메이커,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신세하가 공연 퍼포먼스를 위해 만든 프로젝트 팀으로 콴돌(퍼커션), 오존(기타)이 속해 있다. 신세하는 올해 2월, 새로운 EP <7F, the Void>(2017)를 발표했다.
DJ SOULSCAPE
어릴 때부터 레코드를 사 모으는 바이닐 키드로 유명했던 DJ 소울스케이프는 1998년 클럽 MP의 DJ로 활동을 시작, 2005년부터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파티 유닛 ‘360 Sounds’를 이끌어가고 있다. 오늘날에도 한국 턴테이블리즘 음악의 선구자로 다양한 장르의 바이닐 레코드를 탐구하며 여러 문화 영역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샘플을 통째로 따다가 베이스와 드럼만 입혀서 만들어내는 기존의 작법과 달리, 여러 곡에서 잘게 따온 샘플들을 변조, 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탄생시키며 타고난 실력을 입증해왔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정규 1집 <우리는 깨끗하다>(2007)를 시작으로 어느덧 10년이라는 값진 세월을 이룩한 밴드. 3집 <썬파워>(2015)를 발매하고 공연을 꾸준히 이어갔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는 원년 멤버 조웅(기타/보컬)을 중심으로 김나언(키보드), 유주현(드럼) 3인 체제로 활동하고 있다. 조웅의 선 굵고 거침없는 보이스, 구남 특유의 흥겨운 리듬과 장단은 여전히 건재하다.
백현진X김오키X김한주
가수 백현진과 색소폰연주가 김오키, 여기에 실리카겔의 김한주라니. 백현진은 앞서 김오키, 방준석과 함께 여러 번 공연을 해왔지만, 인디 신의 젊은 유망주 김한주와 합동 공연을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현진의 걸쭉하면서도 절절한 목소리, 김오키의 유려한 색소폰, 앳된 이미지와는 달리 중저음의 목소리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한주. 세 사람의 색다른 호흡을 기대해봐도 좋다.
5월 27일(토) 라인업
덕이와 범이│Youngmond│Dj ㅇㅇ│Quandol│모임 별│Kirara│차효선│Andow│Cong Vu│Johann Electric Bach│김윤기│시네마지옥│Nikudeii│seesea│Von Bueno│DownTown
27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파티에서는 16팀의 디제잉을 만나 볼 수 있다. 'FAIRBROTHER'라는 이름으로 레게 앨범 <남편>(2014)을 발매한 Youngmond,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은 키라라(Kirara), 올해 4월부터 밴드 트램폴린을 원맨 밴드로 전환한 차효선, 신도시에서 한 달에 한 번 '노클럽'을 열어온 노뮤직(No Music) 일원인 Dj ㅇㅇ(aka 박다함)과 Cong Vu, 봄비노 레코드를 운영하는 Von Bueno, 올해 3월 새 음반 <밤도깨비들을 위한 선곡집>(2017)을 발표한 모임 별 등 인디포스트에서 한번쯤 다룬 인물들을 포함한 다양한 게스트들이 출연한다.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시네마지옥이 ‘유튜브와 다음TV팟 등의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오는 한국 영상과 음악들을 보정 없이 조합하여 격동의 21세기 한국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는 작업’인 <몬도 코리아>를 상영한다.
신도시(Seendosi)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동 11-2 4-5층
영업시간 18:00~02:00 / 토요일은 오후 3시부터, 일요일은 휴무
문의 070-8631-4557
홈페이지 www.seend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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