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해외 여행지 가운데, 중국 상하이 여행을 계획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 있다. 중세 유럽식 건물이 늘어선 ‘와이탄’이나, 유명한 동방명주탑이 세워져 있는 고층빌딩 거리 ‘푸동’ 같은 곳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뻔한’ 여행코스만 전전하기는 어쩐지 아쉽다고 느낀다면 아래의 리스트를 주목하자. 꼭 이번 휴가가 아니더라도, 언젠간 상하이를 여행한다면 두고두고 방문할 가치가 있는 사랑스러운 독립책방 세 곳이다.

 

바나나피쉬북스(Bananafish Books)

바나나피쉬북스(Bananafish Books)는 세계 곳곳에서 공수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중국 내 1호 독립서점이다. 독립출판 문화에 관심이 많은 주인 부부가 유학생 시절, 그 곳의 소형서점을 둘러보며 잡지나 사진집을 조금씩 모은 것이 시작이 됐다. 바나나피쉬북스는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D. Salinger)의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1948)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이다. 주로 세계 각국의 독립잡지와 사진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집을 취급하며, 자국의 독립 브랜드나 아티스트,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엽서나 포스터를 판매한다.

Bananafish Books x 孙佳艺 콜라보 엽서(좌), 바나나피쉬북스에서 제작한 리소그래프 작업물들(우) ⓒ Bananafish Books

바나나피쉬북스는 책방인 동시에 리소그래프(Lithograph)라는 프린팅 기법을 통해 소규모 책이나 팜플렛을 인쇄, 출판하는 작업소이기도 하다. 2014년부터 꾸준히 만든, 거친 색점 효과가 살아있는 빈티지한 질감의 리소그래프 작업물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짬짬이 독립출판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나 독자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주소
上海普陀区石泉路475号102室 (Room 102, Shiquan Road NO.475.SH.) 구글맵
영업시간 수-토 13:00~18:00
홈페이지 http://a-perfect-book-for-bananafish.com/

 

롱타임노리드(Long time no read)

Via douban

롱타임노리드(Long Time No Read)는 출판 업계에 잔뼈가 굵은 두 주인장이 의기투합해 만든 독립서점으로, 2015년 상하이 중심가에 문을 열었다. 주로 인문, 예술도서를 취급하며,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초판본을 공수해 오기 때문에 수량이 한정적이다. 워낙 오래된 서적이고, 보유 권수가 적다 보니 샘플 북이 따로 없으며, 모두 비닐에 씌워진 채 진열되어 있다. 책 속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주인장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비닐을 뜯을 수 있다(보고 나서 주인에게 건네주면, 다시 포장한 후 진열해 둔다). 책방 규모가 일반 독립서점에 비해 크지만, 따로 섹션을 나누지 않았다. 한 분야에만 기울지 않고 여러 장르의 도서를 고루 탐독하길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에서다. 책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작가 사인회를 진행하거나 신작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매주 금요일 밤마다 인디 뮤지션을 초청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서점 한편에는 커피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를 마련해, 독서 중 잠깐의 여유를 부리기도 좋다.


주소
上海长宁区愚园路1208号 (Yuyuan Road NO.1208.SH.) 구글맵
전화 021-6241-8925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1984 북스토어(1984 BOOKSTORE)

1984 북스토어 외부(좌), 주택을 개조해 만든 책방 내부(우). Via manshijian

상하이 난징루(湖南路)의 한적한 골목을 거닐다 보면 검은색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철제문을 발견할 수 있다. 외관부터 복고풍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곳은 1980년대 추억의 소품으로 꾸며진 독립책방 1984 북스토어(1984 BOOKSTORE)다. 상가건물로 꽉 들어찬 도심 속에서 초인종을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책방은 자못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릴 적 하루키의 장편 소설 <IQ84>와 조지 오웰의 <1984>를 즐겨 읽던 1984년생 책방 주인에게 숫자 ‘1984’의 의미는 특별했다. 책방 이름도 자연스레 1984 북스토어로 지었다. 책 종류도 다양하다. 문학, 에세이부터 여행, 디자인, 영상 같은 각 분야의 도서를 폭넓게 취급한다. 그뿐 아니라, 80년대의 LP, 영화 포스터, 빈티지 타자기 같은 소품들도 구석구석 배치해 추억을 자극한다. 1930년대 지어진 주택을 개조해 만든 1984 북스토어의 진짜 ‘아지트’는 30평이 넘는 마당인데, 실제 원예사가 정원을 가꾼다. 일부러 꽃을 구매하러 책방을 방문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 아름드리나무가 파라솔 역할을 하는 정원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책 한 권은, 분주한 삶 속 근사한 쉼표가 되어준다.


주소
上海市徐汇区湖南路11号 (Hunan Road NO.11.SH.) 구글맵
전화 021-3428-0911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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