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실사판 영화 <미녀와 야수>(2017)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엠마 왓슨. 그는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 ‘벨’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꿈이 있고, 모험하고 싶어하는 독립적이고 똑똑한 여성이죠." 이는 배우 엠마 왓슨에게도, 엠마 왓슨의 필모그래피 속 여성 캐릭터들에게도 똑같이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MTV 무비 어워즈 역사상 첫 '젠더프리' 상을 받은 엠마 왓슨 수상소감
UN 양성평등 행사에 참석한 엠마 왓슨의 첫 연설

엠마 왓슨은 2017 MTV 뮤비 & TV 어워즈에서 <미녀와 야수>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이 상은 MTV 무비 어워즈가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폐지하고 만든 최초의 '젠더 프리' 상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 엠마 왓슨은 2014년 7월부터 UN 양성평등 홍보대사를 맡아 여성의 권리 증진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 2016년부터는 UN Women 활동의 하나로 독서 토론 사이트 Goodreads에서 ‘Our Shared Shelf(공유 책장)’라는 그룹을 만들어 페미니즘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 줄 만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2009년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가치 있는 아역 스타' 6위, 2015년에는 <타임> 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2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2002),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2009)의 엠마 왓슨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는 배우 엠마 왓슨에게 <해리포터> 시리즈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작품이다. 그는 11살에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로 데뷔했다. 1999년 J.K 롤링의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고 캐스팅을 시작했을 때, 제작자들은 내로라하는 아역 배우들 사이에서 엠마 왓슨을 발견했다. 그들은 1차 스크린 테스트 필름을 보았을 때부터 엠마 왓슨이 ‘헤르미온느’ 캐릭터에 적역이라는 것을 감지했다. 공식적인 연기 활동이 없었음에도, 이들은 오디션 현장에서 엠마 왓슨의 주눅 들지 않는 태도와 자연스러운 연기에 단숨에 매료되었다.

BBC TV영화 <발레 슈즈>(2007)에 출연한 엠마 왓슨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찍는 동안 두 차례 다른 영화에 출연했다. 하나는 BBC에서 만든 2부작 텔레비전 영화 <발레 슈즈>(2007), 다른 하나는 첫 성우를 맡은 애니메이션 영화 <작은 영웅 데스페로>(2008)다. <발레 슈즈>의 경우 한 집에 입양된 세 자매가 각자 다른 꿈을 키워 나가는 이야기로, 엠마 왓슨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배우지망생 '폴린' 역을 맡아 당찬 이미지를 한층 더 견고히 쌓아 올렸다. 한편 그는 <해리포터> 촬영과 학업에 매진하며 16살에 영국의 중등교육 자격시험인 GCSE에서 8개의 A+와 2개의 A를 받았고, 대입자격시험인 A-level에서 3개의 A를 받아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브라운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2011), <월플라워>(2012)의 엠마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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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엠마 왓슨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끝으로 10년간의 <해리포터> 시리즈와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작품에서 섣불리 주연급 배우로 나서지 않았다. <해리포터> 이후 선택한 영화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2011). 여기서 주인공 콜린 클라크(에디 레드메인)를 사모하는 의상 보조 ‘루시’ 역할을 맡아, 채 10분이 안 되는 적은 분량임에도 존재감을 톡톡히 빛났다. 이듬해 엠마 왓슨은 아웃사이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월플라워>(2012)에서 숏컷으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주인공 ‘찰리’(로건 레먼)가 한눈에 반한 자유로운 영혼 ‘샘’을 연기했는데, 말 못 할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 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당당히 꿈을 좇아가는 모습은 남들과는 다른 학창시절을 보낸 엠마 왓슨의 과거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영화 <콜로니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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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로 <콜로니아>(2015)를 빼놓을 수 없다. 1973년 칠레 군부 쿠데타를 배경으로, 비밀경찰에 붙잡혀간 연인 ‘다니엘’(다니엘 브륄)을 구하기 위해 스튜어디스 ‘레나’(엠마 왓슨)가 콜로니아에 찾아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엠마 왓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이 위기에 빠진 남성 캐릭터를 구한다는 설정 및 레나의 강철 같은 용기에 감명받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그가 연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모습, 경찰들과 액션을 방불케 하는 추격을 벌이는 모습은 엠마 왓슨의 강인한 면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영화 <미녀와 야수>(2017)

전 세계적으로 1조가 넘는 흥행수익을 낸 2017 상반기 화제작 <미녀와 야수>에서도 그는 절망에 빠진 연인을 구한다. 엠마 왓슨의 첫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는 저주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가 아름다운 벨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이야기다. 4살 때부터 <미녀와 야수>의 엄청난 팬이었다고 밝힌 엠마 왓슨은 “벨은 꿈이 있고 진취적인 아가씨다. 야수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멋졌다”라고 언급하며 디즈니 여성 캐릭터 중 가장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벨’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영화를 보면 벨이 드레스를 입는 장면에서 코르셋을 입지 않는데, 이는 여성의 몸을 억압하고 싶지 않다는 엠마 왓슨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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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서클>(2017)은 톰 행크스와 엠마 왓슨이 함께 출연한 SF 스릴러 영화다. 이메일, SNS, 인터넷 뱅킹 등 모든 것을 감시하는 세계 최대 SNS 기업 ‘더 서클’에 입사한 신입사원 ‘메이’(엠마 왓슨)가 창립자 ‘베일리’(톰 행크스)의 이념에 따라 본인의 24시간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그가 시스템에 굴복할지, 아니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상황을 반전시킬지 기대해보자. 이 작품에서도 엠마 왓슨의 진취적인 면모는 변함없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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