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위탁제도(Foster Care System)의 문제점을 파헤친 단편영화 <ReMoved>는 2013년 168필름페스티벌에서 상영되자마자 많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티어저커(Tear Jerker, 최루 영화)가 되었다. 가정위탁제도는 친부모와의 생활이 불가능한 아이에게 가정환경을 제공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 정부는 위탁기간 동안의 아이의 생활을 감독하며, 위탁 가정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아동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가정으로 옮겨지게 된다.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아이는 미국에서만 자그마치 약 40만 명에 이르며 그들의 80% 이상이 정서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 영화의 제목이 ‘제거된’ 이란 뜻의 ‘Removed’가 아니라, ‘다시 옮겨진’ 이란 의미의 <ReMoved>로 붙여진 배경이 된다. 10세 소녀인 주인공 조이(Joe)의 독백으로 진행되며, 영어 자막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

조이는 미숙한 친부모가 법원으로부터 친권이 정지되면서 남동생 베나이아(Benaiah)와 함께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둘은 다른 가정으로 위탁되면서 서로 헤어지기도 하는데, 이 장면은 많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냈다. 감독 나다나엘 마타닉(Nathanael Matanick)과 각본을 쓴 그의 부인 크리스티나 마타닉(Christina Matanick)은 말레이시아 출신의 외국인이지만, 아역 배우 애비 화이트(Abby White)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대사는 미국인 관객의 감정을 움직일 정도로 섬세하고 감동적이란 평이다. 가장 인상적이라고 호평받은 대사들을 모아 보았다.

“Sometimes someone hurts you so bad, it stops hurting at all.”
(“때로 누군가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입으면, 전혀 아프지 않을 만큼 무덤덤해져요.”)

“I am unseen, unheard, unwanted. That is what I am.”
(“나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며, 들리지 않으며, 원치 않게 된다. 그게 나야.”)

감독 나다나엘 마타닉(좌), 아역 배우 애비 화이트(중간), 크리스티나 마타닉(우)

2013년 168필름페스티벌에서 공개된 영화는 평론가들의 호평과 함께 최고작품상(Best Film) 포함 2관왕을 차지하였고, 온라인에 업로드된 영화는 1천 4백만 조회수를 상회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미국 내 가정위탁제도의 문제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아동복지, 양부모 제도, 아동에 대한 독립적 직업교육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었고, 모든 사회복지사가 노트북에 가지고 다니는 필참 영상이 되었다.

마타닉 감독과 아역 배우 화이트. 스태프 없이 혼자 촬영하는 감독의 모습이 이채롭다

마타닉 감독과 아역 배우 화이트는 다시 힘을 합쳐 이듬해 속편 제작에 들어갔다. 제작비 12만 달러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1,282명의 투자자로부터 지원을 받아 쉽게 해결되었다. 2015년 <Remember My Story – ReMoved Part 2> 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속편 또한 4백만을 상회하는 조회수와 1만 5천건의 댓글이 올라오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

현재 마타닉 감독은 영화제 수상과 함께 부상으로 1백만 달러 이상 제작비의 장편영화를 제작할 기회가 주어져 작품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출신답게 이슬람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를 기획 중이나 제작사가 반대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