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두들의 박태성과 정우민이 초대 손님을 모시고 시티팝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합니다. 보는 각도와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시티팝의 모습을 굳이 하나의 시점으로 정리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이야기해보다가 떠오르는 시티팝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는 시티팝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티팝을 향한 애정에 대한 것인데요, 애정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알 듯 모를 듯한 정도가 제일 좋습니다. 지난주 상편에 이은 두 번째 대화입니다.

 

태성  시티팝에 대한 도시적인 대화 두 번째. 이번에는 초대 손님을 모셨습니다. 시티팝의 시대에 젊음을 보내신 분이죠.
우민  토미타 타카히로(冨田貴浩) 씨를 소개합니다.
토미타  안녕하세요.
우민  전편에서 토미타 씨는 1980년대 도쿄에 사는 30대의 샐러리맨으로 등장하셨습니다. 차를 타고 요코하마에 가서 저녁으로 하야시라이스를 드셨죠.
토미타  예. 벌써 35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태성  하야시라이스 좋아하시나요?
토미타  물론입니다. 요즘도 1년에 350그릇 정도는 먹고 있습니다.
우민  와. 대단하군요.
태성  저, 그런데 토미타 씨는 정말로 존재하는 분인가요?
토미타  음. 글쎄요. 이 대화에 등장하는 태성 씨와 우민 씨는 실존하는 인물입니까?
우민  ...
태성  이거, 한 방 먹었군요.
토미타  미안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태성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 입으로는 할 수 없는 얘기를 대신 해주셔서 감사하네요.

 

우민  오늘 토미타 씨를 모신 이유는, 80년대 당시 시티팝을 들으며 30대를 보내셨던 분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데요.
토미타  음. 글쎄요. 사실 그 시절의 시티팝에 대해서는 그렇게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야시라이스라면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어릴 때부터 하야시라이스를 먹은 감상을 일기에 적고 있거든요.
태성  저, 하야시라이스 얘기라면 이제 됐습니다.
토미타  아아, 미안합니다. 어쨌든,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열성적인 음악 애호가인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막연한 이미지는 남아 있지만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 자신이 없군요. 게다가 나이도 나이인지라... 허허.
우민  그래도 이 그림을 보면 생각나시는 게 있겠죠? 오오타키 에이이치(大瀧詠一)의 <A Long Vacation>(1981) 앨범 커버입니다.

오오타키 에이이치 <A Long Vacation>(1981) 앨범 커버

토미타  아아, 반갑군요. 이 레코드, 저희 집에도 있습니다. '너는 천연색(君は天然色)' 들어볼 수 있을까요?
태성  죄송합니다. 여기서는 되도록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서요.
토미타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우민  저희도 이것저것 들려 드리고 싶은 게 많은데 그럴 수가 없네요.
태성  저는 오오타키 에이이치가 밴드 해피엔드(はっぴいえんど)의 멤버라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만.
토미타  음. 글쎄요. 사실 저도 그때는 이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만, 레코드 가게에서 커버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샀던 기억이 나네요. 참 멋있지 않습니까?
우민  이 커버의 일러스트는 나가이 히로시(永井博)가 그렸습니다. 바다와 야자수, 수영장 등을 구도에 담아 여름의 풍경을 이국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유명한데요. 저는 특히 여름의 석양을 그린 시리즈를 좋아해요.
태성  제가 좋아하는 밴드 서니 데이 서비스(サニーデイ・サービス)의 최근 앨범 <Dance To You>(2016)의 커버 일러스트도 하셨네요. 요즘도 활동을 많이 하시나 봐요?
우민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하고 계신데요. 올해는 문구 브랜드 delfonics(델포닉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하셨다고 해요.
태성  그분의 일러스트로 된 제품들이 나오나 보군요?
우민  네. 델포닉스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문구예요. 요즘 시티팝의 유행에 발을 맞춘 기획이라고 볼 수 있겠죠?

나가이 히로시(永井博)의 작품. 이미지 출처 홈페이지

태성  그런데 지난 회에도 얘기가 조금 나왔습니다만, 이 시대에는 스즈키 에이진(鈴木英人)의 일러스트도 유명했죠?
토미타  예. 저는 <FM 스테이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민  그게 뭔가요?
토미타  아,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요. 라디오 정보지입니다. 표지를 그분이 그렸다고 알고 있는데요.
태성  매월 그리셨나요?
토미타  아뇨. 격주간지였습니다. 그리고 매회 그리셨던 건 맞아요. 그리고 표지와 같은 그림으로 카세트 테이프 케이스에 끼울 수 있는 종이 재킷이 부록으로 나왔었죠. 그게 아주 인기였어요.
우민  두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토미타  글쎄요. 뭐랄까, 아침에 어딘가로 놀러갈 때는 스즈키 에이진이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때는 나가이 히로시라는 느낌이네요. 스즈키 에이진이 좀 더 만화적이고, 낙천적이고... 뭐, 둘 다 좋습니다만. 허허.

