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영국에서 결성된 애시드 재즈 그룹 자미로콰이(Jamiroquai)에는 프런트맨 제이 케이(Jay Kay, 1969~, 이하 JK)가 있다. 정상의 애시드 그룹 브랜드뉴헤비즈(Brand New Heavies)의 보컬리스트 오디션에서 탈락한 후, 자신이 주도하는 밴드 ‘자미로콰이’를 결성하여 영국과 애시드 재즈의 범주를 뛰어넘어 팝, 록, 일렉트로니카로 확장한 세계적인 밴드로 키워냈다. 그들이 판매한 음반은 3천만 장에 이르고 대형 음반사 소니(Sony)와의 법적 분쟁도 불사할 정도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소니와의 8장 앨범 발매계약이 종료된 2006년 이후에는 이들의 활동도 눈에 띄게 줄었으나, 작품 활동과 공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05년 발표곡 ‘Talullah’는 그들의 음악이 재즈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미로콰이는 음악 그룹이지만 JK 외에는 수시로 멤버가 교체되었다. 말하자면 JK를 위해 존재하는 밴드인 셈이다. JK는 대부분 노래의 작곡과 보컬을 담당하는 프런트맨이었고, 그의 스케줄에 따라 밴드 일정이 결정된다. JK는 자신의 캐릭터에 선명성을 부여하여 자미로콰이에 명확한 아이덴터티를 구축하였다. 깡충 거리는 무대매너나 댄스, 그의 의상, 앨범 로고까지 고도로 계산된 브랜딩 전략일지도 모른다. JK의 캐릭터를 구성하는 몇 가지 키워드를 알아보자.

 

인디언 추장 모자

자미로콰이의 상징 ‘버팔로맨(Buffalo Man)’의 실루엣 로고

그는 스스로를 “모자에 미친 사나이(Mad Hatter)”라고 부른다. 그가 쓰는 모자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룹 이름 ‘Jamiroquai’의 ‘Iroquai’는 미대륙 동부에서 가장 번성했던 인디언 종족이었으나, 17세기 초 전멸당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서 JK는 인디언 종족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표한 바 있으나, 콘서트에서는 변형된 인디언 추장 모자를 자주 쓰고 나와 미국의 인디언 관련 단체에서 이를 비난하기도 했다.

인디언 추장 복장으로 출연한 뮤직비디오 ‘Corner of the Earth’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JK는 곧잘 아디다스 상표가 선명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공식 석상이나 공연장에 나오곤 한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 아디다스의 스폰서 수입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아디다스 측은 자미로콰이와의 상표 계약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JK는 옷이 편하고 좋아서 입거나, 스티브 잡스처럼 옷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여러 벌 사다놓고 입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아디다스로서는 별다른 댓가없이 슈퍼스타를 홍보 모델로 쓰는 셈이다.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장으로 TV에 출연한 JK

 

100여 대의 슈퍼카

영국의 외딴 시골에서 자란 JK는, 이제 3천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여 4천만 파운드(약 6백억 원)를 보유한 자산가가 되었다. 벌어들인 돈을 쓰는 곳은 단연 자동차 수집이며 런던 교외의 저택에 약 100여 대의 값비싼 슈퍼카와 클래식카를 모셔 놓고 있다. 그의 수집품 중 가장 귀한 3대의 차를 출연시켜 제작한 뮤직비디오가 ‘Cosmic Girl’이다. 가끔 <Top Gear>에 출연해 전문 레이서 못지않은 운전실력을 보여 관계자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Cosmic Girl’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JK의 애마 3대
2004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그의 자동차 콜렉션과 애견을 소개하는 JK

<Automation>(2017) 발매 당시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에는 JK가 새로운 스타일의 첨단 모자를 쓰고 나타난 바 있다.

Jamiroquai ‘Automaton’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