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HESTER)

자신의 이름을 숫자로 풀어쓴 ‘101(onezeron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트스트 백하나. 웹 에이전시 기획자로 일한 시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그림에 올인하면서 일반적인 회화부터 그래피티까지, 스트릿 아트를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방대한 벽면에 6~8시간씩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작업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 팔운동도 열심히 한다는 그의 ‘그래피티 사랑은’ 자못 성실하고 엄격하다.

한강공원 압구정 나들목에 작업한 그래피티.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짓궂은 악동들로, 자유롭게 스케이트를 타고, 러닝을 하며 101의 판타지 월드를 살아간다. (이미지 출처- onezerone 인스타그램)

백하나는 평소 물감이나 페인트, 실크스크린을 통한 회화나 그래피티 작업 외에도, 자신의 디자인 전공을 살린 핀뱃지, 핸드폰 케이스, 도자기, 모자 같은 다양한 상품을 제작한다. 짬짬이 아티스트 매거진 <쎄진(SSE ZINE)>의 작가로 참여한 ‘sse zine #66’, 신문 형태로 만들어 발행한 <101 매거진> 같은 독립출판물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101 핀 시리즈(101 Pin-Series)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면 피고 있던 담배 연기가 주체할 수 없이 커지는 ‘스모킹맨’, 항상 땅속에서만 생활하며 사람들에게 밟힐까 봐 노심초사하는 ‘날아라지렁이’, 따봉을 외치면 언제나 구름을 헤치고 나와 힘을 전해주는 ‘에스따봉문’까지, 캐릭터들은 각자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좌) 최근 참여한 코엑스 2017 C-FESTIVAL에서 선보인 다양한 수작업 제품들. (우) 처음 발행한 신문 잡지 형태의 매거진 <101 magazine: Fu*k this shit>

최근 나이키 ‘에어맥스데이’ 30주년 행사와 커먼그라운드 2주년 행사 라이브페인팅, 반스 팝업스토어 오픈 기념 ‘자이언트 스케이트 하이 페인팅’ 등에 그래피티 작가로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 그가, 작업할 때 즐겨 듣는 몇몇 곡들을 보내왔다. 그의 추천 리스트를 듣고 있으면,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한 손으로는 열심히 스프레이를 흔들며 오브제 속에 스트릿 스피릿을 새겨 넣는 역동적인 순간들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상) 나이키 ‘에어맥스데이’ 30주년 행사 ‘OG zone’을 작업한 백하나 작가. (이미지 출처- HYPEBEAST) (하) 커먼그라운드 2주년 행사 라이브페인팅에서의 모습 (사진- CHESTER)

Baek Hana Says,

"작업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 청각으로 다가오는 다양한 감정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분출하고 싶어질 때면 자연스레 스프레이를 손에 쥔다. 음악은 그림을 그리는 내게 가장 영감을 주는 친구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쿤페’(사랑스러운 나의 반려묘 kune, pepe)와 같은 존재다."

 

1. COLDPLAY ‘A Head Full of Dreams Tour (Great Audio Dolby Digital)’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을 떠올리면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이 붉은색으로 물들고 ‘A Head Full Of Dreams’이 흘러나올 때 이미 난 노래 가사처럼 행복한 꿈결 속을 거닐고 있었다(“Oh, I think I landed, in a world I hadn't seen”). 마치 내가 ‘콜드플레이’라는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느낌이었달까. 요즘도 영상을 돌려보며 그날의 벅찬 감정을 되뇌곤 한다.

 

2. Juicy J, Wiz Khalifa, Ty Dolla $ign ‘Shell Shocked’ (ft. Kill The Noise & Madsonik)

그래피티를 할 때 즐겨 듣는 ‘Shell shocked’. 작업을 시작할 때 첫 곡으로 이 음악을 틀면 단번에 텐션이 올라간다. 한껏 업그레이드된 닌자들과 메간 폭스의 매력이 더해진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2016)의 엔딩곡으로, 쥬시 제이, 위즈 칼리파 같은 유명 래퍼들이 대거 참여했다.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건가요?’ 나도 모른다. 노래에 빠져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덧 춤을 추며 스프레이를 흔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3. Wiz Khalifa ‘True Colors’ (ft.Nicki Minaj)

평소에 음악 장르를 정해서 듣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피티를 할 때면 주로 비트가 강한 힙합 음악들을 찾아 듣게 된다. 아무래도 그래피티가 흑인들 사이에서 생겨난 힙합 문화인지라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다. 주로 평소에 하고 싶지만, 실행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분출하는 편인데, 위즈 칼리파의 음악에 밴 능청스럽고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해소할 수 없는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메꿔주는 기분이 든다. 나의 true colors, 진짜 색은 무엇일지, 언제쯤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4. Calvin Harris ‘This Is What You Came For’ (ft. Rihanna) Official Video

캘빈 해리스의 중독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리한나의 허스키 보이스가 만나 ‘미친’ 시너지 효과를 발산하는 곡. 후렴 구간 “You, oh, oh” 하는 반복적인 노랫말과 큐브 속에 갇힌 리한나의 몽환적인 춤사위를 보고 있으면 당장에라도 최면에 빠져들 것 같다.

 

5. One ok Rock ‘Heartache’ (Studio Jam Session)

신나게 달렸으니 마지막은 잔잔한 곡으로. 원 오크 록(One ok Rock)은 몇 년 전 밸리록페스티벌에서 처음 알게 된 밴드인데, 공연했던 'Heartache'를 듣고 이들의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정식 음원 버전보다 스튜디오 잼 세션 버전이 훨씬 좋다. 서정적인 밴드연주와 덤덤한 듯 애절한 보이스가 어우러져 한 편의 애틋한 로맨스 영화를 보는 것 같다. 3분 23초부터 곡은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데, 보컬의 감정선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내가 이별을 경험한 듯한 먹먹한 기분이 든다. “It’s so hard to forget, so this is heartache? I miss you.” 그러니 곁에 있을 때 잘하자.

 

그래피티 아티스트 백하나는?

일반적인 회화부터 스프레이를 이용한 그래피티까지, 스트릿 아트를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나이키와 커먼그라운드 행사와 반스 팝업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여해 그래피티 작업을 진행했으며, 꾸준히 ‘101’ 캐릭터의 아이덴티티가 녹아든 다양한 디자인 상품과 미술작품,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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