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게임 ‘라그나로크 2’ 음악 발표회를 위해 서울을 방문하여 기자회견을 하는 칸노 요코

1998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총 26편이 제작된 <카우보이 비밥(Cowboy Bebop)>은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를 시작으로 많은 케이블 채널들이 매년 돌아가며 방송을 편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카우보이 비밥>은 2071년을 배경으로 식민지화된 행성을 돌아다니는 현상금 사냥꾼 ‘스파이크’, ‘제트’, ‘페이’와 스파이크의 라이벌 ‘비셔스’를 주요 캐릭터로 하는 우주 액션극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실사 영화화에 눈독을 들여 스파이크 역에 키아누 리브스, 제트 역에 부르스 윌리스가 캐스팅되었다는 뜬금없는 소문도 끊임없이 들려왔다. 팬들이 명장면 중 하나로 꼽는 ‘교회 전투신’을 감상해 보자. 납치된 페이를 구하기 위해 교회를 찾은 스파이크가 비셔스 일당과 일전을 벌인다.

장엄한 분위기의 'Rain'은 대표곡 중 하나. 남성 보컬과 여성 보컬 두가지 버전이 있다.

<카우보이 비밥>을 본 사람은 대부분 배경음악이 범상치 않은데 놀란다. 클래식,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음악감독이 잘 선곡한 것이라 지레짐작하기 쉬우나, 실은 한 사람의 작곡이다. 모두 일본의 천재 작곡가라 불리는 칸노 요코(かんのようこ, Kanno Yoko)의 작품인데, 그의 활동 영역은 실로 다양하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광고의 음악을 담당하거나 다른 가수의 곡을 써 주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으로도 6장의 음반을 냈다.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에는 그의 역할이 지대한 셈이다.

액션 애니메이션 삽입곡으로는 이색적인 오페라 ‘Ave Maria’는 폴란드의 바르샤바 필하모닉의 연주와 오페라 가수 Jerzy Knetig의 노래로 만들어졌다

그는 <카우보이 비밥>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완성되기도 전에 미리 작곡을 완료하여 제작진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에 따르면, 발주 내용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과 영감에 따라 곡을 만들었다고. 때로는 노래가 삽입된 장면이 그의 의향과 달라 놀라기도 하고, 그의 곡에 맞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넣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칸노 요코는 자신의 곡을 의도대로 연주하기 위해 Seatbelt라는 블루스/재즈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카우보이 비밥>의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끈 세 곡을 더 들어보자.

재즈곡 ‘Adieu’는 아카펠라 그룹 The Accidentals 소속인 미국 가수 에밀리 빈디거(Emily Bindiger)가 노래했다
<카우보이 비밥>의 공중전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Road to the West’는 감성적인 색소폰 연주곡이다
록 발라드 ‘Call Me Call Me’는 미국 가수 겸 기타리스트인 스티브 콩트(Steve Conte)가 노래했다. 그는 칸노 요코의 작업에 다수 참여했다

이들 외에도 <카우보이 비밥> OST는 4개의 CD에 나눠 출반되었을 만큼 많은 곡으로 구성되었고, 연주 또는 보컬곡, 재즈 또는 팝으로 종류와 장르도 다양하다. 워낙 다작 스타일이고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표절 논란도 나오곤 한다. 일을 맡으면 앞뒤 안 가리고 창작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본인도 표절 여부에 대한 확신이 안서는 듯하다. 이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의 오프닝과 엔딩 곡을 들어 보자.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너무나 귀에 익은 곡일 것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오프닝 타이틀곡인 ‘Tank!’. 경쾌한 리듬의 연주곡이다
엔딩 타이틀 ‘The Real Folk Blues’는 일본의 블루스 가수 야마네 마이가 불렀으며, 시리즈 OST를 통틀어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다