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이 영화가 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만큼의 수는 아니더라도, 작가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죠. 사드의 말년을 그린 <퀼스>(2000), 오스카 와일드의 <와일드>(2014), 랭보와 베를렌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토탈 이클립스>(1995)를 비롯해 <미드나잇 인 파리>(2011)처럼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등 세기를 대표하는 유명 작가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그중 작가의 한 작품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영화와 책을 골라봤습니다.

 

1. 트루먼 카포티

영화 <카포티>(2005) 예고편

<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카포티 | 시공사 | 2013 (원제 <In Cold Blood>, 1966)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 1924~1984)는 영화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았던 작가입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빛나는 재능과 불안정한 정체성, 작가로서는 드물게 재력도 겸비하게 된 스타였지만 여전히 고독했던. 그런 그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인 콜드 블러드>를 집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바로 <카포티>입니다. 소설 <인 콜드 블러드>는 잔인한 살인 사건을 다루며 그것보다 더 잔혹한 인간 내면을 깊고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트루먼 카포티가 살인범 페리 스미스에게 느꼈던 복잡한 감정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영화 <카포티>는 그러한 작가로서의 카포티와, 페리를 바라보는 개인인 카포티 사이의 내적 갈등을 보여줍니다. 우정인지 연민인지, 어쩌면 애정이었을지도 모를 감정으로 페리의 사형을 지켜보는 카포티. 그 장면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Philip Seymour Hoffman, 1967~2014)의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그 또한 카포티처럼 이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요.

 

2. 제인 오스틴

영화 <비커밍 제인>(2007)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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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 민음사 | 2003 (원제 <Pride and Prejudice>, 1813)

<오만과 편견>, <엠마>, <이성과 감성>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 그의 소설은 영화와 드라마로, 또 다른 이야기의 모티브로 종횡무진 활약합니다. 독자뿐 아니라 수많은 창작자에게 영향을 준 다른 작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올해로 사후 200주년이 지났지만, 그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첫인상으로 편견을 가지게 된 두 사람이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이 틀을 지닌 모든 작품은 <오만과 편견>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잖아요.

<비커밍 제인>은 제인 오스틴의 삶에 바로 그 <오만과 편견>을 살짝 엮어둔 듯한 영화입니다. 처음엔 오만하기만 한 캐릭터인 소설 속 다아시와 영화 속 리프로이도 제법 비슷하고요. 하지만 <비커밍 제인>은 작가의 전기적 영화라기보다는 픽션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제 제인 오스틴의 삶은 ‘연인과의 사랑’과는 제법 거리가 있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 세계를 남겨준 그의 삶이 고독하기만 했다는 건 어쩐지 슬프잖아요. 우리가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느꼈던 순간들이 그의 삶에도 있었길 바라는 마음이 영화 <비커밍 제인>으로 만들어진 거겠죠.

 

3. 버지니아 울프

영화 <디 아워스>(2002) 예고편

 | 영화보기 | N스토어 | 유튜브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 열린책들 | 2009 (원제 <Mrs. Dalloway>, 1925)

사실 영화 <디 아워스>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의 전기 영화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댈러웨이 부인>을 중심으로 세 여성의 하루를 다룬 소설인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을 원작으로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한 작품과 작가의 밀접한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기엔 가장 적격인 영화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보다 그의 작품을 매개로 한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에 더 기뻐했을 작가라고 생각하거든요.

단번에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이야기 전개를 섬세한 문체로 풀어가는 <댈러웨어 부인>과 삶의 불안함을 섬세한 연기로 재현하는 <디 아워스> 속 세 배우들은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인 동시에 그때를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많은 여성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디 아워스>가 그리는 시간은 단 하루일 뿐이지만, 그 하루 속에는 어떤 일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Writer

심리학을 공부했으나 사람 마음 모르고, 영상 디자인을 공부했으나 제작보다 소비량이 월등히 많다. 전공과 취미가 뒤섞여 특기가 된 인생을 살고 있다.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가끔 영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