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는 유명 힙합 뮤지션의 앨범 자켓을 마블 히어로 캐릭터로 패러디한 ‘마블 힙합 배리언트 커버’를 제작해왔다. 2015년 말에 공개한 마블 코믹스의 신작 표지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힙합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레전드 힙합 뮤지션들의 상징적인 앨범 자켓을 마블 코믹스 캐릭터의 모습으로 그려낸 커버는 몹시 기발하면서도 똑같아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먼저 대표 커버 시리즈 몇 개를 보자. 왼쪽 이미지는 앨범 자켓, 오른쪽은 마블이 패러디한 커버다.

에릭비와 라킴(Erik B & Rakim) <Paid in Full>(1987), 스파이더맨과 데드풀(Spider-Man/Deadpool)
닥터 드레(Dr. Dre) <The Chronic>(1992),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
데 라 소울(De La Soul) <3 Feet High and Rising>(1989), 엑스맨(X-Men)
50센트(50cent) <Get rich or die tryin’>(2003), 아이언맨(Iron man)
(이미지 출처 - via- news.marvel.com)

힙합 뮤지션들을 멋진 ‘히어로’로 등극시킨 마블식 오마주는 힙합과 만화를 아우르는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힙합 팬들은 기꺼이 마블 캐릭터를 기억하고, 마블 팬 역시 히어로로 변신한 뮤지션의 노래를 흔쾌히 들었을 것이다. 물론 만화에서든 음악에서든 히어로는 아무나 될 수 없는 법. 지난 해 3월, 마블은 10개의 새로운 힙합 배리언트 커버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번에도 역시 힙합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명반들을 패러디한 가운데, 그중 몇몇 앨범을 골라 소개한다. 지금, 가장 눈여겨볼 뮤지션들의 앨범이기도 하다.    

 

Migos <Culture>(2017)

미고스(Migos)의 앨범 자켓은 2008년 출간한 마블 코믹스 유니버스 시리즈 ‘시크릿 워리어즈(Secret Warriors)’의 이미지들로 재해석됐다. 시크릿 워리어즈는 우리가 영화로 잘 알고 있는 ‘어벤져스’와는 약간 다른 맥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또 다른 히어로 팀이다. 참고로 시크릿 워리어즈는 2013년부터 미국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리즈로 제작되어 현재 시즌 5 방영 중이다.

미고스(Migos)는 미국 언더그라운드 신을 기반으로 실력을 쌓아온 힙합 트리오다. 지난 해 선공개한 싱글 곡 ‘Bad And Boujee‘로 미국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가장 주목받는 힙합 뮤지션 자리에 올랐다. 그 여세를 몰아 2017년 2월 발매한 정규 앨범 <Culture>로 지금은 미국 메인 힙합 신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톡톡 끊어서 강하게 내뱉는 래핑이 인상적인 미고스의 대표곡을 감상해보자. 현재 미국 힙합 문화를 중독시킨 ‘트랩’이 어떤 분위기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Bad and Boujee'(feat. Lil Uzi Vert) MV

 

The Weeknd <Beauty Behind The Madness>(2015)

위켄드(The Weeknd)의 정규 2집 앨범 자켓은 지난 해 전세계 스크린에서 깜찍한 베이비 그루트로 활약한 캐릭터 ‘그루트’가 담당했다.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에 나왔던 모습 그대로다. 어리버리해 보이지만 은근한 파워를 내뿜는 그루트의 성격과 위켄드의 성격이 비슷한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위켄드의 표정과 감정 하나는 완벽하게 오마주한 것 같다.

2010년 캐나다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한 위켄드는 그루트 만큼이나 독보적인 개성으로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지금은 아니다)은 물론 매력적인 창법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R&B계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그 과정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앨범이 <Beauty Behind The Madness>다. 앨범 수록곡 'Can't Feel My Face', 'The Hills', 'Earned It'은 차례로 2015년 7월 마지막주 빌보드 핫 R&B순위에서 1, 2, 3위를 차지하며 당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당장 위켄드의 1위 곡부터 감상해보자. 유튜브 조회수 8억 회를 훌쩍 넘긴 뮤직비디오는 국내 광고에도 삽입되어 몹시 친숙하다.

‘Can't Feel My Face’ MV  

 

Frank Ocean <Blonde>(2016)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앨범 자켓은 마블 코믹스의 새 에피소드인 <Royals #1>의 캐릭터 ‘메두사’가 꾸몄다. 강철보다 강한 빨간 머리카락을 지닌 것이 특징인 메두사가 ‘bald’한 채 프랭크 오션을 패러디한 커버 아트에서 마블의 남다른 센스가 엿보인다.

프랭크 오션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이다. 앞서 소개한 위켄드와 함께 차세대 힙합 R&B 뮤지션으로 꼽힌다. 2012년 발표한 데뷔 앨범 <Channel Orange>부터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그는 지난 해 2월에 열린 제59회 그래미시상식을 보이콧하며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2016년 말 발표한 그의 두 번째 정규앨범 <Blonde>를 두고 많은 이들이 그래미시상식 후보로 점쳤지만, 그는 인종차별 이슈에 둘러싸인 그래미시상식 심사 체계의 정당성을 언급하며 불참했다. 흑인 남성 가수로서는 드물게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기도 한 그의 마음을 적어도 마블은 잘 이해한 것 같다. 참고로 앨범 커버에 쓰인 'Blond'는 금발 남성을, 앨범명 'blonde'는 금발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제, 프랭크 오션이 선사하는 리듬과 소울을 느껴보자.

'Golden Girl'(Feat. Tyler, The Creator)

 

Rae Sremmurd <Sremmlife 2>(2016)

마블 영화 ‘X-MEM’ 시리즈와 궤를 같이 하는 마블 코믹스 에피소드인 <Generation X>의 두 캐릭터가 미국 힙합 듀오 레이 스레머드(Rae Sremmurd)에게 있어 가장 기념비적인 앨범 커버를 장식했다. 끼 많고 젊은 레이 스레머드의 매력은 마블 커버에서 더 잘 드러난 듯하다.

2014년 데뷔한 레이 스레머드는 단연코 지금 미국 힙합 신에서 가장 젊고 유망한 루키다. 각각 1995년, 1993년생인 남성 듀오는 사실 나이보다는 흐름을 앞서가는 기발한 음악성으로 더 주목받았다. 먼저 그들의 재치 있는 이름부터 살펴보자. 미국 유명 프로듀서 Mike will made it이 이끄는 레이블 ‘Ear drummers’에 소속된 레이 스레머드의 이름은 레이블 이름을 거꾸로 써서 만든 것이다. 유명 레이블의 멤버부터 마블이 선택한 앨범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누구보다도 빨리 힙합 ‘히어로’로 인정받은 레이 스레머드에게 가장 큰 영광을 안겨준 곡이 <Sremmlife 2>에 수록한 ‘Black Beatles’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레이 스레머드를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던 많은 힙합 뮤지션들을 놀래키며, 2017년 초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올랐다.

'Black Beatles' (feat. Gucci Mane)
(본문 앨범 커버 이미지 출처- via- www.hotnewhip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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