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두들의 박태성과 정우민이 시티팝에 관해 자유롭게 대화합니다. 보는 각도와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시티팝의 모습을 굳이 하나의 시점으로 정리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이야기해보다가 떠오르는 시티팝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는 시티팝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티팝을 향한 애정에 대한 것인데요. 애정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알 듯 모를 듯한 정도가 제일 좋습니다. 이 대화는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어 보내 드립니다.

 

태성  시티팝이라는 것은 과연 뭘까요?
우민  훗. 글쎄요?
태성  위키피디아를 보면,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도시적인 분위기의 대중음악 장르라고 하는군요.
우민  우선은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죠.
태성  일본의 AOR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우민  그럼, AOR은 뭔가요?
태성  앨범 오리엔티드 록(Album-oriented rock)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고, 어덜트 오리엔티드 록(Adult-oriented rock)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네요. 앨범 지향이냐, 성인 지향이냐의 차이가 되겠네요.
우민  그런데 AOR은 어느 쪽이든 록이라고 부르네요.
태성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시티팝은 팝이고.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민  훗. 글쎄요? 그보다는 일단 시티팝을 한 번 들어볼까요?

山下達郎(야마시타 타츠로) ‘あまく危険な香り(달콤하고 위험한 향기)'

태성  좋군요.
우민  당연하죠. 야마시타 타츠로는 들어보신 적 있나요?
태성  예. 잘은 알지 못하지만... 그, 크리스마스 노래.
우민  '크리스마스 이브(クリスマス・イブ)'가 가장 유명하긴 하죠. 하지만 야마시타 타츠로 음악의 정수는 여름에 있다고 생각해요.
태성  그리고 시티팝인 거군요. 음...
우민  왜요?
태성  아니, 야마시타 타츠로가 시티팝이라고 분명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우민  제가 생각하는 시티팝의 이미지는 도시와 바다예요. 방금 본 동영상은 스즈키 에이진(鈴木英人)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모아서 편집한 것인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시티팝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예요.
태성  그런데 도시와 바다는 조금 거리가 있지 않나요?
우민  도쿄는 바다에 있어요.
태성  아, 그렇군요. 로스앤젤레스도 그렇고.
우민  부산도 도시고, 서울만 해도 차 타고 조금만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어요.
태성  어쩐지 시티팝이라고 하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꼭 그렇지는 않나 봐요.
우민  물론 그런 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도시에 사는 사람이 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는 거죠.
태성  어떤 사람일까요?
우민  음... 80년대 도쿄에 사는 30대의 샐러리맨?
태성  이름은?
우민  토미타로 할까요? 토미타 타카히로. 토미타는 여자친구도 있지만 오늘은 어쩐지 혼자 있고 싶어서 석양이 내리는 시간에 차를 타고 요코하마의 바다를 향해 가는 거죠.
태성  저녁으로는 뭘 먹을까요?
우민  음... 하야시라이스?
태성  그건 의외로 소박하네요.
우민  아직 버블경제 전이라서 그래요.
태성  그러니까 시티팝이라면 그런 차 안에서 카스테레오로 듣는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우민  네. 그래서 요즘의 시티팝 뮤직비디오에도 차가 많이 나와요.
태성  어쩐지 비싸 보이는 클래식 카 스타일로.
우민  맞아요. 맞아요. 핸들도 동그랗고, 시동은 반드시 열쇠로 걸고.
태성  그럼 요즘의 시티팝도 한 번 들어볼까요?

