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가 돌아왔다.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두 차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벨기에의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두 사람이 <내일을 위한 시간>(2014)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언노운 걸>은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데 일조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던 형제의 오랜 소망이 깃든 작품이다. 다르덴 형제가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스릴러 서사구조를 갖춘 동시에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신예 배우의 등장, 다르덴 형제 특유의 영화적 메시지 등으로 높은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두 형제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하거나, 아직은 낯선 관객들을 위한 가이드 <언노운 걸> 소개와 더불어 두 형제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들여다봤다. 

 

다르덴 형제는?

형 장 피에르 다르덴과 동생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1951~)과 뤽 다르덴(Luc Dardenne, 1954~) 형제는 벨기에 출신으로 지금까지 공동으로 시나리오, 연출, 제작을 맡아왔다. 두 사람은 1970년대 초 프랑스 극작가인 아르망 가티(Armand Gatti) 밑에서 연극과 비디오 연출을 배웠다. 이후 고향인 세렝으로 돌아와 시멘트 공장과 원자력 발전소에서 함께 일하며 돈을 모았고, 저가 촬영 장비를 사들여 파업현장과 주택단지 등을 돌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1975년에는 다큐멘터리 제작사 ‘Derives’를 차려 60편이 넘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발표했고, 1994년부터는 극영화 제작사 ‘Les Films Du Fleuve’를 만들어 극영화의 제작자, 감독으로 함께 일해오고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이지만, 눈은 네 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프로메제>(1996)와 <더 차일드>(2005)

다르덴 형제는 사회의 그늘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조명하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소외된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불법 이민, 범죄, 실업, 빈민 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를 세련되면서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민자들을 불법 밀입국시켜 부려먹는 악덕 알선업자 아버지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14살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메제>(1994),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캠핑촌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주인공을 그린 <로제타>(1999), 국가의 보호 없이 사회에 노출된 10대 부부의 출산을 다룬 <더 차일드>(2005)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2014)은 해고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동료들을 설득해 조금씩 연대해가는 주인공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의 이야기를 그렸다. 위 영상은 주인공이 자신을 복직시키는 대신 보너스 천 유로를 받기로 한 동료 직원을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을 원신원테이크(One Scene One Take)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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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 영화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는 연출이 특징이다. 그들은 상황의 긴장감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핸드헬드와 롱테이크 촬영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음악은 시종일관 배제되어 있으며, 대사가 많은 편도 아니다. 카메라는 그저 인물들의 시선과 표정, 행동을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러닝타임은 모두 100분 내외로 2시간 넘는 작품이 없다. 매끄럽고 화려하진 않지만, 몰입도 있는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억지스럽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다르덴 형제 영화에 깊이 빠져들게 해준다.

 

영화 <프로메제>(1996)와 <로나의 침묵>(2008)에 출연한 제레미 레니에

다르덴 형제 영화에는 무명이나 비전문 배우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중 초기작에 출연한 배우들은 이제 다르덴 형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의 페르소나 같은 존재가 됐다. 가장 적절한 예는 데뷔작 <프로메제>(1996)에서 각각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한 올리비에 구르메와 제레미 레니에. 두 사람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형제 감독의 영화 대부분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으며 다르덴 형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당시 14살이었던 제레미 레니에는 <더 차일드>(2005)와 <자전거 탄 소년>(2011)에서 철없는 아버지 역을 맡으며 훌쩍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올리비에 구르메는 다르덴 형제가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아들>(2002)의 제작 일지에 “올리비에 구르메! 그의 몸, 그의 목덜미, 그의 얼굴, 안경 너머로 사라지는 눈. 우리는 다른 몸, 다른 배우에 의존해서 이 영화를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을 정도. 

영화 <아들>(2002)에서 목수 아버지와 그 아들을 죽인 비행 소년 역을 맡은 올리비에 구르메와 모간 마린느. / <내일을 위한 시간>(2014)에서 마리옹 꼬띠아르의 남편 역을 맡았던 파브리지오 롱기온

이밖에도 <로제타>(1999)로 데뷔한 파브리지오 롱기온, <아들>(2002)로 데뷔한 모간 마린느 등이 다르덴 형제와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배우다. 최근에는 <자전거 탄 소년>에서 위탁모 역을 맡은 세실 드 프랑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열연을 펼친 마리옹 꼬띠아르처럼 입증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다르덴 형제의 10번째 작품 <언노운 걸>

"다르덴 형제가 가진 모든 재능이 이 영화에 있다"(<Les Inrocks>)는 평을 받으며 제69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노미네이트,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영화제에 잇따라 공식 초청받은 다르덴 형제의 신작. 지난 해 5월 국내 개봉한 <언노운 걸>은 의사 '제니'(아델 에넬)가 신원미상인 채 그대로 매장될 위기에 놓인 소녀의 이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제니는 한밤중 누군가 병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도 진료가 끝났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문을 두드렸던 신원미상의 소녀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소녀의 행적을 직접 찾아 나선다. <언노운 걸>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 세계에 새로운 서스펜스를 가미한 작품이다. 범인을 쫓는 스릴러가 아닌, 희생자의 이름만이라도 찾으려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이웃과 사회, 인간애와 죄책감 같은 윤리적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 제니 역은 다르덴 형제가 선택한 신예 배우 아델 에넬이 맡았다. 영화 <싸우는 사람들>(2014)로 제36회 카이로 국제 영화제와 제40회 세자르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쓴 아델 에넬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제2의 마리옹 꼬띠아르로 불릴 만큼 몰입도 있고 안정감 넘치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배우 올리비에 구르메, 제레미 레니에, 파브리지오 롱기온 같은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한다. 또한, <자전거 탄 소년>(2011)에서 귀여운 매력을 보여준 아역 주인공 토마스 도렛이 훌쩍 큰 모습으로 출연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다르덴 형제의 짧고 명확한 메시지는 이 작품에도 변치 않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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