라디오 정보지 <FM STATION> 표지

태성  그런데 토미타 씨는 지금은 은퇴하신 거죠?
토미타  예. 젊어서는 광고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만드는 부서는 아니었고, 저는 사무직에 가까웠죠.
태성  아, 그렇군요. 시티팝에 대해 찾아보면 요코하마 타이어 광고 얘기가 나옵니다만...
토미타  아베 야스히로(安部恭弘), 스즈키 유우다이(鈴木雄大), 이나가키 준이치(稲垣潤一), 이노우에 아키라(井上鑑)...
태성  예?
우민  80년대 초반 시티팝의 흐름을 주도했던 분들이에요. 당시 도시바 EMI(東芝EMI) 소속으로 "뉴웨이브 4인방"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토미타  그런데 저는 사실 도시바 EMI라든가, 뉴웨이브라든가, 심지어는 시티팝이라는 말도 익숙하지는 않군요. 제가 기억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음악이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아서, 광고에 많이 나왔다는 것 정도입니다. 요코하마 타이어 광고에도 그 사람들 노래가 나왔죠.

YOKOHAMAタイヤ CM (요코하마 타이어 광고 영상)

태성  토미타 씨는 이 분들 노래 많이 좋아하셨나 봐요?
토미타  저는 뭐, 그때는 워낙들 유명했으니까.
우민  그럼 토미타 씨가 좋아하는 시티팝은 어떤 게 있나요?
토미타  음, 글쎄요. 저는 이게 시티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좀 더 앞선 시기인 것 같은데...
태성  괜찮습니다.
토미타  처음 차를 운전할 때 이 노래 많이 들었습니다.

아라이 유미 '中央フリーウェイ(츄오 프리웨이)'

우민  아, 유밍(ユーミン)이군요. 저도 이 노래 참 좋아하는데요.
토미타  허허, 이거 어쩐지 기분이 좋군요. 가사를 들어보면 츄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이 나오지요.
우민  오른쪽에 보이는 경마장~
토미타  왼쪽은 맥주 공장~
태성  어쩐지 질투가 나는군요.
우민  토미타 씨는 이게 시티팝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제가 느끼기에 이 노래의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 감각은 시티팝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시티팝이었던 것 같아요.
토미타  허허 저는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태성 씨는 좋아하는 시티팝 있습니까?
태성  제가 2000년에 처음 키린지(キリンジ)를 들었을 때는, 분명 시부야 케이의 흐름에서 같이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지는 않더군요.
우민  오히려 본인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시티팝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도 있다고 해요.
토미타  음. 글쎄요. 저는 시부야 케이라는 말도 들어보기는 했지만 뭔지는 잘 모릅니다. 한 곡 들어볼 수 있을까요?

키린지 ‘エイリアンズ(에일리언즈)’

토미타  아, 이거 요즘 티브이 광고에 나왔던 음악 아닙니까?
태성  그런가요?
토미타  분명히 기억이 나네요. 이 노래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요즘에 나온 노래가 아니었군요?
우민  예. 거의 20년이 다 된 노래이지만 요즘 다시 찾아온 시티팝의 흐름에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토미타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지요. 그런데 듣다 보니 시티팝이란 어쩐지 광고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민  비교적 후대의 시티팝 중에서 광고 음악으로 잘 쓰이는 다른 아티스트도 있어요. 토키 아사코(土岐麻子)입니다.
태성  어라? 그분 혹시 심벌즈(Cymbals)의 보컬 아닌가요?
우민  예. 보컬이었죠. 최근에도 앨범을 내셨는데요. 일렉트로니카를 토대로 하는 현대적인 시티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시티팝이란, 가사도 물론 포함해서 도시의 속도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하네요.

토키 아사코 앨범 <PINK>(2017) 메이킹 영상

토미타  허허. 이것 참. 시티팝이라는게 얘기를 들을수록 점점 뭔지 모르겠는데, 노래를 듣다 보니 뭔가 마음속에서 모여드는 게 있군요.
태성  아아. 나루호도.
우민  일본어 잘 못 하잖아요.
태성  에에. 소노 토오리데스.
우민  혼난다.
토미타  허허. 두 분이 사이가 아주 좋군요.
태성  토미타 씨. 오늘 나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민  이렇게 직접 나와주실 줄은 몰랐는데, 실제로 뵈니 생각보다 더 멋있는 분이네요.
토미타  저도 즐거웠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또 불러주세요.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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