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매년 훌륭한 국내외 독립영화를 소개해온 자리인만큼 올해 역시 많은 기대를 모은다. 다른 덴 몰라도 지금 서울에서 출발하는 전주행 티켓이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다. 사실 이렇게 햇볕 좋은 계절엔 영화제 외에도 전주에 가기 좋은 구실이 넘친다. 매력적인 도시 전주에서 좋은 것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제대로’ 놀고 싶다면 당장 아래 가이드를 주목해보자.

 

1. 전주국제영화제

매년 따뜻한 봄과 함께 찾아오는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가 올해로 18회를 맞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식영화제답게 올해도 역시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 부대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올해는 5월의 황금연휴를 고려하여 작년보다 초청작, 상영 회차를 늘려 관객들을 맞이한다. 58개국, 총 228편의 상영작 가운데 인디포스트가 기대하는 작품 5편을 미리 만나보자.

 

<닿을 수 없는>

감독 라우라 슈뢰더│룩셈부르크│112분│2017│국제 경쟁

10년 만에 고향 룩셈부르크로 돌아온 ‘캐서린’(이자벨 위페르)은 훌쩍 자란 딸 ‘알바’(롤리타 샤마) 와의 관계가 서먹함을 느낀다. 캐서린은 관계의 회복을 위해 딸 알바를 납치하여 북부 호수로 데려간다. 룩셈부르크의 여성 감독인 라우라 슈뢰더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여성 심리에 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실제 모녀 관계인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롤리타 샤마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빅토리아>

감독 쥐스틴 트리에│프랑스│98분│2016│프론트라인

30대 후반의 싱글맘 '빅토리아'(버지니아 에피라)는 여자친구 살해기도 혐의로 기소된 옛 친구 '빈센트'(벵상 라코스테)의 변호를 맡기로 하고 과거에 변호해준 적 있는 '샘'(멜빌 푸포)에게 집안일을 부탁한다. <에이지 오브 패닉>(2013)으로 주목받았던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신작으로, 감독은 전작에 이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커리어 우먼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초행>

감독 김대환│한국│101분│2017│전주시네마 프로젝트

미술학원 강사 ‘수현’(조현철)과 작은 회사의 계약직 직원 ‘지영’(김새벽)은 동거 6년 차 커플이다. 지영이 한동안 생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수현은 그동안 피했던 가족들과 마주할 결심을 하고, 아버지의 환갑잔치가 열리는 삼척으로 향한다. <초행>은 데뷔작 <철원기행>(2014)으로 한국 로드무비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대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전작에 이어 외면할 수도 끌어안을 수도 없는 ‘가족’의 역설을 또 한 번 진득하게 펼쳐낸다.

 

<마조리 프라임>

감독 마이클 앨머레이다│미국│98분│2017│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80대 노인 ‘마조리’(로이스 스미스)는 딸, 사위와 함께 홀로그램을 통해 죽은 남편을 보며 시간을 얻는다. 그는 남편을 닮은 멋진 인공지능 친구를 통해 지나간 인생사를 회고한다. 극작가 조던 해리슨이 만든 연극에 기초한 <마조리 프라임>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2013)를 연상시키는 SF 우화다. <밀그램 프로젝트>(2015)로 독창적인 상상력을 보여준 마이클 앨머레이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타인과의 접촉을 상실한 채 쓸쓸해져 가는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감독 리테쉬 바트라│영국│108분│2017│시네마 페스트

빈티지 카메라 상점을 운영하는 ‘토니’(짐 브로드벤트)는 어느 날 아침,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바로 첫사랑 ‘베로니카’(샬롯 램플링)의 어머니로부터 도착한 유언장으로, 내용인즉슨 토니에게 남긴 물건이 있다는 것. 이 편지를 계기로 토니는 베로니카를 만나게 되고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린다.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즈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해 화제를 모았다.

 

+ 올해 예매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작품은?

