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2012(좌). Snakepool series, 2016(중). NIGHTGLOW(Seongnam city), 2016(우)

이강혁은 미술을 공부했고, 시각디자인을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그중 그가 제일 몰두하고 잘하는 ‘사진’에 관해 이야기할까. 그는 무척 다양한 사진을 찍는다. 급하게 팽창하다 쇠락의 길을 걷는 도시의 어둠을, 빛을, 조카나 친구나 연인을, 오가며 포착한 상황들을, 의뢰받은 피사체 따위를. 살면서 배우고 천착해 자기화한 예술의 달고 쓴 것들이 사진에 녹아 있다. 그의 사진은 대체로 아름답고, 소유욕을 일으킨다. 다만 모든 사진을 한데 모아 통일성을 논하자면 하나의 키워드로 갈음하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떠한가. 하나만 내리 얘기하기에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반열에 오른 예술가에겐 언제나 혼재한 시간들이 있었다. 예컨대 사진가가 돈을 못 버는 현재도, 더 나은 사진가가 되려는 야심도 모두 오늘의 이강혁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중요한 건, 이런 뒤섞임 속에서도 그가 포착하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빛난다는 데 있다. 어둠이 내린 건물이나 길부터 다수의 인물들까지, 그가 찍은 사진 속 피사체는 모두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특별한 순간에 박제되어 있다. 자기만의 타이밍을 깨우친 사진가. 그래서 사람들은 무뚝뚝한 일간지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유별난 사진에 멈칫하듯, 이강혁의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Lee Kanghyuk says,
“어둡고 깊은 밤, 온갖 시름과 고민으로 잠들지 못할 때 꿈보다 더 꿈 같은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잠든 것처럼 편안해진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들이나 나 자신이 먼지처럼 작아지고 잊히면서, 지구에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어떤 환상들이 되살아나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1. Chunky Move 'Mortal Engine'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활동하는 Chunky Move의 공연 영상. 무대를 스크린 삼아 그래픽과 신체를 조합한 강렬한 SF적 비주얼을 연출한다. 이런 부류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집단 중 으뜸이라 생각한다.

Chunk Move 'Mortal Engine'

 

2. Floating Points 'Silhouettes' (MV)

맨체스터 출신 Floating Points의 뮤직비디오. 빛을 스톱모션으로 촬영해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 냈다. 별빛에 담긴 정보와 원소들이 우주를 가로질러 지구에 쌓이면서 생명의 기반이 되었다는 최신 우주론을 영상으로 표현한 듯하다.

Floating Points 'Silhouettes'

 

3. Adam Mufti 'Garden Cities of the Future'

런던에서 주로 커머셜 영상을 작업하는 Adam Mufti의 개인 작업이다. 현재에서 찾은 미래적 풍경들을 영상과 편집으로 담아냈다. Adam Mufti는 알렉산더 맥퀸, 브래드 피트, Björk, Guy Bourdin 같은 셀러브리티들과 일한 바 있다.

Adam Mufti 'Garden Cities of the Future'

 

4. 모임 별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서울에서 그래픽디자인, 음악, 아트 디렉팅 같은 창의적 작업을 하는 모임 별의 정규앨범 수록곡. 영상은 단편영화 <최악의 친구들>, <남자들> 등을 연출한 남궁선 감독이 만들었다. 동시대를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밤에 보고 있으면 친구들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사진가 이강혁은?

미술을 공부하고 사진가로 활동하며 여러 매체와 기관, 개인과 단체 등의 기획 및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인천 서부공단 주택가의 밤을 촬영한 <NIGHTGLOW {Prototype} 2014-2015>와 스냅사진을 모은 <Snakepool> 같은 사진집을 출간했다. 포토그래퍼 그룹 AMQ 멤버로도 활동한다.

 

AMQ 전시
#1 로라이즈(문래동, 2012)
#2 플렛폼 플레이스629(홍대, 2013)
#3 마포평생확습관(홍대, 2014)
#4 디뮤지엄 구슬모아당구장(한남동, 2016.8.26~10.16)

그룹전
<스트레이트: 한국의 사진가>(커먼센터, 2014)
<굿-즈2015>(세종문화회관, 2015)
<아메리카의 밤>(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2016)
<THESE LIGHTS>(에비뉴엘 아트홀, 2016)

 

이강혁 홈페이지
이강혁 인스타그램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