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와이즈가 처음 국내에 알려진 작품은 블록버스터 어드벤처물인 <미이라>였다. 모험에 뛰어들게 된 주인공인 도서관 사서 ‘에블린’으로 출연, 모래사막과 파라오의 저주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이 시리즈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레이첼 와이즈는 어쩌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다른 길을 택한다. 할 수 있는 한 넓은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만날 수 있는 한 많은 거장 감독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것. 지금부터 소개하는 영화들에서 레이첼 와이즈는 때로는 지성과 곧은 심지를 가진 인물로, 때로는 동장과 연민을 지닌 캐릭터로 배우로서의 삶을 마음껏 즐긴다.

 

<나는 부정한다>

Denial ㅣ 2016 ㅣ 감독 믹 잭슨 ㅣ 출연 레이첼 와이즈, 티모시 스폴, 앤드류 스캇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인하는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 사이의 세기의 법정 공방 실화를 그린 영화. 데보라 립스타트는 유대인 대학살 자체를 부정하는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에 맞서 사실을 사실이라고 증명해야 하는 기구한 소송에 휘말린 실존 인물이다. 레이첼 와이즈는 이 영화를 위해 립스타트 교수와 오랜 시간을 보내며 그의 지성과 상식, 그리고 정의에 대한 굳건한 의지와 강인한 영혼을 온전히 흡수하고 재해석해냈다.

영화 <나는 부정한다> 예고편

 

<유스>

Youth ㅣ 2015 ㅣ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ㅣ 출연 마이클 케인, 하비 케이틀, 레이첼 와이즈

은퇴 선언 후 스위스 고급 호텔에서 칩거 중인 지휘자 ‘프레드’(마이클 케인)가 그의 대표곡 ‘심플 송’을 연주해달라는 영국 여왕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인생과 예술에 대한 고뇌를 시작한다. 레이첼 와이즈는 프레드의 딸이자 비서를 겸하고 있는 ‘레나’를 맡았다. 레나는 연인에게 버림받은 후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에서 받은 오래된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인물. 레이첼 와이즈는 레나를 통해 나이 듦에 대한 보편적 두려움과 그것을 실제로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의 좌절감을 우아하게 표현해낸다.

영화 <유스> 예고편

 

<더 랍스터>

The Lobster ㅣ 2015 ㅣ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ㅣ 출연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

아내로부터 이혼당한 남자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커플 메이킹 호텔로 들어오게 된다.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 사냥당하는 상황. 결국, 호텔에서 탈출해 오직 솔로로만 살아가는 이들의 숲으로 도망친 그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의 짝을 찾아낸다. 데이비드와 똑같이 ‘근시’라는 공통점을 가진 여인이 바로 레이첼 와이즈. 근시 여인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신념과 동료, 삶 모두를 버린다. 그들 앞에 놓인 어려움을 잘 헤쳐나간 이 커플, 그러나 ‘희생’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는데… 모든 것이 끝난 엔딩신에서 레이첼 와이즈가 보여주는 표정은 영화의 여운을 완벽히 장악한다.

영화 <더 랍스터> 예고편

 

<아고라>

Agora ㅣ 2009 ㅣ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ㅣ 출연 레이첼 와이즈, 맥스 밍겔라

레이첼 와이즈는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도 인연이 깊다. <아고라>는 4세기 이집트를 배경으로 당시 학계를 장악하던 남성들의 훌쩍 뛰어넘는 독보적인 지성과 미모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히파티아’의 삶을 다룬 영화. 학문과 철학의 중심 ‘아고라’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경직되고 과격한 방법으로 휘두르는 세력에 의해 무너지는 과정을 그렸다. 레이첼 와이즈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끝까지 진리에 다가서려는 열정으로 살아간 아테네 최고의 지성 히파티아의 불꽃 같은 삶을 생생히 표현해낸다.

영화 <아고라>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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