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파이트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나를 찾아줘> 

<세븐>(1995), <파이트 클럽>(1999), <조디악>(200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소셜 네트워크>(2010), <나를 찾아줘>(2014) 등 만드는 영화마다 선풍적인 화제를 이끈 감독. 세련된 영상미와 완벽주의로 대표되는 감독.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를 설명하는 수식어다. 그는 특수효과 회사 ILM을 거쳐 1984년부터 나이키, 코카콜라, 샤넬 같은 유명 브랜드의 CF를 다수 제작하며 명성을 얻었고, 마돈나, 롤링 스톤즈, 마이클 잭슨 같은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예술적 감각을 인정받았다. 영국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그에 대해 “데이빗 핀처는 폴 토마스 앤더슨과 더불어,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멍청이들을 설득해 지적이고 도전적인 영화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갖춘 유일한 인물”이라 말했다. 말마따나 감독의 작업물은 지적이고, 도전적이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뮤직비디오 소개에 앞서, 데이빗 핀처의 연출 감각이 돋보이는 <Seven>(1995) 오프닝 씬부터 보자.

영화는 단테의 신곡과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서사시를 근거로 한 연쇄 살인 사건 이야기를 다룬다. 데이빗 핀처는 2분 10초간의 오프닝 영상만으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리드미컬하게 잘 살렸다. 이는 20년이 지난 오늘날에 봐도 촌스럽지 않은 베스트 오프닝이다. 아래의 뮤직비디오는 1984년부터 2013년까지 연출한 총 56건의 작업물 중 영화 못지않게 파격적이고 현란한 연출을 자랑하는 작품들을 선별한 것이다.

 

1. The Hooters ‘Johnny B’(1987)

필라델피아에서 결성한 5인조 밴드 후터스의 1집 수록곡. 록과 컨츄리 포크를 절묘하게 섞은 멜로디가 은근히 중독적이다. 뮤직비디오는 지금 보면 약간 오글거리는 스토리지만, 1980년대 중반의 감수성이 가득하다. 밴드의 연주 장면은 옐로우 톤 화면으로 아련하게 표현했으며, 숏컷의 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화이트 톤 색감으로 세련된 느낌을 극대화했다. 박자에 맞춰 물 흐르듯 이어지는 장면들이 가히 아름답다.

 

2. Sting ‘Englishman In New York’(1988)

뉴욕을 거니는 장발의 꽃미남 스팅(Sting). 그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배우인 쿠엔틴 크리스프(Quentin Crisp)의 뉴욕 집에서 며칠간 머물며 이 노래를 썼다. 쿠엔틴은 동성애자여서 당시 사회 분위기 상 어마어마한 눈총을 받았는데, 스팅은 후렴구 가사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를 통해 그에게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우아한 노인이 바로 쿠엔틴 크리스프이다. 두 사람의 앙상블을 비롯해, 재즈 악기들의 선율과 아름다운 흑백 영상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3. Madonna 'Vogue'(1990)

‘팝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돈나도 데이빗 핀처의 감각을 진즉 알아봤다. 매끄럽게 재단한 양복처럼 절도 있는 미쟝센을 자랑하는 이 뮤직비디오를 보라. 아름다운 마돈나의 모습과 패셔녀블한 의상, 우아한 무빙워크가 감탄을 자아낸다. 소문에 의하면 감독은 마돈나의 투어 일정을 맞추기 위해 겨우 16시간 동안 촬영했다는데, 완벽을 기한 그의 노력 덕분인지 뮤직비디오는 단숨에 화제로 오르며 1990년 MTV 비디오 뮤직어워드에서 베스트 영상 예술, 베스트 편집상, 베스트 감독상을 휩쓸었다. 참고로 비디오를 둘러싼 논쟁이 하나 있는데, 영상을 보면 마돈나의 가슴과 젖꼭지가 얇은 레이스 블라우스를 통해 살짝 비친다. MTV는 이 장면을 삭제하길 원했지만, 마돈나는 거절하고 그대로 방송사에 보냈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아티스트인 마돈나와 어울리는 감독이 데이빗 핀처 말고 또 있을까 싶다.

 

4. Nine Inch Nails 'Only'(2005)

데이빗 핀처의 혁신적이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뮤직비디오. 전자 악기를 기반으로 한 나인 인치 네일스(NIN)의 음악을 가장 훌륭하게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로 그룹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싱어송라이터, 연주가인 트렌트 레즈너의 얼굴을 핀 아트(Pin-Art)에 새겼다. 컴퓨터 작업을 하지 않은 부분은 노트북을 만지는 사람의 손과 배경으로 등장하는 자동차가 유일하다.

 

5. Justin Timberlake 'Suit & Tie'(feat. Jay Z)(2013)

2집 <FutureSex/LoveSounds>(2006) 이후 7년 동안 배우, 프로듀서, 작곡가로 능력을 쌓아온 저스틴 팀버레이크. 가수로서 공백 기간 동안 그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에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아미 해머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했고, 이를 계기로 데이빗 핀처와 새 앨범 <The 20/20 Experience>(2013)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 했다. 팀버레이크의 댄스가 빛나는 무대 영상과, 녹음실 장면에서도 악기 하나하나에 세심한 신경을 쏟은 감독의 노력이 돋보인다. 뮤직비디오는 2013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팀버레이크의 Vevo 페이지에 올라왔고, 그해 MTV 비디오뮤직어워드 베스트 감독상 및 2014 그래미상 최우수 뮤직비디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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