<매니페스토>

감독 줄리안 로즈벨트│오스트리아, 독일│95분│2016│시네마톨로지

추상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다양한 미학적 운동과 선언을 설명하고, 선언하는 시적 몽타주 영화. 케이트 블란쳇이 1인 13역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으로 그의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2. 전주에 가면 무엇을 볼까

전주 한옥마을 갤러리 투어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슬로시티'로 선정한 전주 한옥마을은 누가 뭐래도 한국의 전통을 대표하는 '한옥'이 밀집해 붙은 이름이다. 전주에 간 이들은 빠짐없이 한옥마을에 들린다. 그런데 한옥마을에 간 사람들이 정작 하는 것은 꼬치구이나 츄러스를 먹기 위해 인파에 둘러싸여 기다리는 일 뿐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참고로 올해 전주시는 꼬치구이를 패스트푸드로 분류하고, 역사적 전통을 가진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한옥마을 내 금지영업 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옥마을의 고즈넉함을 무색하게 만드는 무분별한 먹방 여행에 질린 사람이라면, 이제부턴 한옥마을 문화 여행을 시작해보자. 

교동아트센터 내부
여명카메라박물관 외부

전주 한옥마을에는 생각보다 괜찮은 전시관이 많다. 대표적으로 경기전 옆에 위치한 교동아트센터는 회화, 사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개인전을 열고 있어서 가볍게 둘러 보기 좋다. 작은 정원처럼 꾸며진 아트센터 뒤뜰과, 나란히 붙어 있는 최명희문학관도 들러 보길 권한다. 조금 더 걸어 나오면 한지 사진 갤러리 겸 숍 지숨갤러리가 있다. 한지 위에 사진을 인화하는 특별기법으로 만든 다양한 한지 공예 작품을 구경할 수 있고, 구입도 가능하다. 본인이 직접 찍은 핸드폰 사진을 한지에 인화해 간직해보자. 조금 더 전통적인 한지 공예품을 보고싶다면 ‘전통한지원’을 방문해도 좋다.

세계의 고전 희귀카메라를 전시해 놓은 여명카메라박물관도 있다. 우리네 전통 한옥에서 다양한 국적의 옛 카메라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할 만한 각종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 켠에는 어른만 입장할 수 있는 동서양 춘화관람실을 운영 중이다. 전주전통술박물관도 흥미롭다. 소주부터 전주의 명물 모주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통주에 관한 전시를 알차게 꾸려 놓았다. 물론 바로 옆에는 판매 공간도 있다. 그 자리에서 한 모금 할 수 있는 모주 거르기 체험, 전통주품평회를 수시로 운영하니 어서 미리 예약하도록 하자.

주소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한옥마을 내
문의 063-282-1330
운영시간 위에 소개한 갤러리 대부분은 월요일 휴무, 09:00~18:00

 

경기전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에 지어졌다. 누구든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신성함을 표시한 하마비, 붉은 색칠을 한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 어진을 모신 정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내에는 전주 이씨 시조의 위패를 모셔 놓은 조경묘와 어진박물관도 자리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과 도보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한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어 남기는 관광객도 많이 늘었다.

주소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102
문의 063-287-1330
운영시간 9:00~19:00

 

전동성당

한옥마을 초입에 있는 전동성당은 호남지방의 서양식 근대건축물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오래된 성당이다. 이곳은 최초의 천주교도 박해를 입은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의 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1914년에 세워졌다. 붉은 벽돌 건물과 아치형의 둥근 천장, 높이 솟아오른 종탑처럼 완벽한 로마네스크 양식을 갖춘 건물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성당 앞에는 하얀 예수 그리스도상과 함께 ‘한국 최초 순교터’라고 새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주소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1 전동성당
문의 063-284-3222

 

금산사

조금 길게 전주 여행을 할 심산이라면 둘러볼 코스에 금산사를 반드시 넣자. 전주에서 시외버스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김제시 모악산에 위치한 사찰이다. 백제 시대에 지어진 절이고, 통일신라 시대에 기틀이 세워져 특이하게도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 대신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이 절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절의 본당이라 할 수 있는 미륵전은 금산사에 들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밖에서 볼 때 나무로 지어진 3층짜리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가 한 층으로 통해 있으며, 높이가 무려 12m에 이르는 미륵입상이 서 있다. 올려다보면 고개가 아플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미륵불을 보는 것만으로도 융성했던 불교 문화의 단면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15길 1
문의 063-548-4441
홈페이지 www.geumsansa.org

 

 

3. 전주에 가면 무엇을 먹을까

풍년제과

3대를 이어온 60년 전통의 빵집으로, 전주시 경원동에 위치한 본점을 중심으로 한옥마을점, 전주역점을 비롯한 다섯 곳이 전주에 문을 열었다. 풍년제과의 대표 베이커리인 오리지널 수제 초코파이 외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센베, 부드럽고 풍부한 맛의 붓세, 만주, 양갱과 같은 여러 종류의 역사 깊은 베이커리를 만나볼 수 있다. 정갈하게 포장한 깊은 맛의 전통 빵은 선물로도 손색없다.