D.A.N. 'SSWB' MV

태성  뭔가 좀 어둡군요.
우민  밤이라서 그래요.
태성  여기서는 바다가 나오지는 않네요.
우민  여러 가지 변주가 가능한 거죠. 낮이 아니라 밤이 될 수도 있고, 따뜻한 태양이 아니라 차가운 달이 될 수도 있고.
태성  그러니까 그런 것도 다 시티팝에 포함될 수 있다?
우민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 노래라면 밤에 드라이브하면서 듣기 좋겠죠.
태성  하지만 어쩐지 오늘은 바다를 보고 싶은 기분은 아니고.
우민  맞아요. 그래서 차를 타고 그냥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거죠.
태성  그렇군요. 어쨌든 도시인 거네요.
우민  그것만큼은 어떻게 변주할 수 없을 거예요. 전원이나 자연이 되는 순간 이미 시티팝이 아니니까.
태성  전원이나 자연은 아무래도 포크나 록과 친하겠죠.
우민  그렇죠. 시티팝은, 아까 얘기한 AOR도 그렇지만 훵크나 소울, R&B에 친화적인 음악이예요. 통기타가 아예 없거나, 조연 정도만 담당하는 편이죠.
태성  하지만 그렇다면...
우민  왜요?
태성  제가 좋아하는 네버 영 비치(never young beach)는 시티팝인가요?
우민  훗. 글쎄요? 일단 한 번 들어볼까요?

never young beach ‘どうでもいいけど(아무래도 좋지만)’ MV

우민  태성 씨.
태성  예?
우민  네버 영 비치는 저도 참 좋아해요.
태성  어쩐지 질투가 나는군요.
우민  하지만 시티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태성  그래요? 그렇다면 왜...
우민  소속사에서 네버 영 비치도 시티팝에 묶어서 홍보하는 경향은 있지만, 제 생각에는 아니에요.
태성  그런가요?
우민  음악으로 보아도 기타 중심이고, 로큰롤이고.
태성  노래도 너무 뜨겁게 부르고.
우민  맞아요. 시티팝은 그렇게 뜨겁게 부르면 안 돼요. 말하자면 풋풋한 청춘의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태성  젊은이의 음악이라는 이미지는 있지 않나요?
우민  그렇기는 하지만... 첫사랑에 가슴 아파하고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그런 건 아니라는 얘기예요.
태성  그리고 기분 좋다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도 안되고.
우민  그렇죠. 시티팝은 그보다는 조금 더 어른인 거예요. 기뻐도 슬퍼도 차분하게.
태성  차분하게 차를 타고 운전해서 가는 건가요?
우민  반드시 차를 타야 하는 건 아니에요. 훗.

竹内まりや(다케우치 마리야) ‘二人のバカンス(두 사람의 바캉스)'

태성  이 분은?
우민  다케우치 마리야는 야마시타 타츠로의 부인이에요.
태성  귀엽군요.
우민  혼난다.
태성  그리고 여름이네요.
우민  그렇죠. 푸른 하늘에 야자수, 리조트 룩의 의상.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거예요.
태성  이번에는 비행기인가요?
우민  도회적인 느낌을 이끌어 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여기서는 비행기인 거죠.
태성  그렇다면 이 노래에서는 도시에서 멀리 떠나 휴양지로 가는 거로군요.
우민  그렇죠.
태성  그래도 시티팝이다?
우민  응. 얘기하다 보니 떠오른 생각인데, 시티팝이라고 해서 반드시 도시나 그 주변을 묘사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태성  그렇다면?
우민  도시에 사는 사람이 가지는 정서를 도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태성  예를 들어, 도시에 사는 사람이 가지는 정서라도, 도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우민  그건 시티팝이라고 할 수 없어요.
태성  계속 궁금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우민 씨가 얘기하는 시티팝과 서프 뮤직(Surf Music)의 차이는 무엇일까였어요. 아직 확실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감이 잡힌 것 같네요.
우민  훗. 글쎄요?
태성  시티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상당히 많은 장르의 곡들이 시티팝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민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시티팝은 카테고리라기보다는 태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태성  그렇군요.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시티팝의 태그를 붙일 수 있는 여러 노래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마저 할까요?
우민  네. 그리고 시티팝의 아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도요. 스즈키 에이진과 함께 나가이 히로시(永井博)의 일러스트레이션도 소개하고 싶네요.

(후편에서 이어집니다)

 

메인 이미지 출처- 야마시타 타츠로 <for you> 커버 이미지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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