메뉴 초코파이, 붓세, 카스테라, 수제양갱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팔달로 145
전화 063-285-6666
영업시간 8:30~22:00

 

또아식빵

광주 송정역 시장의 명물, 또아식빵이 전주에도 생겼다. 치즈 식빵, 갈릭크랜베리 식빵, 피자 식빵을 포함한 9가지 식빵을 2,900원이라는 합리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빵집으로, 천연발효종을 사용한 우리밀로만 빵을 만든다. 빵을 미리 만들어 쌓아 두지 않고, 1시간 간격으로 구워내기에 촉촉하고 따뜻한 식감을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메뉴 연유식빵, 밤식빵, 옥수수식빵
주소 전북대점: 전북 전주시 덕진구 명륜4길 17, 전주객사점: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5길 40
전화 063-271-8222(전북대점)
영업시간 12:00~21:00

 

진미집

한옥마을 근처 전주교 아래 위치한 진미집은 역사가 40년 이상 된 전주의 대표적 맛집이다. 겨울 메뉴인 팥칼국수도 있지만, 이 집의 대표적 메뉴는 여름의 별미인 콩국수와 메밀국수다. 날이 더워질수록 손님의 발길이 느는 진미집의 콩국수는 보통 맛보던 비주얼과는 조금 다르다. 고소한 콩 국물에 빠진 면이 메밀면이기 때문. 흰 국물에 거뭇한 면이 섞이는 모양새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간이 덤덤하게 나오는 메밀소바도 별미다.

메뉴 메밀소바, 메밀콩국수, 메밀비빔소바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94
전화 063-288-4020
영업시간 매일 09:30~21:00

 

한벽집

전주에서 비빔밥만큼 유명하고 꼭 먹어 봐야 할 게 있다면 오모가리탕이다. ‘뚝배기’의 전라도 사투리인 오모가리에 뭉근하게 끓여내는 민물 매운탕이 여행의 피로를 씻어준다. 70년째 자리를 지킨 한벽집의 오모가리탕은 맛도 맛이지만, 전주 한옥마을 끝자락 전주천 변에 자리해 풍경 또한 기가 막히다.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얼큰한 오모가리탕을 맛보자. 곧 신선놀음이다.

메뉴 쏘가리탕, 빠가탕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4
전화 063-284-2736
영업시간 매일 10:00~21:00

 

취향회관

전주 덕진공원 입구에 위치한 취향회관은 한결같이 푸근한 맛으로 40년 전통을 이어온 백반전문점이다. 취향회관의 대표 인기메뉴인 취향정식은 콩나물과 쑥갓을 푸짐하게 얹은 돌판 불고기, 깊은 맛의 된장찌개, 고소한 계란찜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모든 걸 단돈 만 원에 즐길 수 있다. 고등어조림, 어묵볶음 등 10종류가 넘는 반찬은 기본 옵션. 3,000원을 추가하면 싱싱한 나물이 듬뿍 올라간 전주비빔밥을 돌판에 비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메뉴 돼지불고기, 전주비빔밥, 남부식콩나물국밥
주소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연못3길 7
전화 011-673-1985
영업시간 매일 06:30~22:00

 

현대옥

파라시, 열무, 녹두묵, 담배, 애호박, 모래무지, 물물개, 무, 미나리와 함께 전주 십미(十味)로 꼽히는 콩나물. 그래서인지 전주엔 콩나물국밥 맛집이 수도 없다. 그중 원조 격이면서 대표적 맛집을 꼽자면 삼백집, 왱이집, 현대옥 정도일 것이다. 모두 맛있지만, 남부시장에 들를 계획이라면 현대옥을 빼놓지 말자. 옵션인 오징어 사리를 얹은 콩나물국밥 뚝배기에 수란이 딸려 나온다. 가게 벽에는 수란을 뚝배기에 넣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먹는 사람 맘이다. 보통은 수란에 콩나물국밥 국물을 몇 숟갈 넣어 따로 먹는다. 국밥을 뜬 숟가락에 김을 얹어 먹다 보면 ‘완탕’은 순식간이다.

메뉴 콩나물국밥, 오징어 사리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63
전화 063-282-7214
영업시간 매일 06:00~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